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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돈독'이 너무 올랐다"

<데스크 칼럼> 투기와의 전쟁은 심리전, 금리 올려라

하나의 수수께기를 내보자.

"술독이 올랐을 때 약은? 답은 해장국이다. 그러면 '돈독'이 올랐을 때 약은?"

선뜻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돈독'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지금 우리 사회에 '돈독'이 올라도 너무 올라 있다.

자본주의라는 게 원래 돈독에 기초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부르는, 돈독의 또다른 이름이 이윤추구이기 때문이다. 세익스피어는 베니스의 샤일록을 악덕상인의 대명사로 비판했으나, 경제인들은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냉정하게 이윤을 추구한 샤일록이야말로 자본가의 표상이라 말한다.

돈독은 이처럼 자본주의의 성장엔진이다. 하지만 언제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넘치면 부족함만 못한 법이다. 돈독이 너무 오르면 과열된 엔진은 터지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나라를 거품경제의 위기상황으로 몰고가는 부동산투기도 돈독의 사생아다.

***IMF사태의 최대부작용, '돈독의 확대재생산'**

IMF사태의 최대 부작용은 돈독의 증폭이다.

IMF사태는 밝고 어두은 상반된 결과물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IMF사태후 경제시스템은 'IMF이전 시대(Before-IMF)'와는 비교가 안될만치 크게 혁신됐다.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경영이 도입되고 기업의 투명성과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다. 그 결과 올 들어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세계적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사상최대 흑자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IMF이후 시대(Post-IMF)'의 밝은 면이다.

IMF사태가 가져온 최악의 산물은 다름아닌 돈독이다.

IMF사태가 몰고온 무더기 도산과 대량 실업으로 수많은 가정이 파괴됐으나, 현금을 쥐고 있던 이들에게는 도리어 IMF사태가 예기치 못한 복음이었다. IMF가 강요한 초고금리정책의 결과, 가만히 금융기관에 돈을 넣어두고 있기만 해도 연 20~30%의 이자소득을 거머쥘 수 있었다.

이같은 초고금리 시대가 IMF사태 발발후 1년 가까이 계속되다가 98년말 IMF가 초저금리 정책을 주문하면서 99년 들어 이번엔 증시가 뜨겁게 달궈지기 시작했다. 한때 2백80선까지 급락했던 종합주가지수가 1천선까지 수직상승했다. 여기에 정부의 벤처입국 정책까지 가세하면서 코스닥붐이 뜨겁게 달궈져 '묻지마 투자'가 극성을 부렸다. IMF사태 직후 이자소득으로 부를 늘렸던 이들은 이번에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자산을 순식간에 몇배나 부풀릴 수 있었다.

2000년 5월이래 증시에서 벌어졌던 질펀한 파티는 끝났다. 갑자기 돈이 갈 곳이 없어졌다. 그렇다고 은행 금고로 돌아가자니 연리 5~6%의 이자소득 갖고는 성이 안 찼다. 연간 수십%, 수백%의 불로소득을 경험한 탓이었다. 이른바 돈독에 중독된 것이다. 이렇게 돈독에 중독된 단기성 자금만 현재 3백조원에 달한다.

돈독이 오른 돈들은 2001년 하반기부터 강남 아파트시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돈독의 파괴력은 엄청났다. 불과 1년사이에 강남 아파트값이 평균 50% 이상 폭등했다. 국제경제 침체에 따른 내수경기 부양 차원에서 이를 방치했던 정부가 뒤늦게 아파트값을 잡겠다고 뛰어들었으나 이미 때는 늦어 보인다. 돈독이 오를 대로 오른 돈들은 정부의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는 양 발빠르게 오피스텔, 토지, 골프권 등으로 투기대상을 다각화하고 있다.

***"아랫목 따뜻해졌으니 웃목도 따뜻해진다더니..."**

이렇게 IMF사태후 4년여간 진행된 돈독의 확대재생산은 우리 사회를 회복불능의 단계로 양극화시키고 적대화시켰다.

금리가 오르고, 주가가 오르고, 집값이 오를 때 현금을 쥐고 있는 이들은 환호성을 올렸다. 그러나 반대편에 서있는 돈 없는 이들은 금리가 오를 때 이자부담 증가로 고통받고, 주가가 오를 때 소외감에 소줏잔을 들이켜야 했고, 집값이 오를 때 월세값, 전세값 오를 걱정에 하얗게 밤을 새워야 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IMF사태 직후 TV에 나와 "이제 아랫목이 따뜻해지고 있으니 곧 웃목도 뜨듯해질 것"이라던 약속에 기대를 걸었던 마음은 배신감으로 바뀌어갔다.

역사적으로 원래 공황이라는 것이 부의 집중현상을 심화시키곤 했다. 비근한 예로 미국의 경우도 1929년 대공황이래 초반에는 모든 기업이 고초를 겪었으나, 공황발발 7년후 집계해 보니 당시 미국의 양대 재벌이던 카네기와 록펠러 그룹의 자산이 도리어 공황 전보다 3배나 늘었다.

IMF사태도 공황이었고, 그런 면에서 보면 부의 집중은 필연적 결과로도 읽힌다.

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를 회복불능의 단계로 파괴한 돈독이 전혀 잡힐 조짐을 안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두 눈을 번뜩이며 다음 투기대상이 어디인가만 부지런히 찾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간 그 귀착점은 또한차례의 파국이다. 역사가 말해주는 '돈독의 가장 확실한 해장법'은 다름아닌 공황이기 때문이다.

***투기와의 전쟁은 심리전**

재정경제부 등 정부부처도 돈독의 심각성을 감지하고 있다. 요즘 들어 하루가 멀다하고 아파트 투기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그러나 한가지 대목에서만은 더없이 완고완강하다. 금리만은 절대로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전윤철 부총리는 "금리를 올려봤자 부동산투기를 막는 데 도움이 안된다"고까지 단언했다.

맞는 말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기껏 0.25%포인트 올려봤자 연간 수십%대의 고수익을 맛본 돈독 오른 부동자금들이 곧바로 은행금고로 돌아올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인상의 진정한 공격대상은 다름 아닌 '심리'라는 점을 경제부처는 간과하고 있다.

"금리만 갖고 부동산투기를 막을 수 없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금리를 빼놓은 부동산투기 대책이라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다고 돈독이 오른 돈들이 곧바로 은행이나 투신사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투기를 일삼고 있는 이들이 받게 될 '심리적 충격'은 엄청날 것이다. 통화당국이 실물경제나 주가 등에 약간의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를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는 것만큼 확실한 부동산투기 억제 의지 표명도 따로 없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했다간 부동산에 투기한 거액을 날릴지도 모르는 일인 만큼 금리를 0.25%만 올려도 부동산투기 붐은 크게 진정될 게 확실하다.

투기와의 전쟁은 '심리전'이다. 금리 문제는 이같은 심리전의 측면에서 봐야만 그 의미를 정확히 찾을 수 있는 법이다."

통화당국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돈독을 방치하면 정권은 물론, 체제도 붕괴한다**

오는 12일 금리를 결정할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다. 미국-이라크전 발발 위험 등 국내외에 도사린 위험요소가 많아 금통위원들을 고민케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지금 우리경제가 당면한 최대위험이 무엇인가에 고민의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우리 경제, 더 나아가 우리 체제가 당면한 최대위험은 돈독이다. "돈독을 방치했다간 정권은 물론 체제도 붕괴하고 말 것"이라는 한 시중은행 임원의 말을 경청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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