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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학교 급식, 우리 아이 못 먹이겠다"

학교급식법 개정ㆍ지역별 조례제정 움직임 본격화

최근 잦은 식중독 사고로 학교급식을 불신하고 아예 외부 도시락을 사먹거나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학교급식에 대한 불신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급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학부모를 중심으로 국민운동차원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여야 국회의원들과 민주노동당 등이 학부모들의 열망을 적극 수용해, 학교급식법 개정과 각 지역별 조례제정을 통한 급식개선 움직임도 추진중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역 조례 제정ㆍ학교급식법 개정 움직임 본격화 돼**

17일 전남 나주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는 학교급식지원 조례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 '학교급식 개혁과 우리 농산물 이용을 위한 전남운동본부'는 전종덕 도의회의원(민주노동당)과 함께 5만명 도민들의 서명을 받아 주민발의 급식 조례안을 전남 도의회에 내놓은 상태다.

다른 지역도 조례제정 움직임이 한창이다.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와 전교조 인천지부 등 인천지역 19개 시민단체는 지난 15일 '학교급식 환경 개선과 조례제정을 위한 인천시민모임'을 발족시켰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직영급식을 의무화하고, 이에 필요한 비용을 정부와 시가 부담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에서도 심재옥 시의회의원(민주노동당)이 중심이 되어, 8월부터 본격적인 조례제정 운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심재옥 의원과 민주노동당은 '서울시 학교급식 조례제정 운동본부'를 학부모 단체 및 시민사회단체와 8월 중으로 구성하고, 6개월간 14만명의 서명을 받아 급식 조례안을 주민발의하는 것을 목표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런 지역의 조례제정 움직임과 함께 현행 학교급식법 개정 움직임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의와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등 전국의 10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학교급식법개정과 조례제정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상임대표 박경양)는 지난달 9일 학교급식 직영 의무화와 우리농산물 사용 등을 골자로 하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을 대표 발의자로 하고 여야 의원 28명이 서명한 이 개정안에는 위탁급식을 금지하고 점진적으로 직영화하는 방안과 수입농산물 사용을 규제하고 우리 농산물 사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의무교육 기간인 초, 중학교의 경우에는 즉각적인 무상급식을 실시해, 학교급식을 교육의 일환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내용을 담았다.

***"학교급식 이대로는 안 된다"**

지역의 조례제정 운동과 학교급식법 개정 움직임은 "학교급식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학부모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확산된 데서 기인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7일, 5월말 현재 모두 60건의 식중독 사고로 4천4백71명의 환자가 생겨 지난해보다 2백43%나 환자수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학교급식이 31건 2천8백59명으로 으뜸을 차지하고 있어, 학교급식의 "비위생적 관리가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음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또 급식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 저질의 외국산 농산물이나, 폐기 처분돼야 할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 원료를 사용하는 사례 역시 빈번하게 적발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뜩이나 패스트푸드, 가공 식품 등으로 어린이 비만, 아토피성 피부병 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급식까지 저질의 외국산 농산물을 사용한다면 어린이 건강은 심각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학부모, 시민, 교육단체들은 위탁급식을 허용하는 현행 제도가 이런 상황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학교의 "식중독 발생 비율이 직영급식 학교보다 6배나 높고, 급식비중 식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직영급식의 경우에는 74%인 반면 위탁급식은 65%에 불과하다"는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 결과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직영보다 위탁급식에서 수입농산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수입산 식재료를 많이 쓰는 육류의 경우 쇠고기의 수입산 사용이 많은데 위탁급식 학교의 절반이상(55.9%)은 수입쇠고기를 90% 이상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영양사 수도 학교급식 문제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양사 1명당 관리인원이 400명을 넘지 못하게 돼 있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1명의 영양사가 1000명까지 관리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급식시설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것이 일선 학교의 현실이어서, "1996년 대통령 공약사항이란 이유로 무리하게 급식을 추진한 대가를 톡톡히 치루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급식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학부모, 시민, 교육단체들은 우선 전체 초, 중, 고 및 특수학교 중 18.8%인 1천8백74개교가 실시하고 있는 위탁급식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위탁급식의 경우에는 시설비의 일부까지 위탁업체가 전담한 후, 위탁기간 동안 이를 운영 수익금에서 되찾아가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있어 위탁업체가 수익을 남기기 위해서 급식단가를 낮추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것은 학교급식의 질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급식소를 대부분 학교에서 비영리로 직접 운영토록 하고 있는 선진국의 현실에 비춰 봤을 때도 시정이 요구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민간업체가 급식을 원할 경우 수익금의 전액을 학교급식계정에 환수하는 조건으로 허용하는 등 비영리를 우선적인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학교급식 개혁을 추진하는 이들은 안전성 확보를 위해 우리 농산물 사용이 적극 권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학부모들과 학교가 협력해 우리 먹거리 위주의 직영급식을 운영하고 있는 일부 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식습관이 교정되고 아토피성 피부병을 앓던 학생들이 치유되는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이 학교급식의 경우 자국산 농산물을 의무화하고 있는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제정 부족 때문에 일부 위탁급식은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우리 농산물 이용은 학부모들의 부담만 늘리고 WTO 규정에도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7일 학교 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는 조례를 발표한 나주시에 대해서도 교육인적자원부, 외교통상부, 행정자치부 등 관련부처는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비판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WTO 정부조달협정의 내국민대우규정으로부터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를 찾을 수 있으며, 미국도 학교급식관련 정부의 조달행위를 협정 적용의 예외로 명시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오히려 문제는 정부가 우리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이용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또 제정 문제의 경우에도 "장기적으로 우리 농산물을 이용할 때 드는 추가비용을 정부나 지자체가 보조할 수 있는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이 가능하다"면서 "직영급식으로의 전환 문제도 전면 무상급식을 염두에 두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안승문 서울시 교육위원은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과천시는 이미 무상급식을 부분적으로 시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서울시의 경우 초, 중, 고등학생들에게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할 경우 1년에 4천억원이 추가로 들 것이 예상된다"면서 "이 정도 예산은 전체 서울시 예산(연평균 12조원)에 비춰봤을 때 절대 큰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우리 농산물 장려를 통한 농업구조조정 비용의 감소까지 염두에 둔다면 더욱더 실효성 있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정부가 제정 타령만 하면서, 학교급식도 교육의 일환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데 있다"는 것이 안승문 교육위원의 지적이다. 학교급식이 단순한 부대비용이 아니라, 중요한 교육 과정의 연장선상이라는 것을 교육당국이 인식하도록 학보모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학교급식에 대한 '성난 목소리'가 교육계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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