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개최 전에 남북 정상회담을 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면서 실제로 남북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가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는 정황들도 포착되고 있다.
13일 통일부 당국자는 문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각) 오슬로 포럼에서 기조연설 이후 질의 응답 과정에서 남북 정상회담 조기 개최 의사를 공식화한 것과 관련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위해 통일부가 집중해서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남북 고위급회담 등을 북한에 제의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고위급 회담과 같은 부분들은 (지금과 같이) 큰 틀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모색되는 단계에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정상회담 성사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실제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북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는 지난 12일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고(故) 이희호 김대중 평화센터 이사장에 대한 조의문과 조화를 보낸 자리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호 통일부 차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자리한다고 사전 공지했다.
하지만 당초 공지된 명단에 없었던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배석한 사실이 남북 간 만남 장면을 촬영한 영상 및 파주 남북출입사무소에 나가 있던 취재진에 의해 확인됐다. 윤 실장은 지난해 3월 정의용 실장과 함께 평양에 방문했던 특사단의 일원이다. 윤 실장이 어떤 목적으로 참석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모종의 메시지가 오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정 실장과 김 제1부부장 만남 자리에 언론의 출입을 제한한 것을 두고도 남북 간에 모종의 메시지를 주고받기 위한 의도 아니겠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당시 언론 취재를 제한한 이유에 대해 유엔사령부의 허가 및 북쪽에서 발병한 것으로 전해진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 방역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남북 간 고위 당국자나 정상들이 만나는 장면을 취재할 경우 대규모의 취재진이 아닌 10명 내외의 대표 취재진만 현장에 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정부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는 취재진의 접근을 통제하는 대신 자체 촬영팀을 이용해 영상 및 사진을 촬영, 이후 언론에게 이를 제공했다. 그런데 정부가 제공한 영상에는 남북 간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묵음으로 처리됐다. 또 제공된 영상은 15분 정도 이어진 만남의 전 과정이 담기지 않은, 1분 44초짜리 편집본이었다.
정부가 이같이 언론의 취재를 제한하고 자체 영상을 묵음 처리해 편집한 이후 기자들에게 제공한 것은 이 자리에서 보안이 필요한 비공개 이야기가 오갔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정황이다.
정부의 묵음 및 편집본 영상 제공과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통일각에서의 영상에 음성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씀드렸고 정식 요청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행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면서도 구체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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