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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비보다 비싼 사교육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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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비보다 비싼 사교육비

[학부모님께 보내는 편지] <28> 9. 사교육비 지출은 헛돈 쓰기일 뿐인데

수행평가 테마를 사교육으로 정하여
설문 조사를 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던 학생이 찾아와서
자신이 조사한 바로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58만 원이었다고 말한 후
사교육 문제와 학습 방법 등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하였다.
한 달 사교육비 58만 원, 그것도
한 달로 끝난 것이 아닌 매달 58만 원.
그것도 평균이니 100만 원 넘게 쓴 학생도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1년에 1,000만 원 지출하는
학생이 2명이라면 2,000만 원.

이렇게 투자하여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면
그래도 슬픔과 괴로움 조금이라도 씻어낼 수 있겠지만
결국은 얻은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
결국은 시간과 돈만 낭비한 결과라는 사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내용 아닌가?
대학입시를 경험해본 학생이나 학부모와
1시간만 이야기 나누어보아도 확인할 수 있는 내용 아닌가?
학습법에 관한 수많은 책 중 한 권만 읽어보아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진실인 것 분명함에도
왜 이런 엉터리 생각 아직도 내던지지 못하는가?
사교육으로 성적, 조금 올린 경우가 있긴 한데 그 이유는
잘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잘 배웠기 때문 아니라
공부하는 시간이 이전보다 많아졌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사교육 받은 시간만큼 자기주도학습을 하였더라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지난 해 졸업한 대학 1학년이 된 제자가 찾아왔다.
방학에 뭐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계획 없다고 대답하기에
유럽 배낭여행 다녀오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화들짝 놀라면서 돈이 없노라 하였다.
고등학교 재학 때 사교육비 얼마쯤 썼느냐는 질문에
한 달에 50만 원 넘게 썼으니까 30개월만 잡아도
1,500만 원은 넘었을 것이라 말해놓고서
스스로도 놀라는 것이었다.
유럽 배낭여행 두 번이나 갔다 올 수 있는 돈이라 했더니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안타까워하였다.

아들딸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던 이유,
제자들에게 사교육 하지 말고
자기주도학습 하라 강조하는 이유는
사교육이 효과 없음을 확신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싼 사교육비 때문이기도 하다.
사교육비로 고통 받는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돈은 삶의 질을 결정한다.
누구도 돈을 싫어하지 않고 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그 많은 돈을 효과 없는 일에, 아니
바보 만드는 일에 쓴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50만 원 자전거 샀다 하면 깜짝 놀라며 부러워하고,
200만 원 해외가족여행 다녀왔노라 하면
돈 많아서 좋겠다고 부러워하면서,
돈 없어 가족 외식 한 번 제대로 못한다고 죽는소리 하면서
어찌하여 해마다 지출하는 사교육비는 아까워하지 않는 것인지?

묻고 싶다.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
배워서 얻은 지식인지,
아니면 책 읽으며 스스로 탐구하고 익혀서 얻은 지식인지.
부탁한다. 대학교에 가서 대학생들을 붙잡고
사교육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 조사해보라고.
100여 명을 조사해본 후에
사교육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라고.
옆집 아줌마나 사교육 관계자의 이야기 듣고 결정하지 말고
학습법을 연구했던 사람,
고등학교에서 입시를 지도했던 교사,
대학입시를 직접 경험한 대학생들 이야기 듣고 결정하라고.

"있는 돈 없는 돈 몽땅 털어서 공부시켰더니"
"모든 것을 포기하고서 학원에 보내놓았더니"
"빚내서 과외 시켜 주었더니"라는 말은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인정하는 말일 뿐이다.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돈을
외식비, 여행비, 문화생활비로 지출하면 커다란 행복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행복 기운으로 공부도 잘해낼 수 있다.
마당 쓸고 돈 줍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꿩 먹고 알 먹고.
일석이조, 일거양득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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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호

자기 주도 학습과 한자 공부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은 현직 고등학교 교사. <프레시안>에 '학원 절대로 가지 마라'라는 제목으로 글을 연재했다. <공부가 뭐라고>, <자기 주도 학습이 1등급을 만든다> 등의 저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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