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발표 되고 그의 행태가 보도 되자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친일파였다. 해방 후 일부 친일파들은 자신들의 열렬한 친일 행위에 대해 "설마 해방 될 줄 몰랐다"라는 회한인지 변명인지 모르는 말을 남겼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부동산이었다. 폭등하는 아파트 값은 대한민국을 '돈 놓고 돈 먹는' 일확천금의 땅으로 만들었다. 불로소득의 나라, 서민들의 땀을 배신하는 투기 왕국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빛내서 집사라고 했던 정부가 있었고 이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했던 부처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국토부는 가장 중요한 부처 중 하나였다. 이 같은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새 정권의 국토부 장관은 집 몇 채씩 가진 분들은 이제 팔아달라'는 권고까지 했다.
2017년 5월 까지 국토부 제2차관을 지낸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누구보다 더 큰 책임감으로 정부 정책에 호응했어야 한다. 그러나 최정호 후보자는 수완 좋은 '부동산 투기 달인'의 행태를 보였다. 딸에게 증여할 아파트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이게 나라냐"라는 자괴감 까지 드는 게 당연하다. 더욱이 아파트를 증여 받은 딸은 물려받은 아파트를 다시 부친에게 세를 놓으면서 월세까지 받는다. '증여세도 납부해 법적으로는 아무 하자가 없다'는 식의 그 뻔뻔함이 놀라울 지경이다. 국토부 요직을 거치면서 눈앞의 이익은 누구보다 먼저 챙긴 것이 아닌가?
최정호 후보자는 아마도 "설마 국토부 장관 할 줄은 몰랐을 것" 같다. 최소한 한 나라의 장관을 꿈꿨다면 누가 봐도 편법을 교묘히 이용해 놓고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낮 뜨거운 일을 벌이진 않았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한국 사회는 "배운 놈들과 있는 놈들이 더하는" 시대가 되었고 또 그게 능력으로 치장됐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로 표상되는, 가진 자들의 사회적 책무 같은 이상은 쓰레기통으로 가 버린 지 오래다. 공직이란 무엇인가? 공직자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 늘 염두에 두고 고민했던 이라면 부동산 투기를 막아야할 고위 공직자가 앞장서서 부동산으로 이익을 챙기는 일에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최정호 후보자는 국토부의 요직을 거쳤다. 그 중 하나는 철도정책관이었다. 이명박 정권 말기 추진된 '수서발 고속철도 민영화 정책'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현재 한국 철도가 갖고 있는 문제점의 상당 부분은 수서발 고속철도 민영화 시도에서 출발한다. 결국 주식회사로 분리된 수서고속철도(SR)는 국토부의 장담과 무관하게 지역특혜, 지방 배제, 고속철도 운영효율성 부실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노정케 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철도 정책에 오랜 관심을 기울여온 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후보자에게 'SR의 출범에 대한 평가', '철도경쟁체제의 성과 및 문제점' 등에 대해 서면질의를 했지만 후보자측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모두 있다면서 명확한 답을 회피했다. 그동안 국토부 철도정책 담당자들이 늘상 해오던 말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효율성 우선과 시장만능주의로 점철된 철도 개혁을 시도 했고 '철도산업 구조개혁 연구용역'의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청사진을 마련하고자 했다. 더 이상 공공성을 희생하는 대가로 '죽음의 외주화'와 '불안전'을 고착화 시켜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바람의 반영이었다. 그러나 국토부 관료들의 저항은 집요하고 지능적이었다. 결국 강릉선 KTX탈선 사고를 빌미로 안전대책이 우선이라며 개혁 용역은 강제 중단되었다.
국토부 관료들은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철도 개혁 작업이 동력을 잃을 것으로 자신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새로 오는 장관은 과거 철도 적폐 정책의 한가운데 있었던 사람이기까지 하다. 한 편에서는 대륙철도의 원대한 꿈을 이야기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한국철도의 희망은 사라지고 있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은 언젠가 오기는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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