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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소비, 절대량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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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소비, 절대량을 줄여야 한다

[초록發光] 에너지 효율 혁신과 에너지 전환

4월의 산이 내뿜는 연두색은 파란 하늘 아래 더욱 빛이 나곤 했다. 그런 봄의 색이 주는 향연을 이제는 보기가 어려워졌다. 시각만이 아니라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는 범 국가기구를 통해 해결해야 할 국가적 사안이 되고 있다. 중국발 원인도 있기는 하지만 국내 배출원에 대한 대책 없이 미세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판단 하에 시민사회에서는 최대 배출원 중의 하나인 석탄 화력발전 감축, 경유차량 교통량 저감을 위한 경유세 인상 등 에너지 관련 정책 수립 및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에너지원의 전환을 통해 에너지 사용 과정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 이런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에너지원 전환에 앞서 미세먼지 문제를 보다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량을 절대적으로 절감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OECD 선진국들에서는 2000년대 이후 경제 성장과 에너지 소비가 탈동조화를 보이면서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고 있었지만 한국은 지속적인 증가를 보이고 있었다. 에너지원단위 역시 OECD 35개국에서 33위를 기록할 정도로 에너지 효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낮은 에너지 효율은 해마다 증가하는 에너지 공급 계획을 불가피하게 만들었고 왜곡된 에너지 세제 하에서 석탄 발전 증설을 결과했던 것이다. 경유차를 전기차로 바꾸어 미세먼지 배출량을 저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유나 전기 수요를 절대적으로 낮추는 에너지 효율화, 에너지 절감 정책이 더 중요한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도 에너지 효율화 정책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가 에너지효율 혁신 전략을 올 상반기에 수립할 것임을 공표한 바 있다. 에너지 전환 정책을 표방한 지 2년여가 흘러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효율화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번 정부가 스스로 '에너지 전환'을 표방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이 전략은 '탈원전 로드맵'과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 발표된 시점에 이미 마련되어 있어야 했다. 에너지 전환 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영국, 덴마크나 독일 등의 에너지 정책을 보면 정책의 두 기둥은 '에너지 효율화를 통한 에너지 소비 절대적인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였다. 에너지 전환 정책의 배경이 되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서는 에너지원의 '전환' 이전에 사용하는 에너지량의 절대적 감축이 병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에너지 소비 추세를 유지하면 재생에너지원으로 전환해도 재생에너지 설비 증가가 이어질 것이고 이들 설비 증가에 들어가는 에너지 증가로 온실가스 저감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까닭에 전환을 표방한 국가들에서는 전환 정책의 장기 목표로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와 아울러 에너지 효율화 목표치도 명시해두고 국가 혁신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전환 정책으로 추진되는 효율화 정책은 또한 일자리 창출 전략의 차원에서 강조되고 있기도 하다. 2018년 9월 발표된 '미국에서의 에너지효율화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효율 산업이 미국 에너지 관련 산업 전체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일자리 중 31만5578개가 에너지 효율에 관한 것으로 2017년에만 약 10% 증가했다고 한다. 에너지 효율 일자리는 미국 내 화석연료 부문 일자를 모두 합친 것의 두 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진단에서 부터 에너지 관리, 고효율 기기 혹은 제품 연구 개발에서 생산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효율 산업이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에는 건물 에너지 관리와 관련한 정책들이 일자리 창출과 연계되어 추진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건물의 단열 보수에 대해 20~50퍼센트의 세액 공제 혹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관련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효과에 근거하여 유럽연합은 2020년부터 신축 주택의 제로에너지 빌딩 건설을 의무화하기로 하였다. 한편, 스마트팩토리와 같은 4차 산업혁명 기반 정책이 에너지 효율화 정책과 연계되어 추진되고 있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되어 진행되는 공장 자동화는 생산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에너지 소비 절감을 결과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기술의 발달은 또한 건물, 공장 에너지 관리뿐 아니라 수송 분야 에너지 절감을 계획할 수 있게 해준다.

국내에서도 공장에너지관리 서비스, 고효율 기기 개발이나 건물 단열화 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으나 효율화 사업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고효율 기기에 대한 수요가 창출되어 시장이 형성되고 이것이 연구 개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가정이 에너지 효율화에 나서도록 하는 기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공공건물 제로에너지 빌딩 의무화 등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하고 효율화에 나서는 기업에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도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스마트팩토리 지원 사업과 에너지 효율화 사업의 연계, 스마트미터기 보급과 건물 에너지 관리 시스템 서비스 개발의 연계 등 기존 효율화 사업의 스마트화도 필요하다. 에너지 효율화에 필요한 자본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에 대한 융자 제도 마련 등의 지원제도 정비도 필요하다. 즉, 효율화 정책이 기술혁신, 일자리 창출과 시장의 관점에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정된 국가 에너지 효율 혁신 전략에서는 에너지 공급 계획 목표치와 유사하게 장기 에너지 효율화 개선의 정량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연도별로 모니터링, 평가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도록 한다. 효율화 목표 달성이 효율산업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 설계가 되도록 하고 달성도에 따라 정책 평가, 피드백, 개선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과 더불어 효율 혁신 전략이 에너지 전환의 핵심 축이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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