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노선안 강행땐 경제적 손실 3.8兆 추정… “기업을 넘어 국가적 손실”
국제적인 관광자원 보전 및 안전사고 예방 위한 해상교통안전진단 노력 촉구
남이섬과 자라섬을 관통하는 제2경춘국도 노선안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50여년 세월동안 가꿔온 대한민국의 소중한 핵심관광자원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 3월 원주국토관리청이 금남JCT~남이섬·자라섬 사이를 관통하는 노선안 원안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고, 예비타당성 면제로 인해 이 사업은 후속절차가 본격화되고 있다.
물론 제2경춘국도가 신설되면 주말과 성수기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의 상습적 지체와 기존 경춘국도(46호선)의 교통 혼잡을 해소시켜 각종 관광 수요유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노선이 남이섬과 자라섬을 관통하며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과 더불어 해양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제2경춘국도가 노선안대로 추진돼 남이섬과 자라섬 사이를 관통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교각구조물에 가로막혀 자연경관이 훼손됨은 물론 남이섬을 오가는 운항선박의 안전에 적신호를 초래하게 된다.
남이섬과 자라섬 사이 수역은 현재 최대 총톤수 138톤(선박 길이 26.4m)의 여객선을 비롯한 도선 8척이 연중무휴 매일(오전 7시 30분~오후 10시) 경기도 가평(선착장)과 강원도 춘천(남이섬) 사이를 왕복 운항하고 있다.
연평균 600여만명(1일 도선운항수 637회, 연 10만회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을 수송하고 있다.
더욱이 폭 12m(예인선 폭 감안 시 전체 폭 20m), 길이 28.8m, 무게 76톤 규모의 바지선까지 물자를 실어 나르고 있는 수역이라 그 혼잡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또한 북한강 일대에서 영업 중인 수상레저 사업장 약 150개소에서 제트스키, 모터보트 등 동력장비 약 1000여대 이상이 남이섬 일대 수역을 누비고 있으며, 개인소유 수상레저장비의 숫자 또한 상당해 도선 간, 도선과 유선 간, 유선과 유선 간 통항 간섭 심화로 충돌 등의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매우 높아, 실제 연평균 1~2회의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수역이기도 하다.
일례로 지난달 30일 오전 4시(현지시간 29일 오후 9시),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는 많은 유람선과 크루즈선의 운항, 교량으로 인한 통항 간섭 심화, 빠른 유속 및 선장의 과실 등의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남이섬과 자라섬을 관통하는 교량이 생기면, 위와 같은 구조적인 안전 문제들로 인해 대형 인명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남이섬과 자라섬 구간 선박 현황 및 운항 횟수는 연간 총 이용객 1000만명(남이섬 도선 600여만명 포함) 이상이며, 연간 운항 횟수는 50만회(남이섬 도선 10만회 포함)에 달한다.
여기에 교각구조물로 인해 운항노선이 가로막히게 되면 교각기둥 주변의 퇴적층 형성은 물론 운항 수위 저하를 초래해 교각 기둥사이를 왕래하는 고속의 수상레저시설과 중대형 선박 간 교통 정체 및 충돌위험이 항상 도사리게 된다.
또 수면에서 교각까지의 높이는 댐의 수위 조절에 따라 가변적이므로 지난 2월 28일 ‘광안대교의 러시아선박 충돌’처럼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으며, 교각 위에서 떨어지는 낙하물(쓰레기, 투척물, 고드름 등)로 인한 안전사고를 피할 수 없다.
대한민국 레저스포츠의 중심지인 북한강은 우수량에 따라 수위와 유속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안전수심 수역을 충분히 확보하기가 어렵고, 기온 차로 인한 물안개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려운 수역이다.
이 수역에 교량이 설치되면 장마철 상류 댐 방수량에 따른 수위 및 유속이 가중될 시 그 위험성은 더욱 배가 된다.
결국 교각 사이에서 도선 간 및 수상레저 선박과의 교행이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홍수기에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교각 기둥과 기초가 북한강 상류에서 밀려 내려온 쓰레기와 같은 부유물이 물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정체시켜 운항선박의 냉각수 계통과 스크류 등에 손상을 일으키게 돼 대형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교각 기둥과 기초로 인해 물의 흐름이 바뀌어 부유물 및 모래퇴적층이 쌓임으로써 지속적인 준설을 하지 않는 한 정상적인 선박의 운항이 불가능한 것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6시쯤 동작대교 밑을 지나던 50톤 규모의 여객선 로얄크루즈가 모래턱에 걸려 좌초된 사고는 위와 같이 교각 기둥과 기초로 인해 물의 흐름이 바뀌어 모래퇴적층이 쌓였으나, 지속적으로 준설을 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다.
이러한 점으로 미뤄 보아 남이섬 인근 운항 선박과 유도선의 운용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게 되거나 대폭 축소될 여지가 있다.
국가적 재난사고인 세월호 참사 이후, 전국의 모든 선박을 운항하는 수상업계는 이용객의 안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남이섬도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선박안전체험을 통한 안전의식 고취 및 도선의 현대화 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도선의 고급화, 대형화, 고속화를 실현하고 있으며, 중기 사업계획으로 국제관광지에 걸맞은 수상 안전을 추구하고자 1000톤급 이상으로 도선의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해상에서 운항되고 있는 도선의 경우도 현재 100~200톤급에서 500~1000톤급으로 점진적으로 대형화를 하고 있는 추세다.
또 다른 문제는 대표적인 민관합작투자(경기관광공사, 가평군, 남이섬)의 성공적 운영사례로 꼽히는 무동력 하강시설인 남이섬 짚와이어의 운행 중단 및 사업폐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교량이 설치되는 수역과 근접해, 가평선착장에 위치한 80m 높이의 타워에서 남이섬과 자라섬 방향으로 와이어 줄을 타고(무동력 낙하) 입도하는 짚와이어 레저사업은 연평균 9만5천명의 관광객이 이용하고 있는 시설이다.
만일 짚와이어의 두 개의 라인(남이섬 방향, 자라섬 방향) 중 한 개의 라인이라도 교량으로 인해 철거를 해야 한다면 장력의 문제로 인해 전체 시설물이 커다란 압력을 받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위험하게 돼 문을 닫아야만 한다.
짚와이어 수상 높이를 감안하지 않고 남이섬 북쪽 수역에 교량을 설치할 경우 이용객들의 안전에 중대한 위해요소로 작용해 운영중단은 피할 수 없게 된다.
더욱이 짚와이어 사업의 주체는 경기관광공사와 가평군, 남이섬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법인(자나라인주식회사)으로 지역 공공자원의 훼손과 더불어 지역경제에 큰 손실을 초래한다.
남이섬과 자라섬을 관통하는 교량이 생길 경우 발생하는 인근 지역의 상권 및 관광지의 경제적 손실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 관광의 중심지인 남이섬의 선박운항에 막대한 영향을 끼침에 따라 수용할 수 있는 입장객의 수가 한정되며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은 약 3.8조원으로 전망된다.
선박 운항 횟수가 줄어들면 남이섬으로 들어가는 최대 탑승인원은 약 34%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연 300만명에 달하는 남이섬 입장객 중 약 100만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0년 남이섬 입장객수와 같은 수치로 대한민국 관광의 신화를 이룬 남이섬이 약 10년 퇴행하는 꼴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가평지역 상권에도 치명적인 손해가 예상된다. 음식서비스, 숙박, 어촌계, 운수업체 등 지역사회 상권은 연 350억원의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며, 남이섬 등 관광지 영업손실은 연 23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또한 남이섬을 찾는 100여 국가의 외국인의 발길이 감소한다면 연 3000억원의 경제적 가치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연 100회 이상의 촬영 및 취재로 인해 전세계로 뻗어가는 한국 이미지 홍보효과의 경제적 가치는 연 100억으로 지자체를 넘어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교량이 건설된다면, 북한강을 중심으로 한 관광지 중 가장 입장객이 많은 남이섬은 물론이고, 인근 가평지역의 경관이 훼손된다는 점이다.
레저, 여행의 중심지인 가평군과 가평-춘천을 아울러 전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관광 1번지 남이섬이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50여년 전부터 지금까지 자연생태환경을 지켜오면서 문화예술관광지로 만들고자 노력한 결과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 면적대비 가장 많은 종과 개체수의 야생조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환경운동연합, YMCA, 유니세프 등 NGO가 섬에 상주하면서 그 가치를 알리고 있다.
자동차전용도로인 제2경춘국도가 남이섬과 근접해 교량이 건설된다면, 빛(가로등)과 소음으로 인해 더 이상 자연과 공생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물론, 다시 새롭게 자연생태환경을 소중히 지키는 문화예술관광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50여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비용은 감히 산정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남이섬 관계자는 7일 “현재 노선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언론을 통해 정보를 접할 수밖에 없는 남이섬(기업)의 입장에서는 KDI에서 검토 중인 노선이 기정사실 및 확정된 노선처럼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남이섬과 자라섬 사이를 관통하는 교량이 놓아질 경우, 자연환경 파괴 및 경관 훼손, 선박운항 어려움 및 안전사고문제, 더 나아가 관광사업의 존속문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포해양대학교 김철승 교수는 “남이섬과 자라섬 사이 수역은 대한민국에서 수상 혼잡도가 높은 지역으로 전국에서도 손에 꼽힌다”며 “선박 통항에 막대한 항해위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교량이 설치될 경우에는 항로설계기준, 관계기관 및 이용자의 의견수렴, 선박조종시뮬레이션을 통한 선박의 통항안전성 평가 등 해상교통안전진단 선행이 필수”라고 했다.
한편, 남이섬은 1965년 설립된 이래 54년간 자연생태환경을 소중히 지키면서 문화예술관광지로 사랑받아 왔다. 최근 5년간 연간 약 100여만명 이상(작년 기준 126개국)의 외국인을 포함해 약 300여만명이 방문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관광지로 지난 2017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바 있다. 국내 단일관광지로는 가장 많은 국가의 외국인이 방문하는 곳인데 이는 수려한 산림에 둘러싸인 북한강 일대의 난개발을 정부가 지속적으로 규제함으로써 청정환경이 잘 보존된 결과였으며, 수도권 2천만 국민들에게는 휴양쉼터로 사랑받고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한국의 강과 산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관광지로 호평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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