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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과 박경식, 누가 정국을 주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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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황장엽과 박경식, 누가 정국을 주도할 것인가

<손광식의 '1997 비망록'> (15) 박경식, 청문회 흔들다

***15. 박경식, 청문회 흔들다**

국회청문회에서 주로 국민회의쪽에 의해 한보의 황해제철소 투자문제가 끈질기게 추궁되는 이유도 그 한자락일 수 있었다. 북한과의 비밀거래에 김현철이 개입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그의 국정문란을 극대화하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친북 리스트’를 이용한 정치적 공격에 방어무기를 저장해 두려는 의도라고도 볼 수 있었다.

4월의 넷째주. 시국의 흐름은 크게 두갈래로 분화되기 시작했다. 황장엽의 서울도착을 계기로 한 남북문제와, 주초부터 다시 달아오른 청문회로 ‘김현철 게이트’에 대한 본격적인 추적이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4월22일 똑같이 남북관련 기사를 1면 톱으로 올렸다. 조선일보는 황장엽씨가 망명을 준비중이던 76년 8월에 작성했다는 ‘조선문제’라는 제목의 논문을 입수, 그 내용을 소개했다.

"......북한은 핵무기 화학무기 로켓무기를 동원해 남조선을 불바다로 만들고 초토화할 수 있다. 설마 북한이 승산없는 전쟁을 일으키기까지 하겠는가며 전쟁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민족 앞에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범죄적 태도이다.(북한은) 전쟁에 반드시 이긴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만약 미국이 간섭하는 경우 , 일본까지 초토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북한은 철두철미 전쟁의 방법에 의거해 통일을 하려 하고 있으며 이를 의심하는 사람은 머저리 가운데서도 상머저리...

북측 집권자는 지금 무력을 동원하여 민족역사상 최대의 비극을 연출할 것인가, 굴복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우리 민족 앞에는 비극이 닥쳐오고 있음이 의심할 여지없이 명백하다. 북측은 남조선에 지하조직을 키우기 위하여 오랜 기간 전력을 다해 온 만큼 남조선에서 지하조직의 뿌리를 빼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지금 남조선 청년학생들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요는 예외없이 다 북측조직이 조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군대와 경찰, 국가기관에 잠입해 있는 적대 분자들을 색출하기 위해 면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북측 체제가 자연발생적으로 파산되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으며 외부적으로 말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북한은) 집집마다 도청장치가 돼 있는 등 중세기적 전제주의가 지배하는 곳이며 온 나라가 하나의 큰 감옥이다. 북측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면 경제가 급속히 회복돼 오히려 우환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봉쇄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북측 인민을 구원하기 위한 식량원조 등은 해야 한다. 북측 경제의 자립성을 강화하고 군수공업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은 평화통일전략에 배치된다."

한편 동아일보는 ‘청와대회의 북누출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국가기밀이 북에 빠져나가고 있는 중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내용은 이러했다.

"최병렬 신한국당의원은 21일 ‘황장엽 리스트'와 관련, “김광일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청와대의 실제 회의내용과 북한 최고위층에 메모로 보고된 (청와대의) 회의내용이 유사하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들었다“며 ”대화내용이 비밀사안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최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는 의원모임’ (간사. 김용갑의원)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김용갑의원은 ”청와대 수석실의 회의내용이 김정일의 책상에 메모형태로 놓여 있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의원은 ”황리스트가 어떤 형태로든 인구에 회자될 경우 한국정치의 판도를 뒤집을 핵폭탄이 될 수도 있다“면서 ”검찰과 안기부수사의 신뢰성이 문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황리스트가 나온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판단해서는 안되며 수사단서 차원에서만 활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보도에 대해 김광일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를 전적으로 부인했다. ”그러한 사실은 없을 뿐 아니라 나는 그와 유사한 말도 한 적이 없다. 최의원이 전한 말은 전적으로 사실무근이므로 최의원은 자기발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두 신문이 보도한 내용은 각기 다른 것이었지만 앞으로 전개될 새로운 흐름이 잉태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국가적으로 보면 ‘안보시국’이며, 정치적으로 보면 ‘매카시 선풍’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원하든 원치 않든 북한문제는 그렇지 않아도 식량위기, 4자회담 등으로 뉴스의 표적이 되어 온 터였다. 두 신문이 자사의 제작 이데올로기나 언론계 헤게머니의 장악을 위해 방향전환을 꾀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북한문제는 한보 이상의 태풍을 수반할 것임은 명약관화한 일이었다.

지리멸렬했던 한보청문회도 박경식이라는 증인이 출두하면서 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갔다. 4월21일 국회 한보청문회 증언석에 앉은 G남성클리닠 원장 박경식은 이제까지의 증인과는 달리 새로운 사실을 증언하는가 하면 거침없는 태도로 여.야위원들의 심문에 대응함으로서 일반의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청문회 태도는 TV중계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의 ‘관극심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으며 시정에 화제거리를 제공했다. 그는 어떤 대목에서는 야유조의 비웃음을 보여주기도 하고 또 때로는 당당한 목소리로 “답변을 거부합니다”라고 했다가는 “의사 박경식이가 국회의원이나 장관보다 못한 게 무엇이냐”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신한국당의 박주천의원의 심문과정에서는 “질문의 의도를 내가 다 안다. 반말하지 말라”면서 공격적인 대응도 불사했다.

다음은 이날 청문회에서 박경식의 증언 내용.

-김현철씨를 어떻게 알았나.
“87년 대선때 주치이여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

-4.11총선 당시 김현철의 공천문제를 들은 바 있는가.
“대표적인 예가 저의 형(박경재변호사)이다. 한이헌씨는 고향인 김해쪽을 원했는데 당은 해운대쪽으로 가라고 해서 현철씨에게 부탁해 조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안다.”

-현철씨가 정치에 뜻을 두고 YTN 인사개입과 국정개입을 해 온 것을 아는가.
“처음에는 현철씨가 아버지를 돕는 순수한 뜻으로 한 것이 사실이다. 현철씨가 정치에 뜻을 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지금 출마하면 내 후광으로 당선된 것이라며 출마하지 말라고 만류했다”

-현철씨가 부산에 출마하려고 했다는데.
“부산 시장출마를 고려했다. 지방선거 참패로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 ”

-박태중씨를 아는가.
“현철씨가 92년 대선때 나사본에서 박태중국장이라고 나에게 소개했다. 큰 일 저지르겠다는 인상이었다. 나를 아래 위로 째려보더라. 사무실에 가 보면 아무일 하는 거 없이 노는 경우가 많았다.”

-현철씨가 출마를 막은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뽀빠이 이상룡씨를 말하는 모양인데 박씨가 했다고 생각한다.”

-김기섭, 오정소씨를 알고 있는가.
“김씨는 대선 때 의전 담당이라 알게 됐고 오씨는 96년 2월말 쯤 신라호텔 647호에서 현철씨가 오라고 해 나가보니 김씨와 낯선 사람이 있었는데 현철씨가 그에게 ‘앞으로 열심히 하라’고 하니 그 사람이 인사를 90도 각도로 하면서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이틀 후 그 사람이 안기부 차장으로 발령나는 것을 보고 오정소씨인 것을 알았다.”

-메디슨사가 어떻게 급성장했는지 알고 있는가.
“로비를 해서 일제 수입을 금지시키고 하나은행으로부터 1백억원을 특혜받아 급성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이홍구 전 신한국당대표가 국회연설에서 메디슨을 ‘우리시대의 영웅’이라고 했는데.
“메디슨 제품은 국내 단 한군데서도 정상 가동하지 않았다.”

-고창순 청와대 추치의도 아는가.
“고씨가 ‘이민화(메디슨 사장)는 내가 돌봐 줘야 한다’며 검찰에 압력을 넣고 6천만원 받은 사실도 안다. 증거도 있고 고씨가 보낸 팩스도 갖고 있다.”

-현철씨와 고씨가 메디슨 지원자인가.
“한승수 전 부총리도 후원자다. ”

-메디슨 품질이 안좋다는데 어떻게 9개 시중은행에서 4백억원의 파격적 지원을 받았는가. 현철씨의 지원때문이 아닌가.
“엉터리 제품에 특혜가 나오는 것은 배후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나는 이미 현철씨에게 배후세력 명단을 다 주었다.”

-현철씨가 일부 야당의원을 정략적으로 지원했다는데.
“정략적인 지원이 아니라 민주당 이부영의원을 극찬하기도 했다.”

-몇살인가.
‘마흔 여섯으로 한양대를 나왔고 UCLA와 미네소타에서 공부했다. “

-김영삼대통령과 92년 대선때 손명순여사의 주치의였나. 고박사가 주치의로 들어가자 김현철씨 주치의를 맡았나.
“김현철씨 주치의는 맡지 않았다.”

-김대통령이 후보때 처음 만났나.
“김대통령에게 감기약을 지어주면서 만났다. ‘나를 도와달라. 같이 가자’고 해서 돕게 됐다.”

-메디슨사건에 대해 고박사가 검찰에 뭐라고 했는가.
“나한테 ‘이민화를 잘 돌봐야 한다 무조건 입 다물고 있어라’고 했다. 동부지청 부장검사에게 확인하니 어떻게 알았느냐며 깜짝 놀라더라.”

-김희완 서울시 부시장과 이성재의원이 작년에 병원으로 찾아 왔는가.
“그렇다. 메디슨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걸려오는 전화를 녹음하는게 좋겠다고 했다.”

-김희완씨가 테이프를 입수하게 된 경위는
“현철씨와 통화가 끝난 뒤 김씨가 ‘전화 온 것 없느냐’고 물었다. 있다고 하자 들어보자고 했다. 들어보면 문제가 있다고 했더니 한 번만 듣자고 했다. 듣고 나서는 테이프를 달라고 했다. 주고나서 생각하니 안되겠어서 일주일을 쫓아 다녔다.”

-현철씨와 대략 몇 번이나 만났는가.
“93년 이후 1백번 이상이나 된다.”

-증인은 이번 폭로로 협박받은 바 있는가.
“많다.”

-이 서류는 고씨가 보건복지부에 보낸 팩스로 협조를 당부한 내용인데.
“보건복지부는 고박사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고 난리다.”

-현철씨가 박태중․이성호․오정소․전병민․강삼재씨와 함께 있는 걸 본 적이 있느냐.
“전(병민)씨가 사직할 때 현철씨가 하얏트호텔에 있었는데 자신과 상의 없이 사직했다고 화를 내는데 주변 사람들이 현철씨가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은 난생 처음 보았다고 하더라. 박씨는 현철씨를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다.”

-현철씨가 공천에 개입한 국회의원은 누구인가.
“다 알면서 왜 그러는가. 구체적으로 아는 것은 없고 박태중씨 사무실에 갔을 때 프린터에 수많은 자료가 나오는 것을 본 적은 있다.”

-증인과 현철씨를 중재하려던 인물이 박찬종씨 아닌가.
“말하기 곤란하다.”

-현철씨가 부산시장을 거쳐 대통령을 꿈꾸었다는데 증인이 들었는가.
“대통령 아들이라고 대통령 되지 말란 법은 없다고 본다. 현철씨는 똑똑하고 좋은 사람인데 나중에 변질 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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