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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방미수행단에 금융인만 빠진 사연은?

[데스크 칼럼] '금융 홀대'인가 '금융 적대감'인가

올 들어서만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2조원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종목인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주식보유비율이 연초의 60%에서 지금은 50%로 크게 낮아졌다. 증시가 맥을 못추는 것도 당연하다.

외국인들이 우려하는 최대악재는 역시 '북핵'이다. 한 외국계 펀드매니저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장기투자가들은 아직 본격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단기차익을 노리는 숏텀 투자가들은 북핵 때문에 불안하다며 많이 빠져나가는 추세다. 김정일도, 부시도 불안하다는 이유에서다. 북핵문제가 분명한 해결 기미를 보일 때까지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외국인투자가 유치에 적극 나섰다. 그런 대표적 예가 노무현 대통령의 오는 11일부터 시작되는 방미때 재계 및 경제부처 인사들의 대거 수행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직한 재계인사 수행단을 보면, 이건희 삼성회장, 구본무 LG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회장 등 이른바 '빅 3'를 비롯해 포스코, 효성, 한화, 대한항공, 두산, 동양, 대림, 코오롱, 삼환, 삼양사, 풍산 등 내로라 하는 재계총수들과, 휴맥스, 로커스, 다음 등 간판급 벤처기업의 CEO 이름들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다가 손길승 전경련회장을 비롯한 경제5단체장과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등 경제부처장관과 청와대 유관 수석비서들도 수행할 예정이다.

노 대통령과 이들은 미국에 도착한 첫날인 11일 노대통령 취임후 첫 만찬을 갖는 데 이어, 12일에는 뉴욕 증권거래소 방문을 시작으로 뉴욕 금융계인사들과 만나고, 13일에는 미 상공회의소 및 한미 재계회의 공동주최 오찬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어 14일 한미정상회담후에는 15일 샌프란시코에서 서부지역 미국 경제인들과, 16일에는 실리콘밸리의 인텔사를 방문할 예정이다.

외형상 민-관이 합동으로 외자유치 총력전을 펴는 것처럼 비친다. 중요한 것은 그러나 이같은 노력이 정작 투자유치대상인 외국투자가들에게는 어떻게 비치고 있는가이다.

***"방미단에 왜 금융인만 한명도 없나"**

대형펀드를 운용중인 외국인 펀드매니저가 이런 지적을 했다.

"이번에 미국을 가는 재계인사 면면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왜 금융인이 한사람도 없느냐는 거다. 물론 금융인이 안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 금융중심지인 월가를 방문한다고 하면서 재벌총수들만 우루루 데리고 가는 것은 모양새가 어색해도 한창 어색해 보인다.

한국의 금융산업이 제조업보다 형편없기 때문인가. 하긴 요즘 한국금융이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가에서는 IMF사태를 겪으면서 한국의 여러 산업 가운데 그래도 금융, 그중에서도 특히 은행산업이 투명성이나 시장중시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가장 선진화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에 최근 SK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 한국의 재벌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정부가 재벌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그런 마당에 한국대통령이 월가를 방문해 국제금융투자가들에게 한국에 대한 투자를 호소하면서 옆자리에 재벌총수들과 경제관료들만 배석시킨다는 것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봐도 모양새가 어색해 보인다. 말로는 외국투자를 유치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외국투자가는 안중에 없고 '국내용 전시행정'을 하는 게 아니냐는 느낌까지 들 지경이다."

***"금융에 대한 적대감이 읽힌다"**

국내 금융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은듯 싶다.

한 국내 투신운영사 대표도 앞의 외국 펀드매니저와 비슷한 지적을 했다.

"새 정부 경제팀의 두드러진 특징중 하나가 '금융 홀대' 또는 '금융에 대한 적대감'이 아니냐는 얘기가 여의도 금융가에서 나돈 지 오래다. 대통령의 방미 수행단에 금융인들이 철저히 배제된 것만 봐도 그렇다. 아무리 전경련이 수행 경제인들을 모았다 할지라도, 청와대나 경제부처에서 이런저런 금융인도 끼어넣어라 할 수 있는 게 아니겠나. 그래도 월가와 가장 얘기가 잘 되는 이들이 금융인들인데 말이다.

금융에 대한 새 정부의 부정적 시각은 인수위 시절 동북아허브 주장이 제기되자 암참(주한미상공회의소)이나 맥킨지 등 외국계가 '한국이 가장 앞선 금융이 동북아허브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했을 때 보인 시니컬한 반응을 통해서도 감지할 수 있다. 금융 하면 마치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이나 불순한 동기를 가진 외세인 양 여기는 시각이 정부내에 존재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최근 감사원 감사를 받은 한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임원은 이런 얘기도 했다.

"감사원이 이번에 감사하는 것을 보니 정부기관과 은행의 차이점을 구분 못하는 것 같더라. 한 예로 임원의 접대비 내역을 들면서 왜 골프접대비로 1백만원을 썼냐고 따지더라. 접대한 손님은 우리 은행에 연간 수십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는 큰 손이다. 수십억원을 벌기 위해 1백만원을 쓴 게 잘못인가. 이렇게 사사건건 따지고 들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장사하는 것만은 막지 말았으면 한다.

다른 은행 얘기를 들으니 왜 외국계 컨설팅회사에게 거액을 주고 컨설팅을 맡겼냐고 따졌다 하더라. 내가 알기에 그 은행은 외국계 컨설팅사에 지난 몇년간 수백억원을 주고 컨설팅을 받으면서, '정부가 아무리 막으려 해도 대우사태가 금명간 터질 것'이라는 등 월가의 고급정보들을 미리 획득해 조원대의 천문학적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 왜 컨설팅비용을 외국계에 많이 주느냐고 따지면 할 말이 없어진다.

만약 이런 얘기를 외국투자가들이 들으면 한국을 어찌 보겠나. 걱정되는 상황 전개다."

***블룸버그가 왜 대선막판에 노후보를 지지했었나**

최근 국내 금융계는 노무현 정부가 국정원장 임명을 끝으로 주요 정부기관에 대한 인사를 마침에 따라 산하 공기업과 공적자금이 투입되거나 정부지분이 있는 은행 등에 대한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소문으로 뒤숭숭하다. 누가 찍혀 곧 짤린 데더라, 그 자리에는 모 정부인사가 내려 온다더라 하는 식이다. 고유명사들까지 구체적으로 나돌고 있다.

지난해 대선 막판의 일이다.

월가의 시각을 대변하는 블룸버그 통신이 일반의 예상을 깨고 노골적으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고 나서 노후보의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 당시 블룸버그가 노후보를 지지한 이유는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면 재벌시대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고, 노후보가 당선되면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이어받아 최소한 금융에 관한한 시장주의를 이어갈 것"이라는 것이었다.

블룸버그의 공개지지는 노후보에 대한 국내 오피니언 집단내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그결과 선거막판 여의도 금융시장내에서는 노후보 지지세가 압도적이었다. 한 대형은행의 행장은 대선직후 만난 자리에서 "선거막판 정몽준의 지지철회로 노후보가 떨어지는 줄 알고 투표일 새벽까지 잠이 안오더라"며 노후보 당선에 큰 만족과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여의도 금융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한국금융은 지금 카드대출 부실, 가계대출 부실, SK분식회계 사건 등으로 어려운 처지에 몰려있다. 그러나 제2의 IMF사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 내용은 과거에 비교할 때 크게 견실해졌고, 시장주의 원칙에 충실해진 것도 엄연한 객관적 사실이다.

집권 8년간 미국경제를 호황으로 이끌었던 미국의 빌 클린턴은 대통령재직시절 공식업무가 끝난 밤에 백악관에서 자정이 넘도록 금융인, 경제학자 등과 토론을 하기로 유명했다. 또한 당시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은 앨런 그린스펀 미연준(Fed)의장과 매주 정례회동을 갖고, 정책을 취하기 전에 그 정책이 금융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 것인가에 대해 시장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은 뒤 정책 집행여부를 최종결정했다.

시장을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 대신에 시장의 '의견'을 중시하겠다는 경제팀의 사고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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