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이남의 양재~과천~인덕원~판교~성남~서울 가락동을 잇는 청계산 주변 지역1천5백만평을 '제2의 강남'으로 개발하겠다는 경기도의 계획이 큰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아파트값 폭등 억제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이 지역의 부동산값 폭등을 부추기면서 강남을 중심축으로 하는 '거대 강남권'을 확대재생산하는 반면, 강북 등 기타 지역은 계속 소외시키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최악의 결과가 우려되는 정책을 재정경제부 등 중앙부처까지도 지지하는 것은 이들 정책결정권자들이 부지불식간에 '강남의 논리'에 젖어있기 때문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무르익어 가는 '제2의 강남' 개발논리**
경기도는 '제2의 강남'이 들어설 적지로 남부권은 청계산자락(과천 경마장 뒤편), 북부권은 일산과 김포 사이, 동부권은 남양주·하남, 서부권은 기존의 송도신도시권 등을 우선적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강남 이남의 청계산자락 일대다.
경기도가 '남서울 프로젝트'로 명명한 청계산 일대 개발계획은 현재 투기바람이 불고 있는 서울 강남을 대체할 '제2의 강남' 건설을 목표로 청계산 주변에 4개 신도시를 동그라미 형태로 엮는다는 구상이다.
경기도는 2020년까지 14조5천여억원을 들여 청계산을 중심으로 주택 24만가구를 건설해 인구 72만명을 거주시킨다는 구상하에 개발이익금 35조원 가운데 투자비 14조5천억원을 충당하고 남는 20조원으로 4개 신도시를 연결할 수 있는 순환철도(34㎞)와 경부우회고속도로(87㎞), 고속화도로 7개노선(1백㎞)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개발이익에서 얻어지는 자금으로 유명 학교 및 외국어전문 고교 등을 신설하는 등 서울 강남권을 상회하는 교육여건을 갖춰 중상류층을 수요층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경기도는 이미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등 관계 부처에 남서울 개발계획을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통보했고, 이들 부처의 고위층과도 어느 정도 교감을 이루어진 상태다.
임인택 건교부 장관은 최근 "경기 성남 서울공항 부지가 최적지"라는 언급을 했다. 교육여건이 강남 아파트값 폭등의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재경부의 윤진식 차관도 "교육·교통 등 생활여건에서 강남지역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대체지역이 필요하나 서울시내는 이미 포화상태"라며 "서울 이외 지역을 개발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강남 아파트값 폭등은 좋은 교육·생활여건을 원하는 중상류층의 만성적인 수요초과에서 기인하고 있는만큼, 강남을 능가하는 교육·생활여건을 갖춘 고급신도시를 건설해 아파트값 폭등을 막겠다는 게 이들의 생각인 것이다.
***환경파괴, 강남·북 차별 심화 등 각종 부작용 우려돼**
하지만 이같은 정부 논리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이 환경문제다. '청계산 프로젝트'의 경우 대상지역이 대부분 그린벨트 지역이어서, 이를 해제하려 할 경우 환경단체나 환경부 등의 반발에 막힐 공산이 크다.
건교부 관계자는 "경기도가 발표한 신도시 개발대상지는 모두 특별법에 규정된 그린벨트로, 기존의 5개 신도시도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개발한 적이 없으며, 강남과 접해 있어 서울의 비대화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경기 남부권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정비계획법 및 광역도시계획을 전면 재정비해야 하는 등 수도권 정책에 엄청난 변화가 요구된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이와 함께 가뜩이나 심각한 강북의 소외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작금의 집값 폭등은 저금리 및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유동자금 및 투기성자금 유입 등으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인 만큼 거품만 걷어내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며 "강북 등 강남이외 지역의 소외를 가속화시킬 제2의 강남 건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설픈 '제2의 강남' 개발계획은 과거 신도시 건설 등의 경험으로 볼 때 강남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전국적인 투기바람을 불러일으키면서 이 지역의 집값만 상승시킨다는 지적도 주택건설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경제부처가 과천에 모여 있기 때문인가**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과거 수도권 신도시 개발 결과 강남에 인접한 분당 등의 집값은 강북에 인접한 일산의 거의 두배에 달할 만큼 올랐다"며 "제2의 강남 건설도 결과적으로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하는 부동산값 폭등과 지역간 차별을 심화시킬 게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같은 부정적 결과가 훤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재경부, 건교부 등 중앙부처 관계자들이 이를 묵과하는 것은 재경부 등 경제부처가 청계산앞 제2 종합청사에 위치해 있고, 이들 중앙부처 직원의 상당수가 강남 및 청계산 개발지역 일대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의구심까지 들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정책 결정권자들의 이해관계가 부지불식간에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제기다.
요컨대 새로운 도시를 만들려 하기보다는 기존 신도시 기능을 개선하고 강북 등을 획기적으로 정비하는 방안, 집값 문제를 금융정책 및 세제 부문에서 접근하는 것이 정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조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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