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김창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장은 파주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측 인원이 철수했지만 (정상화의) 불씨가 남아있다. 그 불씨를 지키기 위해 평상시와 다름없이 출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측에서 연락사무소 철수하고 우리가 사무소에 체류하는 것은 상관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한 북측의 태도도 연락사무소를 폐쇄하기보다는 유지하는 불씨를 남겨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불씨를 지키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2일 북한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상부의 지시"라면서 연락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는 북측 인원에 대한 철수 조치를 감행했다.
이에 정부는 비상상황이라 판단, 지난 주말 평소보다 많은 인원을 개성에 남겨뒀다. 이후 지난 24일 남북은 25일 연락사무소로 출근할 예정인 인원들에 대한 출입을 협의했다.
협의 당시 북측에서 전했던 메시지는 없었냐는 질문에 김 사무처장은 "정상적인 출경을 위해 몇 가지 행정적 조치가 필요한데, 북측은 이러한 조치 위해 평상시와 다름 없이 협조했다"며 협의 당시 분위기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고 출경을 위한 정상적 조치만 진행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사무처장은 "북측과 진행하는 연락업무는 없겠지만 개성에 북측의 여러 기관들이 있으니 그 기관들과 접촉하면서 북측 상황을 계속 파악할 예정"이라며 "모든 상황을 열어두고 준비하되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로동신문> 등은 25일까지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대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스스로 제 손목에 족쇄를 채우지 말아야 한다' 제목의 논평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 내에서 북한과 경제협력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남한의 입장을 비난했다.
매체는 "남조선 당국자들이 대북제재의 틀 내에서 남북협력사업들을 추진하겠다고 역설했다"며 "초보적인 자존심마저 결여된 수치스러운 발언이고 또 하나의 자가당착"이라고 주장했다.
매체는 "남조선 당국자들이 '제재의 틀' 안에서의 협력교류를 운운하는 것은 북남선언들에 합의한 당사자로서 약속도, 의무도, 예의도 다 저버린 행태"라며 "북남합의의 정신에도 배치되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전날인 24일에도 "한심한 것은 미국과 공조하여 평화체제 구축과 북남협력을 꿈꾸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라며 "남조선이 미국과 공조해야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비난한 바 있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는 남한 정부가 대북제재 완화 또는 해제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데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 22일 연락사무소를 철수한 것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북한이 남한 인원들의 잔류 및 이들의 연락사무소 출근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는 점, <조선중앙통신> 등 주요 관영매체를 통해 연락사무소 철수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미뤄봤을 때 당분간은 북미 간 협상 및 남한의 태도 등을 지켜볼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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