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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도기계 소액주주 3년 싸움끝에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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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만도기계 소액주주 3년 싸움끝에 승리!

정몽원 회장에 1천2백여만원 배상판결, 소송 잇따를듯

IMF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들이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는 와중에 '외자도입을 통한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국민의 혈세를 빼먹고 소액주주를 농락한 재벌의 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소액주주의 손을 들어주었다. 초유의 일이다.

서울지법 민사19부(재판장 김용균)은 12일 정몽원 전 한라중공업 회장이 흑자기업이던 만도기계의 은행 대출금 6천억원을 97년 한라중공업에 불법대출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배임죄를 저질렀다며, 만도기계 소액주주 양승덕씨와 선병규씨 등 2명에게 각각 8백74만원과 3백96만원을 각각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3년만에 만도기계 소액주주 승소**

이번 판결에 따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만도기계 소액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이번 소송은 2명의 소액주주외에 일반국민 2천명으로 이뤄진 '재벌부채탕감액 국민환수 소송단'(대표 권영길)이 1인당 5천원의 소송비 등 도합 1천만원의 소송비를 거둬 지난 99년 1월 제기한 것으로, 장장 3년간 재판이 미뤄져 오다가 지난달 4일 정몽원 전 회장이 3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돼 이같은 부분승소 팔결을 얻어내기에 이르렀다. 재판부는 2명의 소액주주에게만 피해배상을 판결하고, 나머지 2천명에 대해서 청구를 기각하는 부분승소 판결을 내렸다.

98년 9월 만도기계 노조는 당시 대표이사 오상수, 회장 정몽원, 명예회장 정인영씨를 검찰에 고발했으나 지난 4월에 이르러서야 정 회장과 그룹 구조조정 담당 임원 2명을 구속하는 등 검찰 수사는 시간끌기가 역력했다. 그러다가 지난 5월 수사검사가 3번이나 바뀌는 늑장수사 끝에 이번에 정몽원이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후에야 비로소 민사소송이 진행돼 이번에 승소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소송의 실무를 주도해온 이선근 민주노동당 민생보호단장은 13일 "재벌의 부당내부거래 등 부실경영에 대한 손해배상의 판례를 남김으로써 재벌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근거를 남긴 주요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단장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만도기계 소액주주들을 모아 다시 소송을 제기해 정 전 회장이 불법적으로 취득한 한라 관련 기업의 주식도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환수단은 오는 20일 안에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두 명의 소액주주가 승소함에 따라 당시 만도기계 주식을 갖고 있다가 피해를 본 다른 소액주주들도 같은 소송을 낼 경우 승소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선진국의 경우 증권집단소송제가 도입돼 있어 이번 판결과 같이 일부 소액주주가 승소하면 자동적으로 다른 소액주주들도 같은 배상을 받을 수 있으나, 우리나라는 집단소송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어 소액주주들이 배상을 받기 위해선 별도로 소송을 내야 한다.

정부는 대주주들의 전횡을 막기 위해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나, 전경련 등 사업자단체와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는 각종 부작용을 이유로 집단소송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윌버 로스와 정몽원의 검은 거래**

만도기계 사건은 특히 오너는 지분을 늘리는 등 배를 불리는 과정에서 소액주주와 직원들은 막대한 희생을 입힌 사례라는 점에서 그동안 국민적 공분을 사왔다.

지난 97년 당시 국내 12위의 한라그룹의 총수 정몽원은 한라중공업이 부실에 빠지자 우량계열사인 한라시멘트, 만도기계, 한라건설 등 3개사로부터 2조2천억원대의 자금을 빼내 지원하다가 그룹 전체가 부도났다.

정몽원은 구조조정과 외자유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김대중 정부에게 부채 6조2천억원 가운데 3조8천억원을 탕감해주면 외자를 동원해 회사를 정상화시킨 다음 해외매각하고 자신은 모든 지분을 포기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부도 직전 부채비율 2천%, 자본금 3백60억원의 한라시멘트 지분 16%로 가지고 있던 정회장은 공적자금 투입으로 이 회사를 깨끗하게 만든 후 도리어 종전보다 많은 30% 지분(1천억원 상당)을 갖게 됐다.

만도기계의 경우도 체이스 아시아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유비에스캐피탈 등 외국자본에 팔아 넘기는 과정에서 지분 20%를 챙겼다.

이같은 범죄는 윌버 로스라는 외국투자가의 농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시 로스차일드 회장이던 윌버 로스가 7천억원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한 한라시멘트를 주가가 폭락한 점(소액주주 매수청가격 1천9백50원)을 이용해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한라시멘트의 자산을 넘긴 후 다시 라파즈 등 외국자본에 지분 70%를 매각하는 방법으로 브리지론도 갚고 자신의 지분을 늘리는 교묘한 수법을 사용한 것이다. 윌버 로스는 이 과정에 실패한 오너이던 정몽원에게 종전 보유지분보다 많은 30%를 주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일의 진행과정을 순탄하게 만드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범했다.

뿐만 아니라 만도기계가 금융권으로부터 빌려 한라중공업에 투입한 6천억원 중 1천5백억원은 한라중공업 장부에서 사라졌다. 검찰측은 이 돈이 정.관계 로비용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IMF위기때 한국을 등친 윌버 로스**

IMF사태 발발직후 윌버 로스는 '구조조정의 구세주'라는 가면을 쓰고 한국에 출현했다. 그가 쓴 수법은 일단 외자를 들여와 파산한 기업의 숨통을 터준 뒤 이 회사를 팔아 외자를 갚고 자신은 수수료를 받는 이른바 '브리지론'이었다. 윌버 로스는 이 과정에 거금을 챙겼다.

만도기계는 윌버 로스로부터 10억달러의 브리지 론을 도입한 뒤 외자를 유치해 브리지론을 상환했으나 이 과정에서 윌버 로스에게 2백60억원을 수수료로 지급해야 했다.

윌버 로스 회장은 브리지론 제공협상 당시 연15%의 금리로 제공할 수 있다고 했으나 막판에 50%가 넘는 이자를 요구하면서 결구 40.38%의 이자를 받아냈다. 사실상 '국제금융사기꾼'이었다.

또한 윌버 로스는 한라그룹에 제공됐던 브리지론 3천억원중 1천여억원은 산업은행 등 국내 22개 금융기관이 출연해 설립한 3개의 구조조정기금 중 서울부채조정기금의 자산운용을 맡은 지위를 이용해 빌려 썼다. 나중에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99년 4월 서울부채조정기금은 윌버 로스와 자산운용계약을 해지했다.

이 과정에서 2000년 6월경 한라시멘트의 부사장이 브리지론 도입 과정에서 발생한 부도덕성과 불법성 문제를 참여연대에 내부고발하면서 정몽원 일가의 행각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IMF사태 발발 5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야 IMF사태의 혼란기에 발발한 파렴치한 경제범죄에 대한 처벌이 비로소 시작된 느낌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 3년간 이 지리한 싸움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온 소송단에 대해 박수를 보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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