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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정부의 '인사'에 왜 실망이 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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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정부의 '인사'에 왜 실망이 큰가?

[이충렬 칼럼] 정말로 '인사는 만사'다

1. 이순신을 발탁한 이조판서 류성룡

1591년 인사를 총괄하는 이조판서가 된 류성룡은 일본의 있을지 모르는 침략에 대비해 3명의 인사를 왕에게 추천하였다. 정읍현감(종6품)이던 이순신을 무려 7계단 승진시켜 전라좌수사로, 형조정랑이던 권율을 의주목사로, 순천부사이던 이억기를 전라우수사로 발탁하였다.

이순신과 류성룡은 어릴 적부터 같이 놀던 친구 사이었다. 이순신은 청렴결백하고 강직한 성격으로 공무원 생활이 순탄하지 않았다. 상관에게 밉보여 강등과 백의종군을 거듭하면서 하급 공무원으로 변방을 전전하고 있었다.

일국의 인사권을 행사하는 실세가 된 류성룡이 관운이 없는 친구 이순신에게 한자리 쏘는 인심을 쓴 것일까? 아니다. 류성용은 사람을 인맥이나 학연이나 지연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이순신의 사람됨과 그릇을 잘 알기에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이었다. 권율과 이억기를 발탁한 것을 보면 류성룡의 그릇됨도 역시 알 수 있다.

류성용의 기대대로, 임지로 부임한 이순신은 날밤을 잊고 군대를 조련하고, 군비를 정비하였다. 화약의 제조법을 다시 찾아냈다. 거북선을 완성한 것은 일본군이 전면 침략을 개시하기 바로 하루 전이었다.

만약 이 인사발령이 없었다면, 나라의 운명은 어찌되었을까? 인사가 이리도 중요한 것이다. 지금의 관점으로 말한다면, 류성용이야말로 우리 역사상 최고의 '인사수석'이었다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2. '인사가 망사(亡事)'가 된 촛불정부

최근 장관내정자로 추천된 일곱 후보자 중에서 2명이 자진 철회하거나 자진 사퇴하였다. 후보자 전원에 대해서 이런 저런 문제를 걸어 비토하는 야당 그 중에서도 자유한국당의 정치 공세가 나날이 거칠어지고 있다. 그런데 야당의 정치 공세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문제가 있다.

촛불정부임을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만 2년이 경과하고 있다. 그동안 인사에서 너무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 외부 사람이 보기에, 좋은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흠이 있는 사람만 찾아다닌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국민과 야당이 일차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검증의 불철저함이다. 처음 인수위 없이 출범했을 때는 그나마 핑계가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2년이나 되었음에도 여전히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민주당을 제외한 야당과 언론은 인수수석과 민정수석에게 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런데 인사라인의 검증능력은 인사업무 평가의 한 부분일 뿐이다. 검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적재적소의 인재'를 찾아내는 능력이다.

3. 성공한 인사사례

최근 현대사에서도 성공한 '인사사례'가 없지 않다. 박정희 대통령이 발굴한 포항제철의 박태준, 전두환 정권 시에 활약한 체신부장관 오명(정보통신의 인프라를 깐 인물)도 그런 범주에 들어간다.

김대중 대통령이 임명한 박재규 통일부장관(재임 1999.12 – 2001. 3)도 신의 한수에 속한다. 남북화해라는 남한사회의 아킬레스 건을 해결하기 위해 김대중 대통령은 피스톨 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웠던 박정희 대통령의 경호실장이던 박종규의 동생 박재규를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하여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삼아 보수파 설득이라는 임무를 맡겼다.

노무현 대통령이 발굴한 문재인 현 대통령도 성공 사례에 속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친구이자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문재인 변호사를 민정수석과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중책을 맡겨, 정치지도자 수업을 받게 했다.

4. 촛불혁명에 걸맞는 인사철학이란?

며칠 전 국민과 소통하는 것을 직책으로 삼는 고위 비서관이 '집 3채 가진 것이 무슨 문제인가...' 그리고 '미국에 유학하면서 3천만원짜리 포르쉐 타는 것이 왜 문제가 되나'라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되었다.

이 수석 비서관의 말 속에 촛불정부의 딜레마가 그대로 녹아있다. 요즘은 거의 들어보기 어렵지만, 원래 더불어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당'이었다. 요즘은 집 3채 가지고 '슈퍼카' 타는 사람들의 정당으로 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참으로 황당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집 3채 가진 사람들이 몇 퍼센트가 될까? 아니 톡 까놓고 이야기해서, 더불어 민주당의 당원이나 지지자들 중 집 3채 가진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그러고 보니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이 거의 수십억대의 자산에 강남 아파트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이 다수라는 기억이 난다. 한마디로 중산층과 서민이 아닌 사람들이 촛불정부의 수뇌부를 점령한 꼴이다.

인사 라인에서 자신들과 인맥과 학맥이 닿지않는 사람들, 문재인 캠프에 속하지 않았던 사람들 중에서 적소적재를 찾기위해 얼마나 열정을 불태우고 땀을 흘렸는지 필자는 알지 못한다. 어설프게 추측한다면, 실세가 건네주는 쪽지에 적힌 사람들 일자리 만드는데 모든 열정을 쏟지 않았을까?

촛불정부라는 자임은 무거운 책임감이 따른다. 혁명적 시기에는 혁명적 열정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각과 정부를 혁명정부로 구성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최소한 한반도 전쟁체제의 해체와 내정쇄신이라는 안팎의 쌍끌이 혁명을 달성해야하는 무거운 책임이 일차적으로 '인사 업무'에서 시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 촛불을 든 많은 시민들은 자신들이 혹시 '촛불정부'의 인질이나 포로가 되는 것은 아닌지 불편해하고 있다. '우리가 좀 개겨도 너희들이 우리를 지지안할 거야'라는 당혹감 말이다.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촛불혁명이라는 대의속에서 촛불정부가 문재인캠프 정부로 변질되어 가는 과정을 보는 불편함....

청와대와 집권당의 새출발을 기대한다. 나날이 지지기반이 더 넓어지는 인사를 기대한다. 정말로 '인사는 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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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2015년, 레디앙) 저자. 1957년 출생. 유신시절 민주주의 운동에 평생 헌신할 것을 맹세, 민주화운동·노동운동·정당활동에 참여하고,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미관말직을 지냈다. 2012년 대선이후 당대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강화도에 귀촌, 언젠가 이 땅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역사가 꽃피는 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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