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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발 (發)세계공황' 우려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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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발 (發)세계공황' 우려 급증

초저금리로 전세계 집값 폭등, 미국 거품붕괴 시작

'미국발(發) 세계공황'의 발발을 우려케 하는 근원지가 증시에서 부동산으로 옮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경제전문가들로부터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최근 들어 사상최고치로 급등한 미국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경우 부동산 거품 문제가 심각한 다른 나라들의 부동산 거품도 동시에 꺼지면서 미증유의 파장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지금 아파트값 폭등으로 거품경제의 위기에 직면한 우리나라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부동산 거품의 위험성이 전세계적으로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알아보자.

***미국 대도시 집값, 올 들어서만 20%나 폭등**

그동안 미국의 증시가 침체에 빠져 있어도 미국의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까지는 가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경제분석가들은 "미국 국내총생산에서 3분의2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받쳐주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미국의 소비자들이 소득은 늘지 않는 데도 소비를 줄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부동산 활황이라는 '비빌 언덕'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뉴욕,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등 미국 대도시의 집값은 지난해 말에 비해 무려 18~20%나 폭등했다. 1997년이후 5년간 미국의 집값 상승률은 2차 대전이후 최고수준을 기록중이다.

부동산 시장 활황을 이끈 주역은 단연 저금리다.

9.11테러후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 정책을 펼친 덕분에 돈을 빌려 집을 사기가 그만큼 수월해진 개인들은 앞다퉈 내 집 마련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경우 30년 만기 주택저당대출(모기지론) 금리가 최근 30여년래 최저치인 6.25%까지 떨어져 있다. 저금리로 넘쳐나는 시중 자금들이 침체를 면치 못하는 주식 대신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다 주는 부동산으로 몰려든 것이다. 우리나라와 똑같은 상황이다.

***"미국은 부동산 버블로 9.11테러 직후보다 심각한 위기에 직면"**

그러나 증시의 거품이 꺼지듯 언젠가 부동산도 거품이 꺼지게 마련이다. 벌써부터 미국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경제를 받쳐준 소비가 집값 상승에 의존한 거품이며 소비거품이 꺼질 시점이 멀지 않았다"는 경고가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5일(현지시간) "주식시장 버블 붕괴에도 불구하고 주택 모기지 거품이 이를 대체하면서 소비 지출이 유지될 수 있었지만, 현재 소비 증가세는 지속될 수 없는 '소비 버블'로 판단된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도 "미국인들은 지난해 9.11테러 직후보다도 더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현재의 소비는 부채 증가 등 상당한 비용을 전제로 이뤄진 '방종'에 가까운 것으로 결국 눈물로 마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미국발 부동산 공황' 시나리오**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의 부동산 거품이 미국뿐 아니라 영국, 호주, 스페인, 이탈리아, 한국, 중국 등 전세계적 현상이라는 점이다. 9.11테러 후 전세계 국가들이 미국의 뒤를 따라 경쟁적으로 저금리정책을 펼친 결과다.

따라서 미국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동시다발적으로 다른 나라들의 부동산도 거품이 꺼지면서 소비가 실종되고 전세계적인 불황이 닥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대두하고 있다. 이른바 '미국발 부동산 공황'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영국은 지난해 7차례에 걸쳐 금리를 2% 포인트 인하함에 따라 주택저당대출 금리도 5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5.5%를 기록하면서 영국의 집값은 올들어 7월까지 20.9%나 뛰어 올라 13년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호주와 스페인의 집값도 각각 17.3%와 15.7%로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이탈리아(9.5%)와 프랑스(8.0%)도 집값 상승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일본 등 디플레이션에 빠져있는 극소수 국가를 제외한 대다수 국가들이 부동산 거품의 위기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거품 붕괴 조짐**

이미 미국 주택시장에서는 거품 붕괴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7월 주택착공 가구숫자는 전달보다 2.7% 감소한 1백64만9천가구로 낮아졌다. 이는 2개월 연속 하락을 나타낸 것으로, 전문가들의 예상치(1백68만 가구)를 밑도는 수치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두고 "마침내 부동산 시장이 식어가기 시작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부동산 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발생하는 채무불이행(디폴트) 규모는 27억5천만달러로 전년동기보다 무려 2배나 급증했다. 부동산 대출 부실화를 우려한 보험사들도 보험료를 0.5~1.5% 포인트씩 전격 인상했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미국 대도시의 부동산지수는 5~7.5로 거품 붕괴 수위인 7.5에 근접하고 있다. 이미 빨간불이 커진 것이다.

최근의 부동산거품은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고 불렀던 90년대 후반의 미국 주식시장의 과열상태를 연상시킨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 조짐은 소비심리 위축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최근 미국 소매 매출이 자동차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동차 부문 역시 업계가 무이자 할부 판매를 연장키로 했으나 최근의 자동차 판매 붐 역시 곧 한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8월 미 자동차 3사의 판매는 무이자 할부 판매 등에 이끌려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현재 판매 인센티브는 가동률이 지금보다 20% 포인트 낮던 시절보다 많다는 점을 들어 자동차회사들이 곧 현금흐름 악화 등의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경고했다.

미국 백화점의 경우 메이와 블루밍스데일을 운영하고 있는 페더레이트 백화점은 8월 동일점포 매출이 5.8% 감소했고 시어스 리벅은 11%나 감소했다.

세계 최대 소매점인 월마트의 경우 8월 동일점포 판매량은 3.8% 증가하는 데 그쳐 4~6%의 예상증가세를 밑돌았다. 경쟁업체인 타깃은 8월 동일점포 판매가 0.1% 줄었다.

지난달 미국의 서비스 부문 경제활동도 제조업 부문처럼 전문가들이 당초 예상했던 것에 비해 부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5일 공급자관리협회(ISM)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서비스업지수는 50.9로 전달보다 2.2포인트 떨어졌다. 이 수준은 지난 1월의 49.6를 기록한 이래 가장 낮은 것이다.

유통, 금융, 건설 등 비제조업 부문의 활동을 지수화한 서비스업지수는 50 이상이면 경기의 확장을, 50 밑이면 경기가 후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앞서 발표된 ISM의 제조업지수도 기대이하의 수치를 보였다. 지난 3일 발표된 8월중 제조업지수는 50.5로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51.8을 크게 밑돌았다.

***국내도 부동산 거품 위기에 정면노출된 상황**

전문가들은 ISM 지수 등이 낮아진 배경의 하나로 소비심리 위축을 들며,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는 주택담보 대출 등 과도한 부채를 동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증시에 비해 더욱 파괴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경우 소비자들에게 과도한 주택구입자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의 연쇄도산까지도 예상된다는 우려다.

국내에서도 이미 과도한 주택자금 대출이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에 이어 제2의 신용대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하나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주택구입에 들어간 은행 돈은 40조원에 달한다. 전체 은행 가계 대출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돈이 주택구입에 사용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 관계자들도 시인하듯 50%가 거품이라는 집값이 폭락할 경우 대출고객들은 순식간에 빚더미에 올라 앉고, 금융기관들도 치명적 타격을 입을 위험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우려다.

정부가 최근 시작한 부동산값 폭등과의 전쟁이 이미 늦은 게 아니냐는 우려가 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부동산 거품에 대한 정부당국과 금융기관의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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