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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의 제주4.3 수형인 명예회복, 한시가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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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의 제주4.3 수형인 명예회복, 한시가 급하다

[언론 네트워크] 치매에 노환까지 대다수 90세 전후, '시간과의 싸움' 관건

지난 1월 제주4.3 재심 사건과 관련 '공소 기각'이라는 역사적인 판결을 이끌어낸 18명의 4.3 생존수형인들. 70여년 고통의 멍에를 벗어낸 이들은 제71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의 주역으로 당당히 세상 앞에 서며 깊은 울림을 전했다.

이제 남아있는 또 다른 4.3생존수형인들이 '잃어버린 70년 세월'을 되찾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

4.3생존수형인 재심 사건을 도맡아 온 '제주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가 파악한 4.3생존수형인은 총 12명. 이중 2차 재심 청구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은 7~8명이다.

올해 4.3희생자추념식에 참석한 변연옥(93), 송순희(93), 김정추(89), 김묘생(94) 할머니를 비롯해 4.3 당시 군사재판이 아닌 일반재판으로 옥고를 치러 최근 4.3희생자로 뒤늦게 인정된 김두황(91) 할아버지, 4.3 이후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1차 재심 판결 소식을 듣게 된 송석진 할아버지, 신원을 밝히기를 꺼려하는 서울의 A할아버지 등이 재심에 참여한다.

건강이 좋지 못한데다가 4.3 이후 심한 대인기피증이 있어 접근조차 힘들었던 김모 할머니도 최근 용기를 내 재심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혀 온 것으로 전해졌다.

재심에 나서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은 그동안 수형 사실을 숨겨 오면서 철저히 잊혀져 오던 분들이었다. '4.3 당시의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고 싶지 않다'며 재판을 거절했던 이들도 다수였다.

그러던 중 1차 재심에서 무죄 취지의 '공소 기각' 판결이 용기를 북돋았고, 가족과 지인들의 강력한 권유도 마음을 돌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외 4~5명의 수형인들은 치매 증세를 보여 본인의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지 못하는 상태이거나, 노환으로 거동이 불가능해 재판에 나서지 못하는 상태다.

재판에 참여한 이들도 대부분 90세 전후의 고령이어서 고된 재판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1차 재심에서 승소했던 故 현창용 할아버지도 선고 20여일 뒤에 88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하며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했다.

재판도 재판이지만 사실상 '시간과의 싸움'을 벌여야 하는 셈이다.

2017년 4월 시작된 1차 재판은 약 20개월만에 판결이 났다. 재판 기록이 없는 재심이라는 초유의 사건이어서 해석에 시간이 소요됐지만, 1차 재판 기록이 선례로 남아있다는 점은 추후 재판을 진행함에 있어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남아있는 과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현재 1차 재판에서 승소한 18명의 수형인들은 국가공권력에 의한 불법 구금을 보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보상 청구 절차에 나섰다.

형사보상 청구는 형사보상법에 따라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 구금됐던 자가 불기소처분이나 무죄 판결을 받은 때 국가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이 또한 청구액을 어떤 기준으로 적용할지 법리다툼의 여지가 남아있다.

2차 재심에 나선 수형인들 역시 재판 결과에 따라 형사보상 청구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어서 앞으로도 장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생존해있는 수형인과는 별개로 생사를 알 길이 없는 2500여명의 수형인들에 대한 명예회복도 추후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다.

1999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 제주4.3사건진상조사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추미애 의원이 정부기록보존소(현 국가기록원)에서 수형인 명부를 발굴해 공개하면서 이들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다. 그러나 2500여명이 언제 구금과 고문을 당했는지도 알 길이 없고, 생사 여부조차 확인이 되지 않는 이들이 다수다.

2500여명에 대한 명예회복은 4.3특별법 개정을 통해 해소하는 방안, 재판을 통해 승소하는 방안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일거에 해결될 수 있지만, 후자는 사망자에 대한 기록을 유족들이 일일이 입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돼 큰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는 "가능하면 국회에서 법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이 이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면서도 "현재 4.3특별법을 두고 국회가 손을 놓고 있으니 우리로서는 두 가지 방법을 다 고려할 수 밖에 없다. 마냥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고 기다리는 것 외에도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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