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 특별대담에 이어 13일 국무회의에서도 다시 한 번 5당 대표 회담을 촉구했지만, 자유한국당은 대통령과 자당(自黨) 대표가 1대1 회담을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야정협의체와 관련해서도 기존의 5당 상설협의체 대신 교섭단체 3당만 참여하는 별도 여야정협의체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충북 제천에서 농가 일손돕기를 한 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당이 함께 모여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나누다 보면 초점이 흐려지고 정말 논의돼야 하는 내용이 논의될 수 없다"며 "1대1 대화로 진지하게 논의해야지, 과거와 같은 보여주기식 회담은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바른 회담"을 해야 한다고 했던 황 대표는 이날도 "잘못된 전철을 밟는 것은 바르지 않다"면서 "대통령과 격의 없는 1대1 대화를 통해 경제와 민생을 살리고 안보를 지켜낼 저희 생각을 말씀드리고, 대통령 의견도 들어서 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협력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황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12일, 13일에 이어 사흘 연달아 나온 것이다. 그는 전날 경북 구미에서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저와의 단독 만남을 피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청와대가 온갖 핑계를 대며 거부하고 있다"고 했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교섭단체 3당의 여야정협의체를 거부하고 5당의 '범여권협의체'를 고집하고 있다"고 문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그런 기준이라면 지금 국회 내에 있는 민중당, 대한애국당은 왜 포함을 안 시키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정국을 풀기 위한 것이 이번에 대통령께서 국회의 제 정당을 만나는 의도일 것인데, 진정 그런 의도라면 당연히 교섭단체 대표를 만나는 여야정협의체가 돼야 한다. 순리대로 풀자는 우리의 주장에 대해 문 대통령은 한 마디로 옹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이념 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황 대표는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의 어려운 국민에게 지급하려던 식량이 군으로 들어가거나 다른 데 쓰이는 일이 많이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했고, 나 원내대표는 "이 정권이 낡아빠진 사회주의 경제에 심취하고 있다"고 했다.
전날 문 대통령이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며 "분단을 정치에 이용하는 낡은 이념의 잣대는 그만 버렸으면 한다"고 한국당을 간접 비판한 데 대한 반격도 나왔다.
황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그동안 낡은 잣대만 갖고 과거로 돌아가는 행태를 보였다"며 "저도 민주당으로부터 막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내 편 네 편으로 국민을 갈라치는 정권이야말로 대립과 혐오 정치의 주범"이라며 "북한을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낡은 정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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