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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WTO회의서 "일본, 정치 목적 경제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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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WTO회의서 "일본, 정치 목적 경제 보복"

WTO 통한 日 수출 규제 대응 본격화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와 관련,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9일 (이하 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되고 있는 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백지아 주 제네바 대사는 8일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를 현장에서 추가 의제로 긴급 상정, 이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혔다.

백 대사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단 한 개 국가, 즉 한국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이 지난 6월 말에 개최된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으로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강조했음에도 이러한 조치를 발표한 것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이 조치에 대한 조속한 철회를 촉구했다.

백 대사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근거를 명확히 밝히라면서, 일본이 주장하고 있는 '신뢰 훼손'과 '부적절한 상황'은 현 WTO 규정상 조치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조치는 우리 기업뿐만 아니라 일본 회사,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 전 세계 전자 제품 시장에도 부정적 파급효과가 있다"며 "자유무역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입장을 밝힌 것과 함께 이후 WTO에 공식 제소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9일(한국 시각)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WTO 제소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관계부처 TF에서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중장기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WTO 제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본과 외교적 해법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총리는 "외교적 협의를 포함한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고 강 장관 역시 "외교부에서는 이러한 보복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고 (일본 측에)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양자협의에 대한 질문에 "오는 12일 오후에 도쿄에서 (양자 협의를) 할 듯하다"며 참석자와 구체적인 사항 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이 수출 규제의 이유로 들었던 불화수소(에칭가스)를 비롯한 전략물자의 대북 반출 의혹과 관련, 성 장관은 "전혀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불화수소가 북한을 포함한 유엔 결의 제재 대상국으로 유출됐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라며 "일본은 근거없는 주장을 즉시 중단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 장관은 "관련 기업들이 전략물자 수출통제와 관련한 국내 법령에 따라 수출 허가를 받고, 최종 사용자 보고 등 각종 의무도 적법하게 이행하고 있음을 재차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략물자의 북한 반출 문제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관한 사안"이라며 "만약 제기하고 있는 의혹에 근거가 있다면 일본은 유엔 안보리 결의 당사국으로서 구체적인 정보를 한국을 포함한 유관 국가와 공유하고 긴밀히 공조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에칭가스가 맹독성 신경 작용제인 '사린 가스' 등의 제조 공정에 사용될 수 있다고 이날 <NHK>를 통해 대대적인 여론전을 폈다.


그러나 일본 정부 측은 구체적인 관련 근거 자료를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 대한 '무역 제재'의 근거가 빈약한 상황에서, '사린 가스', '대북 제재 위반' 등의 과장된 정치적 수사들이 난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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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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