"美, 이라크재건비 3백억~5백50억달러 분담 압박"

압력에 굴복한 일본 우선 10억달러 내기로, 유럽은 "돈 없다"

미국이 미국이외의 다른 나라들에게 3백억~5백50억달러의 이라크 재건비 부담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일본이 우선 파병외에 10억달러(약1조2천억원)를 분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우리나라에게도 재건비 분담 압박이 가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미국, "3백억~5백50억달러 분담 요구"**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하워드 베이커 주일 미국대사가 17일 가와구치 요리코 외상을 방문해 이라크 재건에 필요한 자금을 처음으로 공식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의 요구에 대해 가와구치 외상은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앨런 라손 미 국무차관(경제.농업 담당)도 16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각국의 자금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앞으로 수년간 이라크 재건에 미국 이외의 국가가 3백억~5백50억달러를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일본, 내년에만 10억 달러 이상 부담키로**

신문은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내년에만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 지원이 가능한 방향으로 검토에 돌입했다"면서 "10월17일 조지 W.부시 미 대통령이 방일해 고이즈미 총리와 회담하는 자리에서 자금 지원의 큰 틀과 자위대 파견에 대해 확약을 줄 수 있도록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신문은 "일본 정부는 10월23일부터 스페인에서 열리는 이라크재건지원국회의에서 일본의 지원 내용을 설명해 각국과 구체적인 분담금을 조정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교토통신도 17일 "베이커 대사가 가와구치 외상과 외무성에서　회담을 가진 후 기자회견을 갖고 '가와구치 외상과 이라크에 대한 자금 지원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며 '물론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일본'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베이커 대사는 "국제사회는 이라크 재건과 부흥에 기여할 책무가 있다"면서 자금 지원을 '응분의 부담'이라고 표현했고, 이에 대해 가와구치 외상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의를 계속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은 미국 요구 일축, 아시아만 수용**

일본은 지난 91년 걸프전 때 다국적군에 대한 협력과 주변국 지원비용으로 총 1백40억달러를 부담했으며 아프가니스탄 재건비용으로도 인도적 지원을 포함해 총 9억달러를 부담했다. 당시 일본이 부담한 비율은 유엔분담금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이라크전에 대해서는 일본내 국민의 비난여론이 높고 지나 91년당시 경험으로 인해 "일본은 돈만 내는 기계냐"는 반론도 커, 고이즈미 총리는 그동안 이라크 재건비용 분담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오다가 미국의 압박으로 돈주머니를 풀기에 이르른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걸프전때 5억달러의 전비를 분담한 데 이어 이라크 파병과 동시에 이라크 긴급 복구비용으로 1천만달러(1백20억원)의 재정을 지원한 바 있고, 연말까지 이라크 재건비용으로 5천만달러(5백85억원)을 원조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미국의 최근 움직임을 볼 때 이라크 재건비용 분담 증액 압박도 예상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일본 등과는 대조적으로 독일등 유럽국가들은 재정난과 경기침체를 이유로, 미국의 이라크 재건비 분담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