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예술작품을 만든다면? 브라더 너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어느 중국 작가는 공업용 진공청소기를 끌고 베이징 국립 경기장, 천안문 광장 등을 돌아다니며 '먼지 벽돌' 작품을 만든다. 그는 2015년 경 약 100여 일 동안 베이징의 주요 지역을 돌아다니며 미세먼지를 모아 이를 집적시킨 후 수십 장의 먼지 벽돌을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미세먼지를 소재로 한 작가는 브라더 너트 뿐이 아니다. 2017년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에도 참가하여 요 근래 한국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든 네덜란드 작가 단 로세하르데 (Daan Roosegaarde)는 먼지로 반지를 만든다. 그의 '스모그 프리(Smog Fre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 작품은 베이징의 먼지에 다량 포함된 탄소 성분을 압축하여 보석을 만든다.
수많은 재료들 중에서 하필이면 미세먼지를 이용하여 미적 대상이라 할 수 있는 예술작품으로 변환시키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들 작가들은 한결 같이 미세먼지로 예술작품을 제작함으로써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싶었다고 입을 모은다. 미세먼지의 해로운 점, 혹은 그 위험성은 이제 누구나 인지하고 있지만 먼지 앞에 '미세'라는 단어가 붙은 이물질의 위험성은 바로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이 작가들의 작품은 이 보이지 않음을 '보이게'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재난 혹은 위기를 시각화한 작품
서울시는 이미 지난해부터 수차례의 경고 문자를 통해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알렸다. 단지 경고 문자 뿐 아니라 차량 2부제를 실시하고 대중교통사용료를 단기적으로 면제해주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만큼 미세먼지는 이제 재난의 단계에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는 '보이지 않는' 재난이라는 데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실 중국 미술에서 미술 작품을 이용하여 재난이나 위기를 시각화하려는 노력은 수차례 있어 왔다. 재난은 아니지만 강제 이주된 이들이 감내해야했던, 그렇지만 제대로 표면화되지 못했던 싼샤(三峽)댐 설립을 둘러싼 위기와 재난을 시각화한 작품들이 그 중에서도 대표적일 것이다.
이미 10여 년이 지난 전시지만 2008년 10월부터 2009년 1월까지 미국 시카고 대학 우훙 교수는 '이주'라는 주제 하에 전시를 기획, 여러 현대 작품을 모아 싼샤댐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바 있다. 이 전시에서 작가 지윈페이(季云飞)는 중국 송대 수묵산수화 기법으로 이주민의 삶과 경험을 표현했으며, 화가 리우샤오동(刘小东)과 독립영화 감독 지아장커(贾樟柯)는 각각 유화와 필름을 이용하여 강제 철거된 이들의 위기와 이들이 처한 재난을 시각화 한 바 있다.
미세먼지나 싼샤댐을 둘러싼 이들 작품은 모두 산업화와 개발이 만들어낸 부작용들을 다루고 있으며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부작용들을 시각화했다는 점에서 비교할 만하다.
보이지 않는 것의 시각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만드는 행위에는 또 다른 중요한 함의가 있다. 이는 바로 '시각화'를 통해 보이지 않던 것이 측정가능 한, 즉 증명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근래 불거진 국가 간 분쟁, 나아가 이를 둘러싼 정부의 외교력을 공격함으로써 미세먼지를 정치적 문제로까지 끌고 갔던 정황을 생각한다면 이 보이지 않는 물질을 증명한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지난달 초 일부 보수야당과 보수 언론들은 미세먼지의 원인분석과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공세를 펼쳤고, 급기야 자유한국당은 주한 중국대사관에 미세먼지 위성사진을 먼지가 중국발이라는 주장의 입증할 만한 자료로서 발송하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먼지를 어떻게 시각화 할 것인가의 문제는 이제 단순히 보이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가 되었다. 문제는 이 일련의 시각 자료들이 얼마나 신뢰할 만한가에 있다.
최근 미세먼지를 꾸준히 연구해 온 장재연 아주대학교 교수가 방송에 출연하면서 미세먼지를 입증하는 문제는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이슈가 됐다. 장 교수에 따르면 사실 미세먼지의 문제가 최근 몇 년 사이 더 심각해 진 것은 사실이 아니며, 1980년대에 비하면 미세먼지는 오히려 더 좋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또한 장 교수는 2.5㎛ 이하의 먼지만을 측정한, 초미세먼지 측정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PM2.5 농도를 우리나라 환경부가 평가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3년 전부터이며, 서울시가 자체적인 측정을 시작한 것도 2006년부터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사실상 미세먼지 농도가 수십년 전에 비해 얼마나 나빠지고 좋아졌냐를 현재의 기준으로 따지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미세문제의 원인이 외부에서 오는 것인지 아닌지는 혹은 외부의 요인이 작용하더라도 얼마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한 자료로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세먼지 어플리케이션 얼마나 정확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미세먼지=중국 탓'으로 등식화하는 데에는 요 몇 년간 급속도로 진화해 간 먼지를 '보이게' 하는 여러 시각 도구들의 탓이 크다. 그래프와 세계지도 뿐만아니라 실시간으로 바람의 방향을 보여주는 위성사진, 뉴스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미세먼지 어플리케이션들은 한 눈에 이를 사실로 믿게끔 한다.
먼지의 농도를 수치로 나타내고 농도에 따라 색깔을 입히고 이를 다시 인공위성 사진으로 변환시키게 되면 그야말로 먼지의 생성과 흐름 그 모두를 한눈에 파악하고 있다고 무한한 신뢰를 가지게 된다. 특히 붉은 색으로 표현되어 중국 주변에서 시작하여 주변 나라들로 번져가는 먼지의 방향을 알려주는 인공 사진은 뉴스에도 매번 등장할 뿐 아니라 국회와 정부 부처에서까지 증거자료로 제출돼 왔다.
그런데 이 위성사진을 보여주는 어플리케이션들은 대부분 카메론 베카리오 (Cameron Beccario)라는 웹 개발자가 개발한 'WindMap'의 프로그램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이 프로그램은 미세먼지가 아니라 단지 바람의 방향을 보여줄 뿐이다.
또 베카리오의 프로그램에 대한 정확한 계산방법이 밝혀지지 않은 채, 중국의 대기오염 물질이 바람의 방향에 따라 어떻게 확산되는지가 그래픽으로 나오면서 미세먼지의 원인과 방향에 대한 논거가 확대·재생산 돼 왔다. 이러한 경향은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이 숫자와 그래프로 무장된, 즉 과학적 프레임 내에서의 시각이미지에 무한한 신뢰를 보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각화의 정치적인 일면
사실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여 각종 도표, 그래프, 숫자 등의 과학적 도구와 함께 제시됐을 때의 효과는 엄청나다. 시각화 되는 순간 증명 가능한 물질이 될 뿐만 아니라, 이를 수치화 하고 색으로 분류하게 되면 이는 곧바로 비교와 대조가 가능한 대상이 된다.
더구나 중국으로부터 날아오는 붉은 색 바람이 한반도의 지형을 덮치는 인공사진을 실시간으로 보게된다면 우리는 이를 영원히 사실로 믿게 된다. 사실 필자 또한 장재연 교수의 강연과 글을 지속적으로 봐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래도 중국의 영향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떨치기 어렵다.
그렇지만 미세먼지의 원인 규명 문제를 떠나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문제, 그리고 이를 과학적으로 신뢰하게 하는 문제에 대해 먼저 의구심을 가지는 태도가 필요하다. 말하자면 브라더 너트나 단 로세하르데와 같은 작가가 미세먼지로 벽돌을 만들거나 혹은 아름다운 보석 결정체로 만드는 행위 등은 단순히 아름답고 추하고의 미적인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각화 하여 논쟁의 여지를 일으키는 '정치적인 것'에 위치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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