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더불어민주당 홍보위원장으로 기용될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민주당 대변인단이 이를 공식 부인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7일 오후 "탁 자문위원 관련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보도를 보고 의아해서 당 핵심관계자와도 상의를 했는데,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도 "사실무근, 금시초문"이라며 "누군가가 아이디어 차원에서 그런 희망사항을 이야기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날 <연합뉴스> 등은 민주당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탁 위원의 홍보위원장 기용설을 보도했다. 통신과 인터뷰한 당 고위관계자는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탁 위원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탁 위원에게 홍보위원장을 맡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탁 위원 본인은 통신 인터뷰에서 "당에서 위원장직을 제안받은 바 없고 생각해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탁 위원은 한양대 겸임교수를 지낸 공연기획·홍보 전문가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0~11년을 전후해 주로 당시 야권(현 여권) 및 진보진영 인사들과 함께 '토크 콘서트'라는 공연 형식을 처음 만들고 정형화한 장본인으로 꼽힌다. 2011년 <프레시안> 창간 10주년 토크콘서트도 그가 기획을 맡았다.
2012년 대선 이후로는 이른바 '친문' 그룹에서 핵심 참모 역할을 했다. 2016년 히말라야 트래킹에 동행할 만큼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취임식과 기자회견, 남북정상회담 등 굵직한 이벤트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그러나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그가 2007년 펴낸 대담집 <남자마음설명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 등에 담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표현들 때문이었다. 여성계는 물론 정치권, 심지어 여당 의원 일부도 비판에 동참했고,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문 대통령에게 그의 해임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무력감을 느낀다"고 국회에 출석해 공식 발언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여성부 장관 "탁현민 사퇴 고언했는데…무력하다")
이 '저서 논란'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그가 청와대 행정관직을 사임한 올해 1월말까지 계속 꾸준히 이어졌고,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한 문 대통령에 대해 여성운동 진영이 단골로 들이대는 비판 소재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여성 차별 해소를 위해 기울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성주의·진보 진영에서는 '그래서 탁현민은?'이라고 되묻는 일이 많았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은 자신들이 젠더 이슈로 위기에 몰릴 때 탁 위원을 반격의 소재, 방패막이로 활용했다. 예컨대 지난 2017년 9월 당시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여성정책 토론회'씩이나 열어 그 자리에서 "'젠더'가 뭐냐? 트랜스젠더는 들어봤는데"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적이 있었는데, 당시 한국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게 한국당의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 남성사회 전반의 문제"라며 "청와대 모 행정관은 여성 비하 발언을 하고도 멀쩡히 근무하고 있지 않느냐"고 역공을 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홍준표 '인권 감수성' 탄로 "젠더가 뭐에요?")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이같은 온갖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지난 1월말 사표를 수리할 때까지 그를 청와대에 두고 일을 맡겼고, 심지어 사임 후 한 달이 채 안 돼 행사기획 자문위원으로 재임명하기까지 했다. 비슷한 논란 끝에 법무장관 후보에서 탈락한 안경환 서울대 교수의 경우(☞관련 기사 : 안경환 자진 사퇴, 위기인가 기회인가?)와도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런 이력을 가진 탁 위원에게 총선을 앞둔 여당의 홍보위원장을 맡긴다는 것은 아무리 '아이디어 차원'이라 해도 비현실적이기까지 할 것으로 보인다. 정당 홍보위원장은 물론 홍보 컨텐츠 생산·기획 업무도 하지만, 대(對)언론 협조와 광고 집행 등도 중요한 업무다. 탁 위원에게 홍보위원장을 맡긴다면 다수 언론은 이를 '협조 요청'은커녕 '대결 선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대통령 지지율은 한 달 넘게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고, 4.3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민심의 경고장을 받았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일반적인 평이다. 이 시점에서 자당 지지층 결집 및 비판·반대 세력과의 대결을 선택하는 것은 보선 결과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 웨이'를 고집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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