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이 이번 주내 소환돼 사법처리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검찰이 19일 최 회장이 계열사간의 부당내부거래에 직접 개입한 증거, 이른바 '3.26 문건'을 확보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은 SK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3.26 작전’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SK 최태원 회장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 검찰이 확보한 SK그룹 내부거래 `시나리오' 문건은 최 회장의 그룹 지배권 강화를 위한 치밀한 사전계획을 담고 있다.
검찰에 의하면, 최 회장은 보유중인 워커힐 호텔의 비상장 주식을 활용해 주식 맞교환 등을 통해 SK㈜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한다는 등의 계획을 입안해 실행을 주도해왔다.
이 내부거래 문건은 최 회장과 SK그룹 구조조정본부 주도로 기획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SK 구조본이 3.26 작전 주도**
지난해 초까지만해도 최 회장은 49%의 지분을 확보한 SK C&C(구 대한텔레콤)라는 계열사를 지주회사로 삼아 SK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회장이 비밀문건을 작성하면서까지 부당내부거래를 시도한 이유는 그동안 재계가 폐지를 주장해온 ‘출자총액제한제도’ 때문이었다.
이 제도대로 하면 SK C&C가 SK에 대해 갖고 있는 지분의 의결권이 대폭 축소된다. 따라서 SK그룹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출자총액제한제도가 본격 실시되던 지난해 4월1일이 되기 반년 전부터 비밀리에 문건 작성에 착수, 최 회장의 SK㈜에 대한 지배력 약화를 방지하기 위한 세 가지 방안을 마련했다.
SK측은 출자총액제한제가 실시되기 5일전인 지난해 3월26일 보고서에 제시된 3가지 방안중 최 회장이 보유한 워커힐호텔 주식과 SK㈜ 주식을 맞교환하는 방안을 채택, 실행에 옮겼다.
현재 검찰이 중점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는 부분은 당시 SK그룹이 채택했던 지배권 확보를 위한 주식 맞교환(스와핑) 방식이다. 당시 최 회장은 SK㈜에 대한 지분 10%를 보유한 SK C&C를 통해 그룹을 간접 지배해왔지만 출자총액제한제 실시로 지분율이 2%로 낮아지면서 지배력이 약화될 상황에 처해 있었다.
출자총액제한제는 "각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에 대해 갖고 있는 지분 중 순자산의 25%를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시행되면 SK C&C가 10%나 갖고 있는 SK(주) 지분중 상당부분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순자산이 1천3백18억원에 불과한 SK C&C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은 대략 3백30억원. 이를 당시 SK(주)의 시가(주당 1만7천원)로 계산하면 2% 수준으로 축소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당시 보유하고 있던 워커힐호텔 주식 3백25만주(40.7%)를 SK C&C에 넘기는 대신 SK C&C가 갖고 있던 SK(주)의 주식 6백46만주(5.08%)를 받았다. 이를 통해 최 회장은 SK(주)의 지분을 5.2%로 늘리며 최대주주가 됐다.
***내부문건에도 부당내부거래 내용 적시돼 있어**
검찰은 "1주당 자산가치(SK 4만5천원,워커힐 3만원)나 수익가치(SK 2만원,워커힐 1만원) 측면에서 SK(주)가 높은데도 이들은 워커힐호텔 주가를 SK의 2배로 부풀려 거래했다"고 말했다.
문건 내용에는 현재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워커힐호텔 비상장 주식의 적정가격에 대한 SK그룹 자체의 평가액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주식 맞교환때는 워커힐 주식이 SK㈜보다 높다고 자체 평가했지만 실제 가치는 정반대라고 검찰은 보고 있으며, 문건에도 SK㈜ 주식의 가치가 워커힐 주식 가치보다 2배 정도 높다는 검찰의 분석과 일치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 비밀분건은 SK그룹이 SK㈜ 주식의 가치가 워커힐보다 높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의로 저평가하거나 워커힐 주식을 고평가하는 방식으로 주식 맞교환이라는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를 한 사실을 보여주는 `물증'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 소환조사한 SK그룹 재무담당 임원 및 경영진 상당수로부터 "최 회장 지시로 워커힐호텔 주식과 SK㈜ 주식을 맞교환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회장 소환되면 누가 희생양될까'까지 기록돼 있어**
한편 검찰은 SK그룹이 검찰수사에 대비, 법무팀에서 예상질의와 답변을 정리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1백여쪽 분량의 `검찰대책' 문건도 압수, 작성 경위 등을 캐고 있다.
대책문건은 SK구조본과 또 한군데 계열사에서 똑같은 내용으로 두 개나 발견됐는데 이 문건에는 검찰의 소환이 있을 경우 최태원 회장을 배제하고 누가 희생양이 될 것인가 등에 대한 대책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압수수색과 함께 소환된 SK 임원 중 한 명은 대책문건 작성을 인정하고 "누구의 지시를 받고 만든 것이 아니라 혼자 만들어 본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문건 자체가 상당히 체계가 갖춰져 단순히 임원 한 명이 심심풀이로 만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SK그룹 이외에 다른 재벌들에게 수사를 확대할 것인지는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부당 내부거래를 통한 편법 증여가 SK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 이후라도 다른 재벌 오너 일가의 편법 상속.증여 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보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