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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 필요없다"는 靑 관계자에 통일부 기자들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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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 필요없다"는 靑 관계자에 통일부 기자들 "유감"

정부 발표 그대로 받아 쓰라? "알 권리 재단하는 인식"

북한이 지난 12일 판문점에서 고(故)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에 대한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는 장면을 정부가 임의로 편집하고 묵음으로 처리한 영상을 제공한 것과 관련, 이는 기자들과 협의할 사항이 아니라고 말한 청와대 고위 당국자의 발언에 대해 통일부 출입기자들이 유감을 표명했다.

17일 통일부 출입기자단은 성명을 통해 "14일 청와대 고위 당국자가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남북관계 관련 보도에 대해 독자와 시청자의 알 권리는 물론 충실한 사실 전달을 위한 기자단의 노력을 경시하는 발언을 한 것에 이의를 제기하며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기자단은 "지난 12일 북측이 판문점을 통해 고 이희호 여사에 대한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는 상황에 즈음해 지역적 특수성과 시간적 제약 등을 감안, 정부 전속 인력이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제공받기로 통일부 측과 사전 협의했다"며 "이때 기자단은 영상 속 음성을 삭제하지 말 것을 특별히 통일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기자단은 "그러나 정부는 당일 저녁에 사전 설명이나 양해 요청 없이 일방적으로 음성을 삭제한 영상을 기자단에 제공했다"며 "이에 기자단은 통일부에 이러한 결정이 이뤄지게 된 경위를 설명할 것을 요구했고 통일부는 13일 음성이 삭제된 영상이 기자단에 제공된 경위를 설명하고 유감을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청와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이었다. 14일 청와대 기자들과 만난 이 당국자는 영상이 편집되고 음성이 묵음으로 처리된 것과 관련해 "저희들(정부)이 북측 판문점 지역에 전속(촬영인력)이 들어가서 촬영을 하기로 결정하고 그것을 배포했으면 되는 부분이었다"며 "그것이 통일부 출입기자단과 협의할 대상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 당국자의 발언은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 물론 그동안 남북 간 사안의 민감성이 있기 때문에 기자들이 취재 현장에 직접 가는 대신 정부에서 제공하는 영상과 사진을 사용한 적은 있다. 또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공익 차원에서 영상 편집이나 묵음에 대해서도 수용한 바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부와 기자단은 영상과 묵음 처리 여부 등에 대해 사전 협의를 거쳐 왔다. 보도를 위한 촬영이기 때문에 정부의 일방적인 배포 자료를 그대로 쓸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당국자는 마치 정부가 주는 대로 영상이나 사진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는 식의 인식을 보였다. 이에 대해 기자단은 "통일부와 기자단이 사전 협의해 온 신뢰‧협력 관계를 무시하는 무책임한 언급"이라고 지적했다.

기자단은 "엄연한 상대가 있는 대북,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하며 때로는 남북 대화와 접촉의 내밀한 부분을 공개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지난 14일 청와대 고위 당국자의 발언처럼 과도하게 비밀주의를 추구하며 독자와 시청자의 알 권리를 입맛대로 재단할 수 있다는 인식은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기자단은 "기자들은 보다 생생한 뉴스의 현장을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기자단을 대표하는 간사단이 12일 이 여사에 대한 북측의 조화 전달 영상에서 '음성을 지우지 말라'며 당국에 촉구했던 것도 이 같은 고민의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번 성명에는 통일부를 출입하고 있는 51개사 언론사 중 <프레시안>을 포함한 44개사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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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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