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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주요한 '플레이어'다

[이충렬 칼럼] 역발상: 남북한이 21세기 동아시아를 경영하자

새로운 시대의 전환은 그 시대를 열고자하는 뛰어난 지도자의 비전이 있었다. 한반도에 70년째 지속되는 냉전구도는 사실 너무도 서글픈 현실이다. 사회주의권이 무너진지 벌써 30년이 되었다. 중국도 베트남도 심지어 쿠바도 미국과 정상관계를 맺었다.

20세기의 박물관 같았던 한반도에도 드디어, 냉전해체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다. 비록 '노딜'로 끝난 하노이회담 때문에 자욱한 안개가 시야를 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 하나는 강조하고 싶다. 지금의 북미협상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진 최초의 북미대좌라는 점을.

지난 30년 동안의 북미협상은 양쪽 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정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았다. (유일한 예외는 2000년 가을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 계획을 검토했을 때였다. 그러나 이것은 조지 W. 부시의 대통령 당선으로 없던 일이 되었다.) 결국 2017년 북한이 핵무력완성을 선언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부와 직접 대좌함으로서 이전의 모든 협상과는 달리, 이번에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해묵은 적대관계를 해소하자는 근본적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는 협상국면이 열렸다.

이번 기회에 남북한의 생존전략 또는 외교방략에 대한 새로운 검토를 해보고자 한다. 한반도는 x축과 y축의 힘이 서로 소용돌이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x축은 남한과 북한의 대립구조이고, y축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으로 야기되는 세력각축이다.

x축과 y축의 힘을 비교한다면 난형난제다. 남한과 북한의 대립도 뿌리깊다. 양쪽에는 상대방을 불신하고 힘으로 제압해야 한다는 세력이 엄존하고 있다. 이들 강경파는 틈만 나면 남북의 평화공존으로 가는 길에 제동을 걸고 있다.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건설 총력주의'라는 신노선이 나오고, 남한에서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함으로서 남북대결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시도가 본격화되었다.

비록 두 지도자가 파격적인 신뢰감과 추진력으로 평화이니시어티브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앞에 놓인 장애물이 만만치 않다. 국제관계에서 본다면, 6.25 전쟁이후 남한은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고, 북한 역시 중국과 사회주의 혈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y축이라할 미국과 중국의 대립양상도 심상치 않다. 무역 등 통상측면에서의 갈등을 필두로, 중국에 대한 미사일 포위망 구축 등 미국과 중국의 대립양상으로 인해 한반도가 직격탄을 맞아왔다. 2016년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믿어지는 사드배치는 한반도가 미중의 각축전 한복판에 있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였다. 남중국해에서 대만을 거쳐 한반도에 이르는 동아시아 지역은 미중의 패권경쟁이 치열하게 부딪치는 최전선이다.

'우리 민족끼리' 나 '북한의 레짐체인지'를 추구하는 것이 x축과 y축의 힘이 소용돌이치는 한반도에서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바라건대, 남북의 두 지도자는 국가의 명운을 걸고, x축과 y축의 힘을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러자면, 현재의 세력균형을 가져온 역사성을 통찰하고, 그 현실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관점이 필요하다.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면, 남한과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고, 동시에 미국과 중국을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유일패권국으로서 미국의 특별한 지위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중국을 패싱하겠다는 발상도 해서는 안된다.

필자는 일찍이 (대한민국의 관점에서) 한미동맹은 산소와 같고, 한중 경제협력은 쌀과 같다고 비유한 바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는 체제안전과 경제건설의 필요충분조건이고, 중국과의 혈맹유지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인 것이다.

향후 수 십 년 동안 지구적 규모에서 미국과 중국은 일면 경쟁 일면 협력이라는 패권적 경쟁을 지속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가 패권경쟁의 무대가 되느냐 아니면, 패권경쟁을 누그려뜨리는 역할을 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우리의 의지에 달려있다.

다른 말로 하면, 미국과 중국이라는 G1과 G2에 북한은 중국에 영향력이 있고, 남한은 미국에 영향력이 있다라는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다. 우리가 영향력을 일방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영향력을 투사한다면 판이 바뀌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할까?

19세기말 서세동점의 시기에 조선과 청은 적응에 실패했고, 그 결과는 식민지가 되거나 반식민지가 되었다. 반면 탈아입구(脫亞入歐)를 부르짖었던 일본은 가장 먼저 산업화에 성공했다. 1950년 6.25 전쟁이 나면서 우리는 냉전의 대리전장화한 뼈저린 아픔이 있다.

20세기는 일본이 일으킨 대동아 전쟁의 후유증이 지배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21세기의 동아시아는 남북한이 주도하는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 필자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남북의 지도자들이 자국의 안전보장에서 출발하여 동아시아의 주역으로 미국과 중국이라는 코끼리를 공존시키는 비전과 능력을 발휘하자는 것이다.

남한이 명백히 인지하지 못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수출 11위의 무역대국, 1인당 GDP 3만불을 넘어선 인구 5천만 이상의 국가에 속하는 대한민국이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대단한 나라에서 북한과 비교하면 갑자기 스스로를 영유아로 생각해버리는 사람들이 남한에 많다.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은 그 자체로 국제사회의 주요한 플레이어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한국을 원조대상국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국만큼 미국의 대외정책의 성공을 보여주는 사례가 없다.

우리가 미국의 가치와 함께 가는 한 미국은 한국을 존중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우리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이 단순한 사실을 놓쳐서는 안된다.

북한의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둘러싼 샅바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70년의 적대관계를 가진 국가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그러나 국가차원의 이해관계와 지도자의 비전과 리더십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조만간 만나리라 생각된다. 두 지도자가 서로의 입지를 이해하면서, 최종 목표를 공유해 나간다면 못 풀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는 시작이고, 나아가 동아시의 평화를 주도하는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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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2015년, 레디앙) 저자. 1957년 출생. 유신시절 민주주의 운동에 평생 헌신할 것을 맹세, 민주화운동·노동운동·정당활동에 참여하고,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미관말직을 지냈다. 2012년 대선이후 당대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강화도에 귀촌, 언젠가 이 땅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역사가 꽃피는 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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