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말이 있다.
그레셤이 처음 이야기했다 해서 그레셤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나쁠 악(惡)' '돈 화(貨)'의 '악화(惡貨)'는
나쁜 돈, 그러니까 '은(銀) 함량이 적은 돈'을 일컫고,
'좋을 양(良)'의 양화(良貨)는
좋은 돈, 그러니까 '은(銀) 함량이 많은 돈'을 일컫는다.
'몰 구(驅)' '쫓을 축(逐)'의 '구축(驅逐)'은 몰아서 쫒아낸다는 의미다.
나쁜 돈이 좋은 돈을 시장에서 쫒아낸다는,
나쁜 돈은 시장에서 유통되지만
좋은 돈은 금고로 들어가 유통되지 않게 된다는 이론이다.
정품은 판매되지 않고 복사품이나 짝퉁이 더 많이 판매되는
이상한 현상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말이 안 될 것 같고 거짓말 같지만 틀리지 않는 이야기임은
잠깐 주위를 둘러보기만 하여도 확인하는 것 어렵지 않다.
나쁜 물건이 오히려 좋은 물건을 몰아낸다는 이 논리는
좋지 않은 학습법이 오히려 좋은 학습법을 몰아내고 있는
오늘 우리 교육 현실을 그대로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좋은 사람만 살고 있는 세상 아닌 것처럼
올바른 정보만 돌아다니는 세상 또한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모든 정보를 진실인양 믿어버리고
엉터리 정보가 옳은 정보를 몰아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잘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배워야 성적이 향상된다는 이야기,
비싼 사교육비를 지불하면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이야기,
대학입시는 정보 싸움이라는 이야기,
영어는 어렸을 때 배워야 효과가 크다는 이야기,
선행학습을 받아야 공부 잘할 수 있다는 이야기,
사당오락 등 교육에 관한 상당 수 이야기는
엉터리 이야기이고 가짜 뉴스다. 그럼에도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거짓 정보를 진실인 양 받아들여버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짜인 경우도 있지만
부분만 가짜인 경우,
진짜와 가짜가 섞여있는 경우도 많다.
무조건 믿지 말아야 하고
자신이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따져보고 고민해서 결론 내려야 하며
가짜라는 판단이 서게 되면
미련 없이 과감하게 던질 수 있는 용기까지 있어야 한다.
심지 않았음에도 거둘 수 있는 것 없고,
땀 흘리지 않았음에도 얻게 되는 것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실력 역시 쉽게 쌓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몇 천 번 넘어지기를 반복해야만
비로소 스스로 설 수 있는 어린 아이처럼
넘어지고 깨어지고 부수어지는 과정을 거쳐야
실력 온전하게 쌓을 수 있다.
쉽게 실력을 쌓으려는 욕심은 도둑 심보다.
남의 물건 훔치는 사람만 도둑 아니고
땀 흘리지 않고 쉽게 실력을 쌓으려는 사람 역시 도둑이다.
실력 있고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고 훌륭한 교수법을 지닌 선생님일지라도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학생,
공부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한 학생의 실력까지 키워줄 수는 없다.
어떤 선생님 강의 듣기만 하면 성적 올라갈 수 있다는,
어떤 학원에 다니기만 하면 성적 올릴 수 있다는,
좋은 정보만 있으면 원하는 대학 갈 수 있다는 가짜 뉴스에
이제부터라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가짜 정보에 귀 기울이지 말아야 하고,
남들이 장에 간다 할지라도 따라가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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