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보수단체들과 잇따른 반북집회로 물의를 빚어온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45)이 27일(현지시간) 미국의 보수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남한의 방해자'들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노무현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폴러첸과 WSJ의 망동**
폴러첸은 "지금까지 나는 북한의 인권침해와 체제변화를 이야기 해왔지만 이제는 남한에서도 인권침해, 심지어 정권교체를 이야기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며 "기본적인 인권, 언론의 자유, 언론기관의 자유는 현정권 하에서 위협받고 있고 노무현 정권은 비판적인 언론인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폴러첸은 또 "나의 활동은 남한 정보기관의 방해를 받고 있고 내 전화는 도청되며 내게는 하루종일 감시가 따라붙고 있다"고 국가정보원을 공격하기도 했다. 폴러첸은 이어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남한에는 최대 6천명의 북한 공작원들이 침투해 있다"며 "이들의 주된 목표는 정부기관 이외에 국정원과 군, 학생조직, 노조, 그리고 언론"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폴러첸은 또 대구에서의 북한기자단과의 충돌에 대해 "대구 지역정부가 나를 처벌하고 추방하겠다고 북한에 약속했다"고 허위주장을 펴는가 하면, 지난 22월 철원에서 행하려다가 집회 사전신고를 하지 않아 저지된 사건에 대해서도 집회 사전신고를 하지 않은 내용을 뺀 채 "잘 먹어 살찐 남한 젊은이와 경찰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폴러첸은 문제의 기고문이 실리기 전날인 27일 한국에서 동남아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WSJ는 일부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담긴 폴러첸씨의 주장을 여과없이 게재하면서 태극기로 서양인의 입에 재갈을 물린 삽화까지 곁들여 한국에 대한 노골적 반감을 드러냈다.
WSJ는 그동안 폴러첸의 '풍선 띄우기 작전'을 김정일 정권 붕괴 차원에서 적극 지지하는 동시에, 풍선 띄우기가 저지된 뒤인 지난 25일자 사설을 통해서는 "그들(남한인들)은 미국의 군사적 보호 아래서 너무나 풍족하고 자만해졌다"는 한국 모멸적 발언을 서슴지 않기도 했다.
***정부, WSJ에 반론문 싣기로**
이같은 폴러첸과 WSJ의 행위에 대해 정부는 강력대처키로 했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28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국정원이 폴러첸의 활동을 방해하고 전화도청을 하고 하루종일 감시인을 붙여다는 주장은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라며 "또한 국정원이 남한에 최대 6천명의 북한공작원이 침투해 있다고 말했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폴러첸의 행위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게 국정원의 판단"이라며 "이에 국정홍보처 등과 협의해 허위내용으로 점철된 폴러첸의 글을 실은 WSJ에 폴러첸 주장의 허구를 밝히는 반론문을 게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정홍보처도 이번 사태를 묵과할 수 없다며 국정홍보처 명의로 곧 WSJ에 반론문을 게재한다는 방침이다.
또다른 정부 관계자는 "정권교체 운운한 폴러첸의 발언은 명백한 위법행위"라며 "법무부, 경찰 등과 협의해 폴러첸을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입건하는 방안 등도 신중하게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일각에서는 폴러첸의 출입국을 제재할 경우 도리어 폴러첸으로 하여금 '정치탄압을 당하고 있다'는 명분을 줄 수 있고 우익단체들이 이를 빌미로 더욱 과격한 반발을 할 가능성이 있어 실행여부는 아직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WSJ의 27일자 폴러첸의 기고문과 25일자 WSJ 사설 요지이다.
***남한의 방해자들(WSJ, 8.27)**
나는 지난 3년간 북한주민의 인권을 위해 여러 활동을 펼쳐 왔다. 나와 내 동료들은 서방 기자들에게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왔다. 우리는 판문점에서 시위를 조직하기도 했고 탈북자들이 중국의 서방대사관에 들어가도록 돕기도 했고 북한의 '보트 피플'을 기획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계획은 성공했으나 이들 계획의 일부는 실패했다. 그러나 북한의 인권침해를 알리는데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이 남한내 여론을 불러 일으키는 일이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여기 서울에서 나는 하루 약 1천4백통의 증오 이메일(hate-e-mail)을 받고 있다. 남한 학생들이 벌이는 이메일 캠페인으로 내 이메일 계정은 종종 마비되곤 한다. 일부 네티즌은 나를 "추방하라""죽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남한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내게 소리를 지르거나 심지어 침을 뱉기까지 한다.
노예가 된 북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나의 활동은 남한 정보기관의 방해를 받고 있다. 내 전화는 도청되고 내게는 하루종일 감시가 따라붙고 있다. 나는 서울에 있지만 평양에 있는 것같은 느낌이다.
나는 의료지원 활동을 위해 파견된 북한에서 인권을 옹호하는 주장으로 추방될 때까지도 북한 경찰에 구타를 당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여기 한국의 서울에서 나는 경찰에게 얻어 맞았고 다른 일도 당했다. 22일 동료들과 함께 북한에 라디오를 담은 풍선을 날려보내려 했을 때 (잘 먹어 살찌고 부족할 것이 없는) 남한 젊은이 한명이 나를 공격해 넘어뜨리고는 그의 굶주리고 궁핍한 북한 동포들에게 보내려는 라디오 한 다발을 들고 달아났다. 이 일은 경찰관들의 눈앞에서 벌어졌다. 그때 나는 경찰관들로부터도 공격을 당했다. 한 경찰은 쓰러져 있는 나를 점프해 무릎을 가격했다.
지난 24일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장에서 나는 북한 '언론인들'의 공격을 받았다. 남한 신문들은 내가 "북한 사람들과 서로 주먹질을 했다"고 보도했으나 당시 나는 목발을 하고 있었고 '풍선 날리기' 행사 당시의 부상으로 서 있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이 사건 후 같은 신문이 나를 "극우활동가"로, 심지어 "파시스트"로 지칭했으나 역설적이게도 내가 이런 활동을 벌이는 것은 내 조국 독일의 파시스트 역사에 대한 부끄러움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대구 지방정부는 나의 '중대한 공격'에 대해 북한에 사과했고, 나를 처벌하고 추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늘 중국 베이징에서는 이른바 '6자 회담'이 시작됐지만 나로서는 당황스럽게도 이 회의는 핵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사악한 김정일 정권이야말로 모든 군사적 문제의 진정한 원인이다. 핵무기를 제거하는 길은 김정일을 제거하는 것뿐이며 이를 위한 최선의 방안은 옛동독에서 벌어진 것과 같은 난민의 홍수를 시작으로 북한 정권의 내부 붕괴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런 난민의 홍수를 야기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북한의 보통 주민들에게 외부 세계의 실상을 알려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펼치는 '북한에 라디오 보내기' 운동이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는 이유이며 김정일의 남한내 친구들이 우리를 방해하려고 혈안이 된 까닭이다.
서울은 북한의 자유에 진정한 외부 걸림돌로 입증되고 있다. 외국의 많은사람들은 남한사람들의 평양에 대한 너그러운 자세와 여기서 나날이 커지고 있는 반미감정, 친북적 외교태도를 우려하고 있다.
사실상 남한은 평양의 간첩들이 침투돼 있다. 남한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NIS)에 따르면 남한에는 최대 6천명의 북한 공작원들이 침투해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의 주된 목표는 정부기관 이외에 국정원과 군, 학생조직, 노조, 그리고 언론이다.
지금까지 나는 북한의 인권침해와 북한의 체제변화를 이야기 해왔다. 하지만 아마도 이제는 남한에서도 인권침해, 심지어는 정권교체를 이야기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기본적인 인권, 언론의 자유, 언론기관의 자유는 현정권 하에서 위협받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비판적인 언론인들을 탄압하고 있다.
나는 서울에서 점점 더 큰 불안감을 느끼지만 내 활동을 계속할 것이다. 북한에서 추방된 것과 마찬가지로 남한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믿을 수 없는 역설이다. 나는 북한 주민, 어린이들을 위한 내 작은 노력을 배가하겠다.
***한국의 과잉대응(Korean Embarrassment,WSJ.8.25)**
지난 금요일 본지에서 소개했던 북한에 대한 풍선침공이 진행되는 중에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태양전지로 작동되는 라디오를 북한에 보내려는 인권운동가들의 시도가 한국 경찰에 의해 저지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씨와 한국계 미국인 더글라스 신씨 및 그 동료들이 휴전선 부근 도시 철원에서 풍선을 날려보내려는 것을 경찰이 집회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로막았다고 한다.
햇볕정책의 부도덕성에 관해 더 입증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사건은 남한이 취하고 있는 독재국가 북한에 대한 햇볕정책의 도덕적 파탄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증거이다. 그 정책은 북한을 외부세계에 개방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지금까지 그것은 유화정책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평양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남한은 지금 인권운동가들을 가로막고 있다. 모든 라디오를 신고하게 되어 있고 정부방송국으로 주파수가 고정돼 있는 북한에 대해 외부세계에 관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햇볕"을 비춰주려고 하는 인권운동가들의 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의 이러한 행동은 남한의 관료들이 북한에 있는 그들의 형제자매들이 자유로워지기를 과연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에 관해 의문을 갖게 한다. 아마도 그들은 미국의 군사적 보호 아래서 너무나 풍족하고 자만해졌으며 폭정 속에서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잊어버린 것 같다. 그들은 이미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남한의 헌법에 따르면 그들을 반드시 받아들이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냉전 기간 중에 소련의 반체제 인사들은 '사미즈다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희망을 가졌었다. 그것은 진정한 뉴스를 전해주는 것으로서 때로는 등사기로 인쇄되던 지하신문이었다. 외부세계에 관한 뉴스는 소련제국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도와주었다. 한국은 풍선을 날리는 것을 가로막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격려하고 수천개가 더 보내질 수 있도록 비용을 지불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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