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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소송 1000만원 손배? 성평등 1000배 퇴행 낳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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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소송 1000만원 손배? 성평등 1000배 퇴행 낳을 것"

"명예훼손 미명 하에 성폭력 피해자에게 침묵 강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게 여성신문이 1000만 원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에 대해 여성단체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과 한국성폭력상담소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탁 행정관이 일부 승소한 이번 판결에 대해 "미투 운동으로 촉발된 여성들의 목소리를 억압하며 성평등으로 향하는 여정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최근 탁 행정관이 사의를 표명하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며 만류한 것을 거론하며 인공 눈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들은 "탁 행정관을 청와대에서 보호하는 이상 젠더 폭력을 발본색원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믿을 수 없다"며 탁 행정관의 경질을 요구했다.

▲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탁 행정관의 경질을 요구하며 눈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전홍기혜)

앞서 지난해 7월 탁 행정관은 여성신문에 실린 기고문 '그 여중생은 잘못이 없다'에 대해 여성신문이 자신을 성폭행범인 것처럼 오해될 수 있는 기사를 게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3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김상근 판사는 지난 10일 "피고는 원고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들은 "탁 행정관은 수많은 기사와 언론사 중에 본인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털어놓은 생존자의 글을 실어준 여성신문을 대상으로 소송을 했다"며 "정정 혹은 반론 보도를 제기하는 통상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여성/젠더 이슈를 중요하게 다루는 언론사에 소송을 거는 것은 여성들의 비판적 목소리를 틀어막으려는 저열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은 명예훼손이라는 미명하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탁 행정관의 명예가 훼손됐다면 그것은 여성신문사가 아니라 그 책을 쓴 자기 자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판결로 여성신문에게 '손해'를 배상하게 함으로써 이미 존재하는 여성의 피해사실과 가해를 폭로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지우고, 고위 공직자에 대한 비판의 자유에 재갈을 물린다는 점에서 언론의 공익성을 위축시킨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미투 운동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대한민국의 모든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고발해왔으며, 여성들은 성평등에 기초한 사회 정의 실현을 국가에 요구하고 있다"며 "구조적인 성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정부가 고위 공직자의 문제적 저서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지키게끔 하는 것은 남성 중심 정치가 전혀 바뀌지 않았으며, 여성들의 요구는 사소한 것으로 취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서 여성신문 이세아 기자는 "여성신문은 지난 30년간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를 알리는 발언대 역할을 해왔다"며 "이번 판결은 사실상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을 침묵하게 만들 수 있고, 미투 운동과 같은 최근 사회 변화에 역행하며, 언론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부당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성신문은 이번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진옥 여세연 대표는 "탁현민 행정관은 후세대에 여성을 함부로 하고 대상화해도, 성적 착취해도 공직에 진출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준다"면서 "촛불혁명 이후 새로운 정권은 구태 정치의 표본인 남성연대 정치를 해소해야만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우리 때는 여중생이랑 했다, 그 여중생은 모두가 공유했다며 남성들끼리 낄낄대고 농담하는 것이 바로 강간문화"라면서 "'반성한다'면서도 본인의 손해만을 주장하고 '또다른 여중생들'과 여성 언론을 고발한 탁현민, 1000만원의 손해를 인정한 재판부는 1000배의 역행과 퇴행을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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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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