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박승 총재가 또 중앙은행 총재답지 못한 '함량미달'의 발언을 해, 한은총재를 즉각 교체해야 한다는 비판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우리나라는 많이 오른 곳이 16%에 불과"**
박총재는 27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스탠다드차터스은행 주최 컨퍼런스에서 "부동산 버블(거품)은 반드시 꺼질 것이며 상당한 피해자가 나올 것"이라며 "그러나 일본의 경우 부동산가격이 4배이상 상승했지만 우리나라는 많이 오른 곳이 16%정도인만큼 충격은 일본에 비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격을 다스리는 것은 중앙은행이 아닌 정부의 임무"라며 "중앙은행은 경기조절과 물가안정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경기를 잡으려고 중앙은행이 나설 경우 금리를 엄청나게 올려야 하며 이렇게 되면 심각한 불경기와 실업문제를 야기하게 된다"고 주장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일찍 나선 것은 다행"이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박총재는 또 "부동산투기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때문이라는 것은 과장"이라며 "한은이 금리를 동결했다면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눈 뜬 장님' 박승총재**
박승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과연 그가 중앙은행 총재인지, 재정경제부의 '남대문 출장소장'인지조차 구분이 안될 정도로 함량미달 발언이다. 발언을 통해 나타난 그의 함량미달을 세가지 측면에서 짚어보자.
첫번째, "일본은 부동산가격이 4배이상 상승했지만 우리나라는 많이 오른 곳이 16%에 불과해 버블 파열의 충격이 일본에 비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이 보여주는 황당한 현실인식이다.
박승총재가 인용한 16%라는 숫자는 아마도 한은 내부자료인듯 싶다. 한은 통계자료는 아파트만이 아닌 전국 모든 부동산값을 평균한 수치인만큼 언제나 현실감각과는 큰 괴리가 있다.
하지만 16%라는 숫자만 해도 대단한 위험수치다. 과거 70년대말에도 땅값이 연평균 20%가까이 폭등한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는 GNP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두자리 숫자를 기록하던 고성장 시대였던 반면, 지금은 물가와 성장률이 3~4%대에 머물고 있는 저성장시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16%라는 숫자 하나만 갖고도 한국은행은 '초비상 사태'를 선포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총재라는 분이 "버블 파열의 충격이 일본에 비해 크지 않을 것"같은 발언을 하고 있으니, 개탄스러울 뿐이다.
더욱이 일본의 경우는 1987~1991년 5년사이에 땅값이 4배 올랐다는 점을 숨기고, 이를 우리나라의 최근 아파트 상승률과 비교한 대목은 한층 어처구니가 없다. 의도적 여론조작 냄새까지 나기 때문이다.
박총재는 아파트투기가 심각한 사회문제화된 지난 13일 각계반대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를 단행한 뒤 "한은총재인 나는 현재 강북 은평구 단독주택에서 20년동안 생활중이다. 그러나 10년전이나 지금이나 값 차이가 없으며 팔려고 해도 안팔린다. 살 사람이 없다"며 "현재의 부동산 투기는 특정지역 특정계층의 부분적 현상으로 신행정수도와 재개발에 쫓아다니는 현상"이라고 말해 여론의 신랄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박총재는 지금 현실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조차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눈 뜬 장님'인 셈이다.
***"아파트투기 억제는 한은 임무가 아니다"?**
두번째,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격을 다스리는 것은 중앙은행이 아닌 정부의 임무이며, 중앙은행은 경기조절과 물가안정에 주력해야 한다"는 박승총재 발언의 개탄스러움이다.
현재 한은법이 규정하고 있는 한은의 최우선 목적이자 존립근거는 '사전적(事前的) 인플레 예방'이다. 대통령이나 정치권, 정부와 피 터지게 싸워서라도 인플레를 예방하라는 것이다. 박승총재는 한은총재이면서도 한은법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박승총재는 교묘하게 부동산-주식 등 자산거품과 물가를 분리하고 있다. 자산거품을 막는 것은 재경부등 정부 몫이고, 한은의 역할은 물가안정이라는 식이다.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폭등하는 아파트값이나 주가 거품이 물가안정을 해치는 제1주범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거나, 혹은 왜곡하고 있으니 말이다. 말 그대로 혹세무민이다.
박승총재는 한은법을 정면위배하고 있다. 이 자체만으로도 한은총재는 즉각 교체돼야 마땅하다.
더욱이 그는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일찍 나선 것은 다행"이라고 재경부를 향한 노골적 '아부성 발언'까지 했다. 한은의 독립성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박승 총재에게는 더이상 한은총재 자격이 없다.
***한은의 역할은 '시장에의 메시지' 전달**
세번째, 박승총재의 "부동산투기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때문이라는 것은 과장이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했다면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겠냐"고 한 발언의 한심함이다.
한은이 지난 13일 금리를 인하한 뒤 일주일 사이에 부동산값이 3.6%나 폭등했다. 주간단위로는 사상최고치의 폭등이다.
박승총재는 이 사실이 부담스러운지 궁색한 해명을 하고 나선 것이다. 한은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심리'가 지배한다. 특히 투기시장의 경우는 그러하다.
아파트투기 때문에 대다수 전문가, 특히 이례적으로 평소에는 금리인하를 요구해온 삼성, 현대 등의 재벌 경제연구소들까지 금리인하를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박승총재는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금리인하가 투기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정부의 투기억제 의지가 빈약하다. 안심하고 신나게 투기하자"는 것이었다.
금리를 통해 한은이 하는 가장 큰 역할은 '시장에의 메시지' 전달이다. 박승총재는 그러나 이같은 ABC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는 더이상 한은총재 자격이 없다.
***노대통령이 그린스펀 의장같은 분을 가지려면**
박총재 발언이 알려지자, 당연히 한국은행 사이트 게시판에는 비난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한은 사이트 오픈이래 가장 많은 '참여(?)'다. 불과 1년여사이에 아파트값이 2~3배 폭등한 서울 강남의 구체적 예등을 들며 모두가 분개하고 있다.
비난여론의 공통된 골자는 한마디로 압축가능하다. "박승총재를 자르라"는 것이다.
노대통령은 방미전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도 곧 앨런 그린스펀 미연준(Fed)의장과 같은 분을 갖고 싶다"고 말했었다. 노대통령의 소망은 당연한 것이고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이런 소망을 이루려면 현재의 박승총재를 갖고서는 안된다. 물론 한은총재의 '임기 보장'은 한은의 '독립성' 차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박승총재의 임기는 앞으로 2년 10개월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는 자격이 있는 한은총재일 경우에만 해당되는 준거틀이다.
스스로 한은총재이기를 포기한 박승총재에게는 임기 보장이 불필요하다. 아니, 도리어 임기 보장의 틀에 묶일 경우 한은의 독립성은 물론, 크게는 한국경제의 토대가 밑둥채 흔들릴 위험이 크다.
노대통령의 결단을 기다린다. 이는 아파트투기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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