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중앙대 명예교수(66)가 19일 차기 한은 총재로 내정됐다.
박선숙 청와대대변인은 "김대중대통령이 19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박 전 중앙대교수를 신임 한은총재로 내정했다"며 "박 신임 총재는 대통령 경제수석 비서관 등 풍부한 행정경험을 갖추고 있는 분"이라고 인선배경을 밝혔다.
전철환 현 한은총재는 오는 31일 임기가 만료되며 신임 박총재의 임기는 내달 1일부터 시작된다.
***'풍부한 행정경험'이 과연 발탁이유인가**
박승 내정자는 전북 김제 출신으로 이리공고와 서울대를 나와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한은 조사역과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관영신문인 서울신문의 논설위원(77~79년) 등을 거쳐 88년 노태우정부 출범후 청와대 경제수석과 20대 건설부장관을 지냈고 그후 대한주택공사 이사장 등도 맡았다. 현재는 공적자금 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박승 내정자는 이처럼 한은 출신으로는 이례적이라 할 정도로 많은 행정직 경험을 갖고 있다.
박선숙 대변인이 발탁 이유를 '풍부한 행정경험'이라 한 것도 이해가는 대목이다.
한은 재직시절, 그리고 경제학자로서의 박승 내정자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한 예로 양만기 투신협회장은 "68년 한은에 입행하니 박승씨는 대리급 조사역이었는데 신입행원들에게 한국경제 특강을 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전달하고 있어 감명이 오래갔다"며 "당시 그분이 지은 <한국경제론>이라는 책자는 특히 수험준비생들에게는 필독서였다"고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박승 내정자가 행정가로서 적임자였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잖다. 박승 내정자가 80년대말 청와대 경제수석 및 건설부장관 재직시 '부동산 거품'이 심각했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면에서 박승 내정자를 '풍부한 행정경험' 때문에 발탁했다는 청와대 발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정지역 싹쓸이 심각**
박승 내정자 발표를 접한 금융계의 또다른 반응은 '특정지역 편중현상'에 대한 깊은 우려다.
박승 내정자를 이번에 가장 강력하게 추천한 인사는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승 교수 내정으로 현재의 경제팀은 특정지역 편중이 한층 심화됐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심화된 지역편중 현상이다.
면면을 살펴보면, 진념 부총리는 전북 부안 출신으로 전주고를 나왔다.
장승우 예산기획처장관은 광주 출신이다.(고등학교는 경기고를 나왔다)
한덕수 청와대 경제수석은 전주 출신이다.(고등학교는 경기고를 나왔다)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전북 김제 출신으로 김제고를 나왔다.
손영래 국세청장은 전남 보성 출신으로 광주고를 나왔다.
전윤철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전남 목포 출신이다.(고등학교는 서울고를 나왔다)
여기에다가 박승 한은총재 내정자 역시 전북 김제 출신으로 이리공고를 나왔다.
이같은 경제팀의 지역 편중현상은 앞으로 경제팀의 임기가 정치적 외풍에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벌써부터 한은의 걱정은 적잖다.
***금통위원 경쟁률 20대1**
한은의 또다른 관심이자 우려는 오는 4월 세 자리가 비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에 누가 올 것인가이다.
현재 한은 안팎에서는 "금통위원 경쟁률이 20대 1을 넘는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로 이 자리들을 둘러싼 전직 재무관료, 경제학자들의 경합이 대단히 뜨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금통위에 해당하는 일본은행 정책위원회의 경우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의 정책위원들은 교수 2명, 시중은행장 출신 1명, 기업인 출신 2명, 연구소 출신 1명 등 100% 민간출신들로 구성돼 있다"며 "언제까지 우리나라 금통위원들이 전직 재무관료들로 채워져야 하는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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