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경제 활력"과 "규제 완화"를 언급했다. 보수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원론적 언급임을 감안한다 해도, 문재인 정부 정책기조에 맞지 않는 답변이라는 논란이 예상된다.
최 후보자는 25일 오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이 "문재인 정부 9.13 대책은 정상 거래조차 막아 시장 왜곡·혼란을 초래했다"고 질의하자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국토교통 분야 정책은 국민 삶의 질 개선이라는 목표도 있지만 경제 활력을 높이는 데도 의무·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 중점을 둬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송 의원이 "서민을 위한 주택정책이라도 (정상적인) 생산, 거래, 거주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고가 주택이라고 투기꾼이나 이상한 것처럼 (취급)하면 안 된다. 왜곡된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한 대 대한 답변이었다.
최 후보자는 한국당 함진규 의원이 규제 완화 필요성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필요한 규제 완화 조치가 있다면 적극 건의하겠다. 그리고 저희가 앞장서서 해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의 질의는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최 후보자의 다주택 보유 부분에 집중됐다. 한국당은 최 후보자가 거둔 부동산 시세차익을 23억~26억 원이라고 자체 계산하며 부동산 논란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최 후보자는 "실거주 목적이었다"고 해명했으나, 잠실 소재 아파트에는 16년 간 거주한 일이 없어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도 날선 어조로 "다주택 보유는 '죄'라는 게 문재인 정부 논리 아니냐. 그런데 이 정부가 죄악시하는 것을 십수년 동안 오래 해왔으니 이 정부 장관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김현미 장관, 우원식 전 원내대표 등의 말에 따르면 '집값 폭등 주범'이 바로 최 후보자"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이어 "분당·잠실 아파트를 동시에 보유하며 잠실에는 하루도 살지 않고 전세만 16년 동안 놓았다. 그런데 16년 동안 팔려고 했는데 한 번도 안 팔렸다는 말이냐"며 "그렇게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면 국민이 화난다"고 거듭 날을 세웠다. "두 채 가운데 한 채도 매각을 시도하지 않았고, 2018년 11월에야 잠실 집을 팔려고 내놓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최 후보자가 "다주택 보유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변하자 이 의원은 "그런데 왜 했느냐", "본인은 사는 집이 아닌데 왜 그렇게 오래 갖고 있었느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이에 최 후보자는 "정말 송구하다",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국당 홍철호 의원은 "국토부 장관이 송파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때가 2002년 9월인데 후보자는 당시 직책이 장관 비서실장이면서 2003년 1월에 매입을 했다"며 "당시 장관은 '여기는 투기과열지구'라고 하는데 비서실장이 대놓고 하지 말라는 것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또 "분당 아파트는 양도하면 될 것을 증여를 했고, 팔았으면 몰라도 증여를 하고 그 집에 사글세로 사는 것을 국민 감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월세가 160만 원인 것도 연간 과세표준 기준(2000만 원 이상은 종합과제 대상) 때문 아니냐. 우연이라기엔 이 점도 흔쾌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그러면서 "이 문제 때문에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면 청와대에 부담이 되는데 (그럴 경우) 자진사퇴 의사가 있느냐"고 최 후보자를 강하게 압박했다.
여당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청와대가 발표한 7대 비리공직자 배제 기준에 저촉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아쉬운 것은 다주택 보유 문제 논란"이라고 언급했다. 안호영 의원도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토부 장관으로서, 위법은 아니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고 무주택 서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는 면에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규희 의원 역시 지난달 장관 후보자 인사검증을 앞두고 딸에게 분당 아파트를 증여한 부분을 지적하며 "있는 그대로 소명하는 게 훨씬 좋을 뻔했다"며 "3채를 2채로 줄이기 위해 증여를 한 것은 지혜롭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최 후보자는 이같은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 "죄송하고 송구하다", "사려깊지 못하고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여러 차례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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