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지도부 회동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회담 형식을 문제삼으며 1대1로 만나자고 요구해 회담 성사에 진통이 예상된다. 청와대는 형평성을 이유로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쳤고 한국당을 뺀 여야 4당도 조건 없는 회동을 촉구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1일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가 1대1 회담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힌데 대해 "정당별로 1대1로 만나면 되지 않느냐"며 "그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도 "지금 국정현안에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일방적 설명만 듣고 오는 '일대다' 대담이 아닌 '일대일' 대담이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가 1대1 회담 형식을 요구하는 속내는 문 대통령과 국정 현안을 놓고 논쟁하는 유일무이한 야당 대표라는 인식을 심어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후폭풍 정국을 수습하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외교안보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에 다른 야당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대담에서 "패스트트랙 문제같이 당장 풀기 어려운 문제는 주제로 하기 곤란하다면 이번 식량 지원 문제, 또는 안보 문제에 국한해서 회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야 지도부 회담을 제안했다. 청와대는 다음날인 지난 10일 여야 5당 지도부와 접촉해 회담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회담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제1야당인 한국당은 대통령과의 회담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1대1 회담' 형식이어야 한다며 역제안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회담 의제를 다양화하자는 요구는 수용하면서도, 1대1 회담은 당초 취지와 맞지 않고 다른 정당 대표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1대1 회담은) 받을 수 없다"며 "옛날 영수 회담 시절 얘기인데 당시 DJ 같은 경우 당 총재를 겸하고 있을 때고, 지금은 다른 당도 있지만 원내 교섭단체도 있고 이해찬 대표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구나 (황교안 대표가) 원외인데 하자고 하는건..."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서면 논평에서 "황 대표는 1대1 방식을 주장하며 몽니를 부리지 말라"면서 "홍준표 전 대표를 흉내 내다가 혼자만 소외되고 외톨이가 되는 상황을 초래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황 대표의 1대1 방식 주장은 다른 정당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사고이자,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밝혔고,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여섯 사람이 머리를 맞대는 방식이 경색된 정국을 푸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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