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장기화 조짐에 초조해진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2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시리아와 이란을 맹비난하고 나서, 향후 이라크전이 중동전으로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이날 펜타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야간투시경과 같은 군수품과 물자, 장비가 시리아로부터 이라크로 보내지고 있다"며 "이런 공급은 곧바로 (미-영) 연합군의 생명을 위협하는 만큼 우리는 이를 적대행위로 간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시리아 정부는 이같은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무장한 이란 혁명군 병사들이 이라크와의 접경지역으로 근접하고 있다"며 "이란군이 이라크 영내로 들어와 미군의 행동을 방해할 경우 적의 전투원으로 간주하겠다"고 말했다.
***시리아, "이라크에서의 미군 전쟁범죄 호도하기 위한 것"**
이같은 럼즈펠드 주장에 대해 시리아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시리아 외무부는 이날 장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도널드 럼즈펠드가 시리아로부터 이라크로 물자가 공급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그의 군대가 이라크에서 시민들에게 행한 짓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군은 현재 이라크에서 비무장한 시민들에 대한 추악한 전쟁범죄를 자행해 수백명의 어린이와 유부녀가 살해되고 집이 파괴됐다"고 반박했다.
성명은 이어 "신속하고 깨끗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던 미국의 예상이 빗나가자 럼즈펠드는 그의 군대의 실패를 다른나라들이 이라크를 돕고 있다고 호도함으로써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리아의 모하마드 사이드 알 사하프 정보장관도 이날 레바논의 LBC TV와의 인터뷰에서 "그 어떤 군수장비도 이라크로 보내진 적이 없다"고 미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란과 시리아는 시아파와 밀접**
미국의 이같은 시리아-이란 적대시는 전쟁 장기화 위험에 따른 미국의 초조감을 드러내는 것인 동시에, 시아파와 밀접한 이란과 시리아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로 해석돼 주목된다.
이란은 시아파를 국교로 삼고 있는 중동최대의 시아파 국가다.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은 이라크, 북한과 함께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이라크를 친 다음에 이란을 친다는 계획을 여러 차례 천명해왔다.
시리아는 수니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시아파는 전체 인구의 10%밖에 안되는 나라다. 그러나 시리아의 젊은 대통령 아사드(37)는 시아파 신자이자 대표적 아랍민족주의자로, 이스라엘을 계속 공격하고 있는 이슬람 시아파 무장조직 히즈블라에 영향력이 큰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시리아는 아랍국가중 유일한 안보리 회원국으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일관되게 반대해왔다.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은 지난 27일 레바논신문 아사피르와의 인터뷰에서 "미-영군은 이라크 전역을 제압하는 데 실패할 것이며, 아랍세계 전체로부터 민중의 저항을 받게 될 것이며 이런 저항은 이미 시작됐다"며 '중동 민주화'를 앞세워 침공을 정당화한 미국을 성토했었다.
***부시의 외교 아마츄어리즘이 초래한 필연적 귀결**
따라서 럼즈펠드 미국방장관이 이번에 시리아와 이란을 '잠재적 적대국가'로 몰아세운 발언을 한 이면에는 시아파에 대한 적개감이 숨겨져 있으며, 향후 전쟁대상을 시아파로 삼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기도 하다.
미국은 당초 이라크 침공시 이라크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시아파가 자신들을 '해방군'으로 받아들이면서 전쟁을 조기에 끝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으나, 이라크내 시아파 종교지도자들이 '항전'을 지시하는 종교령을 내리는가 하면 남부 시아파 이라크인들이 격렬한 저항을 하면서 전쟁이 장기전 양상으로 돌입하자 시아파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보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외교전문가들은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제기된 데에는 부시가 애초 '악의 축'으로 이라크와 이란을 함께 지목함으로써 시아파로 하여금 "이라크 다음은 이란이 아니겠냐"는 위기감을 갖게 만든 대목 자체를 미국의 패착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시정권의 외교 아마츄어리즘이 스스로를 늪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는 분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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