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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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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사람들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RevoluSong]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가능성>

이제 [Revolusong] 연재도 거의 끝나간다. 남은 곡은 단 서너 곡뿐. 두세 곡씩 보내온 뮤지션들도 있었지만, 뮤지션별로 한 곡씩 소개하는 것이 가장 깔끔하기에 과한 욕심은 부리지 않으려 한다. 지금까지 연재를 진행하면서 가장 고마운 사람들은 역시 이 기획의 취지를 십분 이해하고 도와준 뮤지션들이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뮤지션들도 있었지만, 아직도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뮤지션들까지도 이 기획의 취지에 동의해 애써 곡을 만들고 연주하고 녹음하고 믹싱하고 마스터링까지 해서 보내주지 않았다면, 그렇게 작업한 곡을 여기에 공개하는데 동의하지 않았다면, 이 기획은 결코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문학이나 미술, 아니 그 어떤 예술도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지만, 특히 음악은 여러 차례의 기술적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작품이 탄생하지 못한다. 그래서 별도의 작업비를 주지 못하는데도 오직 이 연재의 취지만으로 선뜻 그 수고스러운 작업을 진행해준 뮤지션들이야말로 이 연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 음악을 업으로 살아가는 40여 팀의 뮤지션들은 이 코너를 통해 모두 각기 다른 장르와 스타일로 오늘의 현실을 노래하고 연주했다. 어떤 이는 직설적으로 대통령을 비판했고, 어떤 이는 코믹하게 대통령을 약 올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하기도 했으며, 미디어법과 4대강 사업과 용산 참사를 애타게 노래하기도 했다.

우리의 무관심과 좌절에 대해 말하기도 했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희망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록, 포크, 국악, 일렉트로닉, 펑크, 힙합, 그리고 헤비메탈까지, 거의 모든 대중 음악 장르가 동원되었으며 이는 인디 씬의 유명 뮤지션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힘을 보태준 결과였다.

물론 기존의 민중 가요 스타일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여기에 발표된 곡들이 모두 저항적이거나 비판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평소 저항적인 노래를 해왔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런 저런 집회에서 노래를 하긴 했지만 현실을 담은 노래를 거의 발표하지 않았던 이들조차도 비로소 자신의 사회적 목소리를 자신의 창작물로 드러냈다. 그리고 그 창작물들이 기존의 사회 비판적인 곡들과는 다른 장르와 스타일을 가짐으로써, 사회에 대해 발언하는 한국 대중 음악의 폭이 조금이라도 더 넓혀졌다는 점에서 이 기획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진보적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현안뿐만 아니라, 음악인 개인이 스스로 겪고 통감하는 사회에 대한 인식과 절망과 불만을 온전히 자신의 언어로 표출하는 곡들이 이렇게 단기간 내에 민중 가요 바깥에서 생산된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집권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창작 활동을 벌이고 있지는 못한 민중 가요의 빈틈을 인디 씬 안팎의 뮤지션들이 메웠을 뿐만 아니라, 한국 대중 음악에서 금기시되었던 사회적 발언을 좀 더 보편적이며 일상적인 것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기획은 한국의 뮤지션들의 변화를 증명하는 기록임과 동시에 성과로 평가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단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섰기 때문만이 아니라, 음악인들 역시 그만큼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곡이 40곡이나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획이 얼마나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고 파장을 일으켰는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낮은 조회 수와 거의 드문 리플로 기획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어찌되었건 뮤지션들이 기울인 노력에 비해 이 기획에 대한 반향이 많았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별도로 평가해봐야 하겠지만 이 기획은 이명박 정부 시기 음악인들이 자신의 음악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 애쓴 드물고 소중한 실천으로 평가받아야 하며, 비록 덜 급진적이고 덜 진보적인 면이 있었다 할지라도 이를 기점으로 더 많은 창작과 행동들이 촉발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지금보다는 좀 더 열띤 반응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하여 아직 말하지 못한 것들과 아직 말하지 못한 이들의 목소리가 계속 터져 나올 때, 한국 대중 음악은 굳이 '진보적'이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더욱 유쾌하고 진지하며 더욱 평범한 장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이 기획에 참여한 뮤지션들이 다함께 바라는 점이리라 믿는다.

▲ 인디 밴드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연재의 마무리에서 써야 할 말들을 미리 쓰며, 오늘은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가능성>을 소개한다. 대중 음악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잘 알고 있겠지만, 소규모아카시아밴드는 3장의 정규 음반과 1장의 비정규 음반을 낸 한국 인디 씬의 대표적인 뮤지션 가운데 하나다.

1집의 <So Good Bye>를 비롯한 여러 곡들이 널리 사랑받았을 뿐만 아니라, 음반을 낼 때마다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감행하는 이들은 인지도와 음악성의 모든 면에서 한국 인디 씬을 대표할만하다. 감성적이고 재기발랄한 인디 팝 스타일의 음악을 들려주던 소큐모아카시아밴드는 최근 드러머를 영입해 좀 더 노이지하고 록킹한 사운드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그 시도가 고스란히 새 앨범에 담기지는 못했지만, 오늘 소개하는 <가능성>은 그 변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곡이다.

일렉트릭 기타의 예스럽고 록킹한 연주를 중심으로 보컬이 낮게 읊조리는 모던 록 스타일인 곡은 다소 모호한 가사를 반복한다. 사람들이 왜 내게 거짓말을 하고, 사람들이 무엇을 '돈', '학교', '실수', 'TV', '라디오'라고 말하는지 분명하게 설명하지 않는 노래는 제목처럼, 수많은 해석의 <가능성>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세상을 움직이는 권력에 대한 질문과 답이건, 자신의 '믿음의 뿌리'에 대한 질문과 답이건, 혹은 또 다른 무엇이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멤버인 송은지는 명확한 비판보다는 다소 은유적이며 모호한 표현이 오히려 자신들에게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소규모아카시아밴드가 평소 잘 구사하지 않았던 어법의 음악을 들으며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명확한 리프와 리듬은 발랄하지만, 낮게 깔리는 질문은 중의적이다. 묵묵한 의심과 회의 속에 현실의 실체는 모습을 드러내고, 변화의 가능성은 한발 더 다가올 것이다.

<가능성>

사람들이 내게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사람들이 내게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사람들이 내게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사람들이 내게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사람들은 내게 돈이라 말했고
사람들은 내게 학교라 말했고
사람들은 내게 실수라 말했고
사람들은 내게 또 돈이라 말했고

하지만 내가 사는 세상은 다른 걸

오오오 오오 오오오

사람들이 내게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사람들이 내게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사람들이 내게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사람들이 내게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사람들은 내게 돈이라 말했고
사람들은 내게 티비라 말했고
사람들은 내게 라디오라 말했고
사람들은 내게 또 돈이라 말했고

하지만 내가 아는 세상은 다른 걸

오오오 오오 오오오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2009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매주 화, 목요일 <프레시안>을 통해서 발표될 이번 릴레이 음악 발표를 통해서 독자들은 당대 뮤지션의 날카로운 비판을 최고의 음악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기사 : "다시 음악으로 희망을 쏘아 올리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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