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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의미있는 변신 한가지

"민심이반에 소름 끼쳤다. 아파트값 못잡으면 대선도 없다"

민주당이 3일 대단히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은 이날 정부와 정책협의를 가졌다. 김대중대통령의 탈당후 정부가 중립입장을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민주당이 여당이며, 정부 역시 '정부여권'의 구성인자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날 정책협의에서 정작 주목해야 할 대목은 민주당이 보인 '새로운 면모'다.

***민주당의 예기치 못한 금리인상 주장**

이날 협의 의제는 '아파트값 폭등과의 전쟁'. 현상태를 방치하다가는 경제적으로나마 정치적으로 득될 게 없다는 위기감에 따라 소집된 회의였다.

여느 정책협의와 마찬가지로 이날 회의도 정부가 마련한 대책을 공식발표하기 전에 보고받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은 종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정부 입장과 상치되는 당의 입장을 공개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당대표로 김효석 제2정조위원장은 정부의 보고내용을 소개한 뒤 말미에 "투기억제를 위해선 금리인상도 필요하며 우선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통화당국 관계자들을 불러 당입장을 설명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금리인상은 정책협의가 열리기 직전에도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기자들과 만나 미국경제 불안 등을 이유로 고려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한 사안이었다. 때문에 김효석 위원장의 발표는 정부 입장과 상치되는 것으로, 이날 협의 과정에도 당정간에 상당한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이날 '금리인상'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연말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지금 얼마나 절실하게 정체성 확립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증거로, 지금 정가와 관가의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요컨대 민주당이 '서민.중산층의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아파트값 폭등에 따른 민심이반에 소름이 끼쳤다"**

금리인상은 일반적으로 '대단히 인기없는 정책메뉴'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돈을 많이 쓰는 기업이나 가계에 부담이 돌아가고, 주가에도 마이너스 작용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정치권이 금리인하를 주장하면 주장했지, 금리인상을 먼저 주문하는 예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극히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전윤철 부총리가 금리인상에 알레르기적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미국경제 등 대외요인이 여전히 불안한 데다가 금리를 올릴 경우 전경련, 대한상의 등이 거세게 반발할 게 불을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또한 연말대선을 앞두고 신경 안쓸 수 없는 주가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주요 고려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민주당이 금리인상을 앞장서 주장하고 나선 이유는 아파트값 폭등으로 심화된 계층간 위화감과 서민대중의 분노를 방치했다가는 '큰 일'날 것같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요즘 세간 여론을 듣다보면 불과 1년사이에 강남의 아파트 분양가가 강북의 두배에 달할 정도로 극심한 아파트값 폭등에 따른 일반 서민대중의 민심이반에 소름이 돋을 정도"라고 위기감을 토로했다.

그는 "강남의 아파트값 폭등으로 강남과 강북간 위화감은 물론, 상류층과 일반 서민대중간 위화감, 수도권과 지방간 위화감이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을 방치했다가는 아무리 '병풍'으로 이회창 후보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힌다 할지라도 민주당의 주된 지지기반인 서민층의 민심이탈로 연말대선 승리를 결코 자신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은 집권후 모든 계층의 지지를 받는 언필칭 '국민의 정부'를 표방하면서 당의 정체성이 흐려진 점이 없지 않다"며 "그러나 아파트값 폭등으로 계층간 위화감이 심화된 현시점에서는 정책선택에 있어 민주당이 과연 어느 계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인가를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요컨대 이번 금리인상 요구는 민주당이 '서민.중산층의 정당'으로 복귀하는 신호로 받아들여달라는 주문이었다.

***부동산 투기, 일부 부작용 있더라도 잡을 때 확실히 잡아야**

정부여권은 그동안 부동산값을 잡음으로써 시중에 풍부한 유동자금이 증시로 몰려들도록 유도해 주가를 띄우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연말대선에는 아무래도 '높은 주가'가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올 들어 세차례 내놓은 미온적 대책이 도리어 아파트값 폭등으로 나타나면서 정부여권을 '양치기 소년'에 비유하는 비난여론이 들끓자, 이번에 서둘러 4차 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른 것이다.

이번 4차 대책은 상당히 강도높은 대책으로, 특히 최근 5년간 일반분양 아파트를 분양받은 적이 있는 사람에 대해 분양받은 날부터 5년간 투기과열지구에서 1순위 자격을 갖지 못하도록 하고 1가구 2주택이상 소유자에 대해서도 1순위 자격을 없앤 대목은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민주당은 그러나 작금의 아파트값 폭등의 근원은 무려 3백조원에 달하는 투기성 유동성자금의 존재에 있다며, 금리인상이라는 거시경책수단까지 동원해야만 폭등을 확실하게 잡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또 한국은행과 민간경제연구소 등 여러 전문기관의 조언을 구한 결과, 금리를 소폭 올리더라도 실물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는 판단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요즘 기업들이 투자를 안해 시중자금이 남아도는 것은 금리수준 때문이 아니라 투자대상부문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금리를 일부 인상하더라도 실물경제에 줄 영향은 미미하며, 주가 또한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강남 정당'이 아닌 '강북 정당'이 돼야 살아남아"**

민주당의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지난주말 "앞으로는 지역대결 구조가 아닌 계층.세대간 대결구도의 선거운동을 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말대선때 민주당이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임을 강조해나가겠다는 복안의 표현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기업과 상류층의 이해를 반영하는 이른바 '강남 정당'이라며 민주당은 일반 서민대중과 중산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강북 정당'이 돼야 한다"며 "이같은 차별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도 아파트값 폭등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게 당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배신감을 느낀 서민과 중산층이 대거 이탈함으로써 민주당은 지난번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참패해야 했다"며 "이같은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유한계층의 부만 불려주는 아파트값 폭등은 반드시 잡아야 하며 이번에도 폭등을 잡기 못하면 민주당은 연말 대선에서도 결코 승리를 자신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금리인상을 주장한 대목 하나만을 놓고 '정체성 회복'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과대해석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맞는 지적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아파트값 폭등에 따른 민심의 분노와 이탈 가능성을 읽기 시작했다는 대목 하나만으로도 의미있는 변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의 이번 변신이 민주당은 민주당다워지고,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다워지는 선진적 정책정당화의 한 자극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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