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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시작된 게 아니냐"

재계, 검찰의 SK 전격수사에 초긴장

검찰이 SK그룹 구조조정본부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하고 최태원 SK회장에 출국금지를 시키는 등 '고강도 수사'를 펼치고 있어 재계가 초긴장하고 있다.

검찰은 17일 최태원 SK(주) 회장을 배임 및 부당내부거래 혐의로 출국금지시키는 등 SK경영진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수사는 표면적으로는 지난달 8일 참여연대가 SK증권과 J.P.모건 사이의 이면계약과 관련해 최태원 회장과 손길승 회장 등 SK 경영진을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해온 데 따른 것이다.

참여연대는 당시 "SK그룹이 지난 99년 SK증권을 살리기 위해 JP모건과 이면계약을 맺은 뒤 이를 이행하기 위해 SK글로벌의 돈을 끌어다 써 이 회사에 1천78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면서 "최 회장 등은 당시 SK글로벌의 임원이었으면서도 회사에 손실을 끼친 만큼 배임혐의를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고 고발했었다.

***"전쟁이 시작된 게 아니냐"**

그러나 검찰은 참여연대의 고발내용외에 이번 수사에서 최 회장에게 부당내부거래 혐의까지 포함시켜 재계를 경악케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3월 보유중인 워커힐호텔 주식 60만주(7.5%)를 2백42억9천만원(주당 4만4백95원)에 SK글로벌에 넘기는 한편 나머지 3백25만주(40.7%)는 SKC&C가 보유하던 SK(주)의 주식 6백46만주(5.08%)와 맞교환했다. 최 회장은 이를 통해 보유하던 워커힐호텔 주식 48.2%를 모두 처분하는 대신 SK(주) 지분 5.08%와 현금 2백42억9천만원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SK계열사들이 당시 수익가치가 주당 1만원선이었던 비상장기업 워커힐호텔 주식을 시가보다 높게 평가하는 방법으로 최 회장이 부당한 이득을 취했는지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검찰의 전격적인 수사가 단순히 참여연대의 고발에 따른 차원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그 동안 검찰이 재벌그룹에 대해 이처럼 갑작스럽게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한 사례가 없고 수사착수 시점이 노무현 정권이 출범하기 불과 일주일 앞둔 미묘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정권 차원의 재벌 손보기'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참여연대가 고발한 사건에 대한 수사라면 그룹 총수인 최태원 SK(주) 회장을 비롯해 회사임원 17명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50여 명이 넘는 수사관을 동원해 동시다발적으로 예고없는 압수수색을 실시해야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다. 이날 압수수색을 실시하기 전 대검 수뇌부에게도 사전에 보고됐으며 압수수색 때 형사 9부 외의 다른 형사부와 대검 중수부 직원들까지 동원됐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손길승 SK그룹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장에 취임한 직후 수사가 시작됐다는 점도 재계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손길승 회장이 전경련회장 취임후 노무현 당선자를 찾아 사과하고 노 당선자가 이를 받아들이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노 당선자의 재벌개혁 의지는 변함없음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한 재계 관계자는 "전쟁이 시작된 게 아니냐"고 긴장감을 숨기지 못했다.

이같은 재계 분석에 대해 노무현 당선자의 핵심측근인 문재인 민정수석 내정자는 1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검찰의 수사착수 사실을 사전에 전혀 몰랐다"며 "새정부와는 전혀 상관없이 검찰의 독자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무관함을 주장했다. 그는 "이번 수사에 관한 언론보도를 보고 사후에 경위를 알아보니 검찰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수사를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문 내정자는 이어 다른 재벌그룹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SK는 참여연대 고발사건에 대한 혐의를 수사하는 것이며 다른 것을 기획해서 하는 것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G,한화,두산,삼성 등 초긴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는 과연 이번 검찰수사가 SK 한곳에서 그칠 것인지를 의문시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 "스크린 차원에서 다른 대기업에 대해서도 지분변동 현황 등을 검토한 적은 있다"고 밝혀 SK그룹 수사가 끝난 뒤 다른 대기업도 수사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시민단체와 법조계에서는 '재벌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해온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곧 취임하는 데다 다른 대기업들도 이와 비슷한 형태의 내부자 거래를 해온 것으로 알려진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검찰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다음 대상이 누구냐며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SK그룹에 대한 수사가 최근 참여연대의 고발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재 참여연대가 고발상태인 LG, 한화, 두산 등 주요 그룹들은 대책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별도로 후계상속 과정에 있는 삼성그룹 등도 이번에 최태원 회장에게 적용된 상속.증여 관련 부당 내부거래 혐의가 자신들에게도 적용되는 게 아니냐며 크게 긴장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재계는 검찰의 이번 수사가 노무현 당선자의 대통령선거 승리후 전경련을 통해 계속된 '사회주의 발언'과 '재벌개혁 저항'의 필연적 결과가 아니겠냐며, 앞으로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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