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합동 브리핑에 참석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해당 사안과 관련한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군의 경계작전에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경계작전 실패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과오다. 관련자들을 법과 규정에 따라 엄중 문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합참의장과 지상작전사령관, 해군작전사령관에 대해 경계작전 태세 감독을 소홀히한 점을 들어 엄중 경고조치를 내렸으며, 평시 해안 경계태세 유지와 관련해 과실이 식별된 8군단장에 대해서는 보직해임 조치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통합방위태세 유지에 과오가 식별된 제23사단장과 해군 제1함대사령관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방침이다.
해경의 경우 해상 종합기관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을 엄중 서면경고하고, 동해해양경찰서장을 인사조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역시 안보실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일정한 조치가 있을 예정이다.
정 장관은 "언론을 통해 관련 사실을 알리는 과정을 살펴본 결과 사실을 축소·은폐하려던 정황은 없었으나, 초기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하여 충분하고 정확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국가 안보와 관련된 중대한 사안을 제대로 알려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국방부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최병환 국무1차장은 해당 목선을 인지하지 못한 경위에 대해 "삼척항으로 입항하는 당시 장면은 인근 소초에서 운영하는 IVS(지능형 영상감시장비)와 해경 CCTV 1대, 해수청의 CCTV 2대 중 1대, 삼척수역 CCTV 16대 중 1대의 영상에 촬영이 되어 있으나, 운영요원들이 북한에서 온 어선임을 식별하여 조치하지 못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경계작전 실패와 관련, 해경의 경우 울릉도 인근 동해 광역구역을 담당하던 대형함이 최근 북중 어선의 활동이 많은 조업자제 해역에 5월 27일부터 이동배치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해당 목선을 탐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연안에 있는 경비정의 레이더에서도 목선을 탐지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해경 항공기는 목선이 삼척 인근으로 접근했던 6월 14일 기상 불량으로 순찰에 투입되지 못했다.
최 차장은 육군의 경계작전과 관련, 감시 구역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자 구역을 두 개의 레이더를 통해 중첩되게 감시하고 있는데, 이 중 '가' 레이더가 탐지하는 구역에는 목선이 포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나' 레이더가 감시하는 구역에 6월 14일 19시 18분부터 20시 15분까지 목선으로 추정되는 표적이 포착됐으나 당시 '가'레이더를 운영하던 요원은 자신의 책임 구역을 감시하느라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 레이더를 운영하던 요원은 이를 해면 반사파로 오인해 식별하지 못했다.
최 차장은 "'나' 레이더에서 식별하지 못한 원인을 분석한 결과 레이더 운영요원에 대한 전문화 교육 및 상황조치 훈련 등이 부족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척항 부근에서 운용 중인 TOD 열상감시장비를 확인한 결과, 야간에는 주로 해양과 바다가 만나는 선인 수제선을 집중 감시하는데 목선이 해상에서 대기 및 이동하던 야간에는 TOD가 수제선 지역을 집중 감시하고 있었고, 삼척항으로 이동하던 시간에는 TOD를 운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 차장은 삼척항 인근에 있는 IVS(지능형 영상감지시스템)의 경우 "6월 15일 6시 15분경 수제선 감시 중 북한 소형목선이 삼척항으로 진입하는 장면이 약 1 내지 2초 씩 2회 촬영되었으나, 영상감시 운영요원은 이를 단순 낚싯배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인력 경계 감시에 대해 최 차장은 "6월 15일 6시 07분부터 중사 등 2명이 삼척항 방파제를 육안으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지역에서 수제선 정밀 정찰을 실시하였으나, 당시 6시 10분부터 32분까지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에서 미역채취 중인 어민에 대한 통제 조치를 하던 중이어서 소형목선이 입항하는 모습을 식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부, 목선 사건 숨기려 했다?
사건 초기 정부의 해명에 다소 문제가 생기면서 정부가 이 사안을 은폐하거나 축소‧왜곡하려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정부는 처음에 목선이 발견된 곳이 '삼척항 인근' 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목선은 삼척항에 입항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은폐 의혹은 더 커져갔다.
이에 대해 최병환 차장은 "초기 상황 관리 과정에서 대북군사상 통상적으로 쓰는 용어인 '삼척항 인근'으로 발견장소를 표현했다. 하지만 해경은 6월 15일 14시 10분에 '삼척항으로 옴으로써'라는 표현으로 발견장소를 명시하여 언론기관에 배포했다"며 "그러나 합참공보실이 15일 해경청에서 발표한 내용을 확인하지 못하고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을 6월 17일에도 계속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이 군이 군사보안적 측면만 고려하여 국민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깊이 생각하지 못한 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청와대 행정관이 6월 17일과 19일 기자들을 상대로 국방부에서 진행된 브리핑에 참석한 사안에 대해 최 차장은 "국방부와 합참 브리핑 내용을 기자·언론이 충분히 이해했는지, 언론들의 관심사항은 무엇인지, 다음은 브리핑에서 추가로 설명할 필요가 소요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행정관은 당일 아침에 국방부 대변인실을 통해 국방부 출입을 위한 정상적인 출입신청 절차를 밟았고, 대변인실에 도착하여 신분과 브리핑 사실을 설명한 후 브리핑에 참석했다"며 "과거에도 중대한 사항이라고 판단되면 방문한 사례가 있으며, 실제로 올해 1월 16일 일본 초계기 사안 백브리핑에도 참석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선박에 탑승했던 북한 주민의 진술 번복과 복장 등으로 인해 이들이 단순한 탈북자가 맞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우선 선장이 진술을 번복한 것에 대해 최 차장은 "최초 심문과정에서는 4명 모두 귀환 의사를 표명했으나 이후 조사과정에서 진술이 달라졌다"며 "선장은 귀순 의사를 처음부터 밝히면 한국 언론을 통해 귀순 사실이 즉각 알려져서 북에 있는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하여 동료들과 사전에 토의한 대로 기관고장으로 표류해 왔다고 최초 진술하였으나, 이후 실제 송환되는 것에 두려움을 느껴 귀순 의사를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복장과 관련해 그는 "2명이 군복을 착용했는데 북한에서는 군복을 작업복으로 입는 경우가 빈번하며, 귀순한 선장은 친구로부터 받은 군복이고, 귀환자 한 명은 과거 군 복무 시 입었던 군복이라고 진술했다. 또한, 얼룩무늬 군복은 과거 특수부대에 지급되었던 것이나 2015년부터는 전방부대부터 보급되어 있고, 북한 내 시장에서도 작업복으로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차장은 이들의 대공 혐의점에 대해 "이들이 타고 온 배는 중국산 28마력의 저출력엔진 한 개만 장착한 소형 목선이다. 이는 간첩선에 비해 성능이 현저히 떨어져 해상 침투나 도주에 적합하지 않다"며 "선원 4명 모두 특수훈련을 받은 신체적 특징이 없었으며 무기 및 간첩통신장비 등 특이한 물품도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혐의가 없다고 전했다.
지난 6월 17일 정부가 이 사안과 관련해 경계 작전에 문제가 없었다는 식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최 차장은 실질적으로 해당 사안을 총괄하고 있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국민이 불안하거나 의혹을 받지 않게 소상히 설명했어야함에도 경계에 관한 6월 17일 군의 발표결과가 '해상 경계태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뉘앙스로 이해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안이하게 판단"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해 대통령의 질책도 있었다고 전했다.
최 차장은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해상 및 해안 경계작전의 운용시스템을 최적화하고 기동 탐색 강화, 레이더 운용 능력 제고, 노후 장비 교체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보고 체계와 검토와 훈련 강화 등을 통해 통합방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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