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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의 이라크파병 '바람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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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의 이라크파병 '바람잡이'

[데스크 칼럼]누가 젊은이들을 전장으로 내몰려하나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 무려 1만명에 달하는 1개사단의 이라크 추가파병이라는 '무지막지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벌써부터 조중동의 이라크 추가파병 '여론몰이'가 시작된 느낌이다.

15일자 조중동 지면은 다음과 같이 추가파병의 불가피성을 말하고 있다.

***조중동의 추가파병 불가피론**

"이번 추가 파병요청이 전투병이라는 사실이 파병 결정을 아주 어렵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주요한 전투가 종결된 현재의 이라크 상황에서 전투병은 전쟁에 참여하는 군대가 아니라 치안을 담당하는 평화유지군의 성격을 갖게 된다. 즉 동티모르에 파병된 상록수 부대의 전투병과 유사한 성격을 갖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일각에서 제2의 베트남 파병과 같다는 논리로 파병을 반대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중략)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을 보라. 평화헌법 족쇄의 틈을 비집고 이라크 전후 복구지원법을 제정해 자위대를 현장에 파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이 군사대국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비난만 계속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국제안보환경을 그들의 국익을 위해 어떻게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가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중략)

이라크 파병 결정은 국가의 장기적 이익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이것은 분명 도전일 수도 있고, 기회일 수도 있다."(중앙일보 9월15일자 '중앙시평', 국방연구원 송영선 안보전략센터소장의 '이라크 파병 논의의 출발점')

"말할 나위도 없이 한국 방어를 위해 주한미군이 50년 넘게 전진배치되어 있는 엄연한 현실에서 미국의 파병 요청을 거절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작금 북한의 핵개발 위협에 직면, 다른 어느 때보다도 한-미 안보협력이 더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그래서 만약 우리가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면, 미국은 이미 계획된 주한미군의 후방재배치를 가속화함은 물론, 병력감축과 지상군의 단계적 철수까지도 고려할지 모른다.(중략)

우리 정부는 이같은 한-미동맹의 전략현실주의적 관점과 이라크 문제의 국제정치적 함의 모두를 고려해 추가파병의 단안을 내려야 한다. 우리에겐 미국이 일방주의로 가는 것도, 고립주의에 빠지는 것도 모두 위험하다. 자칫 한-미동맹이 이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랍민족주의 정서를 충분히 감안하되, 세계경제의 파이프라인을 쥐고 있는 이 지역의 안정을 위해 어떠한 형태건 기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조선일보 9월15일자 '태평로', 남주홍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의 '중동 안정에 기여해야')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하는 파병이라면 국내외적으로 정당성을 부여받기 어렵다. 해법은 국제공조에서 찾아야 한다. 유엔결의에 의한 평화유지활동(PKO)이라면 파병을 고려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라크 국민과 아랍권에 전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라크의 평화와 치안유지를 위해 파병한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유엔의 결정에 따르는 것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켜야 할 약속이기도 하다. 이라크 파병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최소한 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의 동의라도 있어야 한다."(동아일보 9월15일자 사설 '이라크파병, 국제공조 필요하다')"

***중앙일보의 '곡학아세'**

조중동의 이같은 세 글은 미국의 '무지막지한' 1만명 추가파병 요구에 대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이라크 추가파병의 불가피성을 직간접적으로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동아일보의 경우 파병의 전제조건으로 "최소한 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의 동의"를 내거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 또한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구에 담겨져 있는 '식민주의적 횡포'와 '이라크 파병의 부당성과 위험성'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선-중앙일보와 오십보백보의 차이를 보일뿐이다.

조중동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이라크 추가파병을 주장하는 매체는 단연 중앙일보다.

중앙일보가 기고를 허용한 송영선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소장의 글은 '현실 왜곡'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송소장은 "이미 주요한 전투가 종결된 현재의 이라크 상황에서 전투병은 전쟁에 참여하는 군대가 아니라 치안을 담당하는 평화유지군의 성격을 갖게 된다. 즉 동티모르에 파병된 상록수 부대의 전투병과 유사한 성격을 갖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일각에서 제2의 베트남 파병과 같다는 논리로 파병을 반대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은 '곡학아세'의 전형이 어떤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송소장은 현재 이라크에서 전투병은 전쟁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치안을 담당하는 평화유지군, 즉 동티모르에 파병된 상록수 부대와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지금 이라크에서는 이라크전쟁기간중 사망한 미군보다 많은 미군이 죽었고, 미군에 대한 이라크 민병대의 공격은 나날이 가열돼 미군은 현재 탱크밖으로 나오기를 꺼려하는 상태다. 이라크 사막의 '고립된 섬'이라는 게 미국언론의 평가다. 이라크 주둔미군들은 하루라도 빨리 이라크에서 빠져나오기를 갈망하고 있으며, 백악관앞에서는 연일 이라크 주둔미군 부모들의 귀한 요구 데모가 계속되고 있다.

더욱 이라크 파병은 동티모르 파병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라크전은 유엔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라크 석유를 겨냥해 일으킨 전쟁이다. 이를 위해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정보를 조작했다가 그후 이 사실이 폭로되면서 현재 조지 W. 부시 미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는 집권후 최대정치위기에 몰려있다.

이같은 침략적 이라크전에의 한국군 파병을 인도네시아군의 수십만 동티모르인 학살과 동티모르 독립정권 수립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계속되는 위협, 그리고 이에 분노한 유엔의 만장일치 결의에 따른 상록수 부대 파병에 비유한다는 것은 상식밖 궤변이다.

송소장의 왜곡과 궤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송소장은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을 보라. 평화헌법 족쇄의 틈을 비집고 이라크 전후 복구지원법을 제정해 자위대를 현장에 파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과 정반대다. 일본은 당초 자위대 1천명을 하반기에 이라크에 파병키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이라크전이 끝난 뒤 미군의 인명피해가 잇따르자, 일본정부는 파병시기를 내년이후로 늦추었다. 미국은 이에 여러 경로를 통해 일본에게 연내 자위대 파병과 주둔비 분담을 압박하고 있으나, 일본은 미군 보급품 공급을 위한 항공기 지원등만 검토할 뿐 파병을 계속 미루고 있다.

따라서 "자위대를 현장에 파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송소장의 글은 그녀가 한국군 파병을 위해 얼마나 절치부심하고 있는가를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하겠다. 특히 송소장의 입장은 그녀가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소속이라는 점에서 국방부의 '속내'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낳고 있다.

***'노대통령 지지층'이 걸림돌?**

중앙일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15일자 '국정난제, 대통령이 앞장서 풀어야'라는 사설을 통해 '회사의 공식입장'으로 노골적으로 노대통령에게 이라크 추가파병을 압박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라크 파병을 노대통령이 직면한 '3대 국정난제'로 규정한 뒤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전날인 14일에는 이라크 파병, 부안 핵폐기장사태, 이경해씨 자살을 '3대 악재'로 규정한 바 있다.

"한 문제만 해도 국론이 분열되고 갈등이 깊어질 난제가 한꺼번에 세가지나 밀어닥쳤다.(중략) 큰 방향은 이미 잡혀 있다.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은 어딘가에는 반드시 세워져야 하고, 쌀시장 개방도 마냥 늦출 수는 없다. 이라크 파병은 북핵과 주한미군 재배치 등의 국익과 직결된 사안과 맞물려 있어 유엔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참여한다는 등이 명분이 전제된다면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이다."

중앙일보의 '교묘함'은 3대 국정난제 해법의 걸림돌로 '노대통령 지지층'을 꼽고 있다는 데에서 극에 달한다.

"문제는 이런 국정난제의 현실적 해결방식에 반대하는 층이 바로 노대통령의 지지기반 세력이라는 점이다. 만일 노대통령이 정략적 득실을 따지며 또다시 좌고우면하며 머뭇거릴 경우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러나 이 난제를 잘 수습하면 오히려 지지도는 올라갈 수 있다. 위기가 곧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논리를 편 중앙일보는 결론부에서 노골적으로 이라크 파병에 대한 찬성입장을 밝히며, 노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을 설득하라는 주장으로 글을 끝맺었다.

"농산물 시장 개방과 이라크 파병건도 대통령이 국회를 설득하고 국민에게 적극 호소하는 모습을 보이기를 희망한다. 그것이 국정을 책임지는 최고지도자의 모습이다."

***'위장 민족언론'**

미국이 주한미군을 일부 감축 또는 후방 재배치한다고 했을 때 "북한에 비해 절대적으로 전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미군이 빠져나가면 나라가 망한다"고 주장한 매체가 조중동이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 1만병의 전투병력을 이라크로 보내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자 조중동은 언제 우리 국방을 걱정했냐는듯 이라프 추가파병을 찬성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한국군 1만명 파병을 요구하는 것이 이라크사태 장기화에 따른 인적-물적 피해 급증으로, 미군 피해를 최소화하고 미국의 전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극도로 '자국이기적'이고 '식민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면서도 조중동은 미국 입장에서 서서 1만명의 우리 젊은이들을 사지로 보내려 하고 있는 것이다.

조중동의 이같은 주장은 과연 조중동이 한국언론인가, 겉데기만 '민족 언론' 운운하는 '위장 민족언론'이 아닌가라는 근원적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은 말한다. 지난번 이라크에 6백여명의 한국군을 보내며 미국의 환심을 샀기에 지금 북핵사태가 대화로 잘 풀려가고 있는 것이라고. 소가 웃을 얘기다. 북핵사태가 대화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미국이 이라크 늪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모래 늪에 깊숙이 빠져 북핵문제를 군사력으로 대응할 여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조중동은 북핵 운운하며 이라크 파병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며, 민족을 위기로 몰아넣는 위험한 주장이다. 조중동 구성원들이 진정 언론인이라면 조중동의 존재 이유부터 근원적으로 되새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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