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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사랑한 남자는 중국에 그렇게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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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사랑한 남자는 중국에 그렇게 빠졌다

[최재천의 책갈피] <중국을 사랑한 남자>, <그림으로 보는 중국의 과학과 문명>

조지프 니덤과 난징 출신의 루구이전(魯桂珍)이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사랑에 빠진 건 1938년. 니덤의 부인 도로시가 집을 비운 사이, 두 사람은 좁은 싱글 침대에 나란히 누워 그 16세기의 방 안에서 함께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나저나 당신 이름 쓰는 법 좀 알려주지 그래? 한자로 말이야." "담배는 한자로 뭐지?" 그녀의 감독을 받으며 니덤은 자기 일기장에 '香煙(향연)'을 썼다.

두 글자는 모두 열아홉 번 획을 그어서 적은 것이었는데, 상응하는 영어 단어 'fragrant smoke'에 비해 훨씬 더 아름다운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니덤은 문득 깨달았다.

그는 등을 뒤로 기대고, 자기가 적은 글씨를 바라보았다. 그토록 낯설고 멀리 떨어진 사람들의 언어를 직접 적어 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한자를 적는 순간, 멀리 떨어진 문 하나가 갑자기 그의 앞에서 열리기 시작했다. 전적으로 낯선 세계로 통하는 문이.

"정말이지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루구이전은 이렇게 회고했다. "그가 내게 말했다. 자기는 이 언어를 반드시 배우고 말겠다고. 죽는 한이 있어도 그러겠다고 말이다!"

고대 및 중세 중국의 놀라운 창의력과 자아에 대한 통찰력은 니덤에게 두 가지 기본적인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첫째, 어떻게 해서 중국인은 다른 문명을 그렇게 앞설 수 있었는가? 둘째, 그런데 왜 중국인은 수백 년간 세계의 다른 지역을 앞지르지 못했는가?" '니덤 문제(Needham question)'다. 이것이야말로 중국과 중국 역사를 규정하게 될 수수께끼였다. 그리고 전 세계의 학계에서 보기에, 이것이야말로 니덤을 규정하는 데에도 역시나 도움이 될 수수께끼였다. 이러한 질문과 답변이 곧 <중국의 과학과 문명> 프로젝트가 됐다.

<중국의 과학과 문명>은 원래 전 7권으로 간행될 예정이었지만, 1954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60여 년이 넘는 기간 총 25책이 간행되었고, 니덤의 사후에도 공저자의 노력으로 계속 간행 중이다.

올 3월 간행된 사이먼 윈체스터의 <중국을 사랑한 남자>는 니덤의 전기다. 아직까지 <중국의 과학과 문명>은 한국에 제대로 번역되지 못하고 있다. 함께 읽어야 할 책으로는 1993년 번역된 로버트 템플의 <그림으로 보는 중국의 과학과 문명>이 있는데, 원제는 <The Spirit of Chinese Invention : 100 World Firsts>. 1989년 두 사람은 결혼했다. 2년 뒤 루구이전이 사망했다. 1995년 니덤도 세상을 떴다.

▲ <중국을 사랑한 남자>(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박중서 옮김, 사이언스북스), <그림으로 보는 중국의 과학과 문명>(로버트 템플 지음, 조지프 니덤 엮음, 과학세대 옮김, 까치)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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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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