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미세먼지, '동북아 슈퍼 그리드'로 해결할 수 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미세먼지, '동북아 슈퍼 그리드'로 해결할 수 있다

[정욱식 칼럼] 미세먼지와 동북아시아 슈퍼 그리드

미세먼지 고통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국민들이 체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저기에서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지만, 마땅한 방법도 나오지 않아 갑갑증만 더해가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중국이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으로 일컬어져 온 석탄 발전소를 더 짓고 있다는 소식마저 들린다. 중국은 2018년 현재 2927기의 석탄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는데, 464기가 추가로 건설되고 있거나 계획 중이라는 것이다. 미세먼지가 한중관계 악화의 주범이 되고 있는 실정인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에너지 수급 체계의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북한의 미세먼지 배출량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3월 11일 자 <경향신문>에 따르면, 북한의 에너지 소비량은 남한의 약 25분의 1에 불과하지만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2배 정도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수도권의 초미세먼지 중 북한발 미세먼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14.7% 정도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연구를 뒷받침하듯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11일 국회에서 "미세먼지 유입에 대해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미세먼지) 고농도 기간 동안 북한에서도 많이 내려왔다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세먼지는 한반도 주민들의 건강과 복지는 물론이고 남북 경제협력에 있어서도 악재가 될 수 있다. 향후 북한의 경제발전에 따른 에너지 소비 증가가 미세먼지 배출 및 남한 내 유입 증가로 이어지면, 남북경협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협력이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 절감 대책도 초국적 차원에서 강구되어야 한다. 이는 에너지 수급 체계를 각국의 선택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다자간 협력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든 싫든 '호흡 공동체'라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면, '에너지 공동체'로의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게 요구된다는 것이다.

유력하게 검토하고 추진해볼 수 있는 방법은 '동북아시아 슈퍼 그리드'의 본격화가 아닐까 한다. 동북아 슈퍼 그리드는 에너지의 발원지에 따라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하나는 '러시아발 슈퍼 그리드'이다. 러시아의 풍부한 천연가스 및 수력 자원을 활용하면 연간 1100 테라와트시(tWh) 규모의 발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를 통해 생산된 전력을 남북한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으로 에너지망을 연결해 공급하자는 것이 핵심 골자다.

또 하나는 '몽골발 슈퍼 그리드'이다. 국토 면적이 한국의 15배가 넘는 몽골은 일조량과 풍량이 풍부한 반면에 인구수는 300만 명 정도여서 신재생에너지 생산의 최적지로 거론된다. 전력 생산 잠재량이 한국의 전력 생산량의 약 250배에 육박하는 연간 약 1만 5000tWh에 달할 정도다.

이를 주목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011년 후쿠시마 참사 직후 '아시아 슈퍼 그리드'를 통해 아시아 각국이 몽골발 신재생에너지망을 구축·공유해 탈원전으로 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문제는 각국의 이해관계 및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 그리고 국제정치적 변수 등으로 인해 이러한 구상들이 탄력을 받지 못해왔다는 점이다. 하지만 국경을 넘나들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미세먼지는 더 이상 일국적 차원의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령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 분석에 따르면,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한국은 1만5800명, 중국은 115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사망자 수가 이 정도라면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훨씬 많을 것이고, 소비와 여가 등 경제활동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는 각국 정부가 비상한 각오로 미세먼지 공동 퇴치를 위한 '에너지 공동체' 건설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러시아와 몽골은 동북아 슈퍼 그리드 건설에 적극적이다. 아직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동북아 슈퍼 그리드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던 한반도 정세의 불안도 작년부터 크게 개선되고 있다. 일본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동북아 국가들의 협력이 본격화되면 계산을 달리 할 수도 있다. 여러 연구기관들의 예비타당성 검토 결과 경제성도 어느 정도 입증되었다.

관건은 한국과 중국 정부의 협력에 있다. 양국 정부가 동북아 슈퍼 그리드를 조속히 추진키로 의기투합한다면, 이 구상은 상당한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젠 서로 '네 탓'하면서 손가락질 하는 것을 멈추고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