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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투신 매각협상 결렬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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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투신 매각협상 결렬 내막

정부 '원칙' 고수했지만 협상방식은 구먹구구

현대투신 해외매각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이번 협상결렬은 원매자인 미국 AIG그룹의 무리한 요구에 대한 정부의 ‘원칙 있는 대응’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 하나, 그동안 협상을 맡아온 금융감독위원회가 어드바이저(자문그룹)조차 선정하지 않은 채 이해당사자인 윌버 로스 그룹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온 점 등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투신증권, 현대투신운용, 현대증권 등 현대그룹의 3개 금융계열사 매각협상을 벌여온 미국의 세계최대 보험그룹 AIG는 17일 공식보도문을 통해 “지난해 8월22일 금감위와 체결한 양해각서(MOU)의 기한이 지난해말로 끝났으나 한국측 요구로 지난 15일까지 논의와 협상을 연장했었으나, 양측의 합의 도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종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며 협상결렬을 공식선언했다.

금감위도 발표문을 통해 “정부는 오늘 현투증권에 대한 AIG컨소시엄과의 공동출자 협상을 종료하기로 했다”며 “지난해 8월 양해각서 체결후 정부는 MOU 공동출자의 기본취지에 입각해 성실하게 본계약 협상에 임해왔으나 AIG컨소시엄은 현투증권과 현투운용의 미래에 발생가능한 추가손실에 대한 완전보장 등 정부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요구했다”고 협상결렬 이유를 밝혔다.

금감위 발표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이번 협상의 최종결렬 사유는 AIG가 추가손실에 대해 100% 정부 지급보증을 요구한 반면에 정부는 45%만 지급보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 협상이 최종결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AIG컨소시엄이 1조1천억원을 출자해 55% 지분을 갖는 최대주주가 되고 우리가 9천억원을 출자해 45% 지분을 갖기로 한 만큼 추가손실에 대해서도 45%만 보장하겠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었다”며 “이번 협상결렬은 원칙에 따른 것으로 협상결렬에 따른 비상대책도 이미 수립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AIG는 그동안 현대투신을 인수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미온적 입장을 보여온 반면에 이번 협상을 이끌어온 윌버 로스 그룹은 이번 협상이 깨질 경우 큰 손실을 입게 게 막판까지 협상에 적극적이었다”고 협상과정을 밝혔다.

AIG의 경우 지난해 8월 MOU체결 당시만 해도 현대투신 인수에 적극적이었으나 9.11테러로 수십억달러의 큰 타격을 입게 되면서 미온적 태도로 바뀐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에 IMF사태 직후인 지난 98년 한라그룹 매각을 성사시켜 큰 재미를 본 뒤 로스차일드를 떠나 아예 별도로 윌버 로스 그룹이라는 회사를 설립한 윌버 로스 회장은 그동안 현대투신 인수를 위해 실사비용 등으로 이미 2백억원대를 사용하는 등 현대투신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어, 막판까지 협상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윌버 로스 회장은 협상결렬 발표 후에도 리먼브러더스를 자문그룹으로 고용해 새로운 투자 파트너를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번 협상결렬은 그동안 제일은행 매각협상 등에서 보여온 무원칙한 저자세 협상 태도에서 벗어나 주체적 협상 태도를 관철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최근 국내 금융시장 분위기가 호전되면서 시간에 쫓겨 현대투신 등을 외국에 헐값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가 생긴 것도 정부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서는 그동안 금감위의 ‘주먹구구식 협상방식’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금감위는 그동안 현대투신 매각협상을 하면서 AIG 등 상대방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외국계 어드바이저 그룹조차 선정하지 않은 채, 지난해 8월까지 협상을 맡았던 진동수 금감위 상임위원이 윌버 로스 회장과 친분이 두텁다는 이유로 윌버 로스에게만 의존한 협상을 벌이는 치명적 잘못을 범했다”며 “다른 외국계 매각자와 협상을 벌일 때에는 반드시 어드바이저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다른 외국계 매입자를 찾는 작업을 우선시하되, 유사시에는 현대투신을 한국투신, 대한투신 등과 합쳐 한꺼번에 정리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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