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이틀 앞둔 1일, 선거가 치러지는 경남 창원성산과 통영·고성에서 여야 후보가 집중유세를 펼치며 정면 대결을 벌였다.
창원성산에서는 정의당-더불어민주당 단일 후보인 여영국 후보(정의당)가 오후 2시 반송시장에서 당 지도부와 함께 집중유세에 나섰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유세 발언에서 "'강찍황'이라는 말 들어보셨나. '강기윤을 찍으면 황교안이 대통령 된다'는 이야기"라며 "창원시민들이 대권 놀음 때문에 창원도정을 내팽개친 홍준표 도지사를 겪어보시지 않았느냐. 1년 동안 경남도민, 창원시민들 분통 터지지 않았느냐"고 한국당 지도부를 겨냥했다.
이 대표는 "창원에 내려오기 전 국민이 한국당에 내준 숙제부터 하고 오라고 했는데, 5.18 망언자 징계하고, 김학의 성범죄 사건과 황 대표 자신이 어떻게 연루돼 있는지 수사받고, KT 채용비리로 청년 가슴에 대못 박았는데 황 대표 아들은 어떻게 입사하게 됐는지 낱낱이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곳에 와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그 숙제 하나도 안 했다"고 황 대표에 대한 비판을 이어나갔다.
특히 이 대표는 지난 주말 있었던 경남FC 축구장 유세 사건을 거론하며 "이 사건으로 이제 창원성산 보궐선거 성격이 분명하게 규정됐다. 민폐 정당이냐, 민생 정당이냐 둘 중 하나를 판가름하는 선거"라고 공세를 펴기도 했다. 이 대표는 "황 대표가 총리 시절 KTX플랫폼에 관용차 들어갔던 사건을 기억하시느냐"며 "정치하는 사람이 '나는 갑질을 해도 괜찮다', '나는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오만이 어제 같은 사건을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여영국 후보는 "정의당-더불어민주당 단일후보로서 제가 반드시 당선돼서 '김경수 도정'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 "성산구마저 한국당에 내준다면 허성무 창원시장도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시정 흔들기에 좌초하고 말 것"이라며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호소했다.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원사격에 나선 가운데 오후 3시 성원주상가 앞에서 집중유세를 벌였다.
황 대표는 유세 지원 연설에서 "그렇게 잘 살던 창원이 지금 경제가 '폭망'해 가고 있다. 누구 책임인가"라고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다. 황 대표는 "세계의 최고 기술 수준을 갖고 있던 원전(핵발전) 기술이 사장돼 가고 있다"며 "창원 경제가 무너진 큰 원인, 핵심적 원인은 정부의 무책임한 탈원전(탈핵)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창원 경제도 무너지고, 두산중공업도 문을 닫을 지경"이라며 "탈원전(탈핵) 정책을 막아내고,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강 후보와 한국당이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이 정부의 폭정, 실정을 막아내야 된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또 "이 정부 들어와서 도대체 좋아진 게 있나. 기업들은 문을 닫고 있고, 소상공인 문 닫고 있고,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있다"며 "왜 그런가. 이 정부의 잘못된 경제 실정 때문 아닌가. 소득주도성장이라고 하는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우리 국민들을 실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들이 경제 실험 대상이냐"며 "이 정부를 표로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기윤 후보는 "개성공단이 아니라 창원공단이 문제"라며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을 간접 비판하는가 하면 "경제도 엉망이고, 야합정치 여당과 야당이 가져가는 것은 정당사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야합정치, 단일화,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정의당-민주당 단일화를 겨냥하기도 했다.
한편 앞서 이날 강 후보 지원유세에 나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정의당 유세를 보니 '노회찬 정신'을 자주 얘기하는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자랑할 바는 못 되지 않느냐"며 "돈 받고 스스로 목숨 끊은 분 정신을 이어받아 다시 정의당 후보가 창원시민을 대표해서 되겠느냐"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오 전 시장의 발언에 대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극악무도한 망언"이라며 "일베 등 극우세력들이 내뱉는 배설 수준의 인식공격과 판박이"라고 비난했다.
정 대변인은 "'합리적 보수'라 불리던 오 전 시장도 이제 망언이 일상화된 한국당 색에 푹 빠져 이성이 실종된 채 망언 대열에 합류한 것이냐"고 꼬집으며 "변호사 출신인 오 전 시장은 사자(死者)명예훼손이 어떤 범죄에 해당하는지 범죄의 무게를 본인이 잘 알고 있으리라 본다. 모르고 한 말이 아니니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통영·고성은? 민주당 "뒤집혔다" vs. 한국당 "보수 터전"
통영·고성에서는 민주당 양문석 후보와 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맞대결을 펼쳤다. 두 후보는 지역 유세 일정 외에 이날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 동시출격하며 '공중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양 후보는 "선거 시작하기 전에는 제가 한 15~16%포인트 정도 지고 있다가 그 다음 1주일 만에 7~8%로 좁혔고, 또 1주일이 지나고 지난 주말 집중 유세, 지원 유세가 광범위하게 일어나면서 사실상 지금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어졌다"고 주장했다.
양 후보는 "(통영·고성은) 경상북도 통영, 경상북도 고성이라고 할 정도로 보수적 성향이 아주 짙은 곳이었고 민주당 깃발로 지난 40년 동안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곳"이라면서도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통영시장·고성군수가 민주당 깃발로 승리해서 현재 재직하고 있다"고 우세 상황임을 주장했다.
양 후보는 또 "정 후보가 2개월 만에 '낙하산 공천'을 받으면서 그 동안 준비해왔던 서필언 전 행정자치부 차관이나 김동진 전 통영시장 쪽에서 강한 반발을 하고 있다"고 한국당의 내분을 언급하며 "그런 부분들이 오히려 양문석의 지지세를 상승세로 끌어주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하기도 했다.
반면 정 후보는 같은 방송에 나와 "이번 선거는 경제에서는 무능하고 안보에서는 불안을 주고 있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 성격"이라며 "통영·고성은 대한민국 보수의 터전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당에서도 이 지역을 젊은 보수 세력이 자라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지난 지방선거는 보수의 분열로 패배한 것"이라며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한국당을 중심으로 보수가 단결하고 있고, 저희 강점을 많은 보수층들이 지지해주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께서 올바른 선택을 해 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통영에 비해 인구가 적은 고성 출신인 점이 약점 아니냐는 지적에 "크게 변수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과거에는 소지역주의가 존재했을 수 있으나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축하고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셈법으로 소지역주의를 선동한다면 이는 지역발전과 통합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라며 "지역주의를 국회의원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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