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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로버츠 울린 '헤지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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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로버츠 울린 '헤지펀드'

뉴욕연방은행총재, 상원의원, 부동산재벌 대형손실

미국 월가의 거물과 할리우드 스타들이 헤지펀드에 투자했다가 쪽박을 찼으나 창피해서 말도 못하고 끙끙대고 있다는 소문은 그동안 많이 돌았었다. 그러나 최근 그 면면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12월 9일자) 커버스토리로 수십억 달러의 피해를 입히고 미국증권거래소(SEC)와 미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받고 있는 헤지펀드 업체 '리퍼 컨버터블즈' 사건을 자세히 다루었다.

***줄리아 로버츠 등 천문학적 손실**

28억 달러의 펀드를 운용하던 리퍼 컨버터블즈는 2001년말 7.7%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고객들에게 통보했으나 올해 2월20일 알고보니 40%의 손실이 났다고 정정 통보를 했다. 이런 통지서를 받고 충격을 받은 이 헤지펀드의 주요고객들은 그야말로 미국 월가, 정계, 영화계의 유명인사들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여배우인 줄리아 로버츠를 비롯해 마이클 아이스너 월트디즈니 회장, 어니스트 홀링스 상원의원(민주당 사우스 캐롤라이나), 부동산 재벌 모티머 주커먼, 윌리엄 맥도너 뉴욕연방은행총재 등이 큰 손실을 본 고객이라고 보도했다.

이 헤지펀드의 주요고객들 명단이 화려한 것은 바로 리퍼 컨버터블즈의 모기업 리퍼 & Co의 창업주이자 대표인 케네스 리퍼 자신이 월가의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영화제작자, 뉴욕 부시장 등 월가, 할리우드, 정계를 넘나들던 '마이다스의 손'이었기 때문이다.

케네스 리퍼는 리먼 브라더스, 샐로먼 브라더스 등 월가의 일류 증권사 파트너였으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의 제작자로서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영화인이며, 80년대 중반 에드워드 카치 뉴욕시장 시절에는 부시장까지 지냈다. 또한 바이킹 북스라는 유명 출판사를 거느린 출판업자이기도 하다.

이처럼 화려한 경력에 스티븐 스필버그, 로버트 드 니로 등 그가 절친하게 지내는 유명인사들은 그의 영업에 절대적인 인맥파워를 제공해주었다. 여기에 이끌린 이들로 이번에 피해를 본 이들 중에는 윌리엄 맥도너 뉴욕연방은행 총재, 세계적인 금융패밀리 로스차일드 가족 등도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금융계 큰손 헨리 크라비스만이 손실이 발생하기 전 빠져나왔다고 밝힐 뿐, 나머지는 한사코 입을 다물고 있다.

***고수익 노리다가 몰락**

리퍼 컨버터블즈가 이처럼 주위의 기대를 배신하고 큰 손실을 입힌 것은 투기성 강한 증권을 수십배의 자금을 빌려 사들이는 파생금융상품에 손을 댄 것이 화근이었다. 투자보고서에는 주식시장의 상승 하락과 관계없이 돈을 벌 수 있는 '시장 중립적 펀드'로 기록했지만, 실상은 위험회피수단이 결여된 고위험-고수익의 파생금융상품에 손을 댄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주가폭락과 환율 변동이 극심했던 지난 몇 년 동안 '펀드 매니저 중의 펀드 매니저'라고 자부하던 헤지펀드들도 엄청난 손실을 피할 수 없었는데, 리퍼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20억 달러를 운용하는 비컨힐이 막대한 손실로 폐쇄 직전에 몰리는 등 6천여개에 달하는 국제적 헤지펀드 중 1천개가 올연말까지 사라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리퍼는 실질적으로 자금을 운용한 핵심 펀드 매니저 2명이 지난 1월14일 갑자기 사라졌으며 모든 것이 손실을 은폐하고 있었던 이들 탓이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분노한 투자자들은 CEO인 리퍼가 모를 리 없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민간투자회사 레이스 록, 유태인 자선단체 메조라 헤리티지 등 기관투자자들도 각각 소송대열에 가세했다.

레이스 록은 소송이유서에서 "사건이 터지자 리퍼 컨버터블즈가 한 일은 투자자들의 정보제공 요청에 대해 '지연, 회피, 은폐, 기만, 그것도 안되면 거부하는 것'이었다"고 맹비난했다.

지난 5월26일 리퍼는 "2000년 12월31일 이후 47%의 손실을 봤다"고 투자자들에게 시인하면서도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SEC 관계자는 "리퍼는 최소한 감독의무 소홀, 나아가 사기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으며 형사범죄가 드러날 경우 감옥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도망갔던 두 명의 펀드 매니저 중 에드워드 스트라파치도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리퍼의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아무 책임이 없다"면서 "참을 수 없는 고객은 CEO였던 리퍼에게 가봐야 할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그를 비판하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리퍼가 20%에 달하는 운용수익을 챙기면서도 고의 또는 과실로 펀드를 망친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리퍼는 지난 10월4일 리퍼 컨버터블즈 청산을 위한 배분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오랜 기간 거래를 해온 고객들은 이 청산안이 신규 고객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이라며 펄쩍 뛰었다. 그 중에는 저명한 소아과 의사이자 리퍼의 전처였던 에블린 그러스도 있다. 그녀는 2000년 리퍼와 이혼한 후에도 자금운용을 리퍼에게 맡겨왔다.

***리퍼는 월가의 입지전적 인물**

감옥에 갈 위기에 처한 리퍼 자신도 파산지경에 이르렀다. 집도 팔아야 했고 농장도 매물로 나와 있다. 또한 래리 맥머티, 제인 스마일리 등 저명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리퍼/바이킹 펭귄 라이브즈 시리즈가 자금지원 중단으로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올해 61세인 리퍼는 평소 입지전적 인물로 유명했다. 구두판매상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콜럼비아대와 하버드법대, 뉴욕법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으나 그는 승부욕이 지나칠 정도로 강한 자수성가형 인물로 66년 화려한 결혼을 했다. 석유가스재벌인 조셉 그러스의 딸과 결혼한 것이다. 그의 장인인 그러스는 93년 사망할 당시 5억 달러의 재산으로 뉴욕 제일의 부자였다.

결혼으로 날개를 달은 리퍼는 69년 법률회사와 상공부에서 잠시 근무한 후 리먼 증권사에 들어가 32세 나이로 최연소 파트너가 됐다. 그는 70년대 중반 샐로먼 증권사로 옮겨 법률지식과 금융지식으로 무장한 실력을 발휘하며 일약 월가의 최고 투자전문가로 떠올랐다.

그러던 중 지난 78년 불법적인 주가조작으로 특정회사를 인수하려는 사건이 적발돼 증권업계에서 영원히 추방되는 징계를 받았다. 그래도 '탐욕은 좋은 것'이라는 월가의 윤리(?)에 따라 그는 곧 복귀했다. "향후 법을 준수하겠다"고 SEC와 합의를 본 후 샐로먼 스미스가 82년 기업공개를 했을 때 그는 당시 주가조작으로 사들인 주식을 팔아 1천5백만 달러를 거머쥐었다.

이후 정계와 할리우드계까지 진출하며 돈과 권력, 명예 등 모든 것을 가지려했던 그는 누구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 시대의 도래로 이제 '마이더스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리퍼의 몰락은 지금 세계경제가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노출돼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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