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생한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5998t)의 부산 광안대교 충돌사고가 만취한 선장의 비정상적인 운항 지시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검 해양·환경범죄전담부(이동수 부장검사)는 선박교통사고도주, 업무상 과실 선박파괴, 해사안전법 위반,, 업무상 과실 일반교통방해,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선장 S모(43) 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27일 밝혔다.
또한 씨그랜드호 선사 법인을 해사안전법 위반, 선박의 입항 및 출항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선장 S 씨는 지난 2월 28일 오후 3시 37분쯤 부산 용호부두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비정상적인 운항지시를 내려 부두에 계류 중인 요트를 충돌하고 피해자 구호 등 조치 없이 무리하게 도주하는 과정에서 광안대교를 충돌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선장 S 씨는 사고 이후 이날 오후 6시 5분쯤 음주측정 결과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86%(해사안전법 처벌 수치는 0.03% 이상) 상태였다.
VDR(항해기록장치) 분석 결과 조타실에 모인 선원들이 "이게 술의 결과다", "들어갈 때뿐만 아니라 절대로 안 돼. 아예 배에서는 안 되지"라고 대화한 사실도 확인됐다.
선원들의 휴대전화 포렌식 분석에서도 사고 원인을 물어보는 러시아 현지 친구들에게 "선장이 술에 취했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한국 사람들이 녹음하고 있어. 내가 뭘 보내주겠다", "우리가 녹음되고 있어. 가서 얘기해줄게"라고 보낸 사실을 보면 출항 당시 선장 S 씨가 이미 음주 상태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 선장 S 씨는 정박 후 술을 마셨다고 변명하고 있으나 진술 내용을 보더라도 처음에는 "2항사실에서 2항사와 함께 꼬냑을 마셨다"고 주장하다가 당시 2항사는 갑판에 있었던 사실이 확인되자 "2항사실에서 혼자 마셨다"고 진술을 바꾸기도 했다.
검찰은 "캔맥주를 선장실에서 마셨다"고 주장하는 선장 S 씨의 진술이 해경이 당시 배에 승선해 선장실에는 빈 맥주캔이 없었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진술 자체로도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용호부두의 경우 짧은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면서 선박의 방향을 변경하는 '제자리 선회 방법'으로 출항해야 함에도 씨그랜드호는 전방으로 가속 운항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요트를 충돌한 사실을 선장 S 씨가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사고 신고를 하지 않았고 무리하게 고속 선회 방식으로 부두를 빠져나가려다가 광안대교를 충돌하게 된 것이다.
이는 음주상태로 판단력이 떨어진 나머지 안전한 속도와 거리 확보, 방향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음주운항의 경우 자동차 음주운전보다 사고 시 인명피해가 크고 해양오염 우려도 있는 등 중대사고 위험성이 높아 엄정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음주운항으로 인명 피해뿐만 아니라 주요시설 및 다중이용시설 손괴 등 중대한 물적 피해를 야기한 경우 원칙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처벌 기준 강화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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