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라는 유럽연합(EU)과의 '이혼'을 국민투표로 결정한 이후 영국은 '구질구질'한 정치력 부재를 거듭해서 보이고 있다. '이혼 조건'을 담은 '브렉시트 합의안'은 두 차례 연속 압도적으로 부결시킨 영국 의회는 '조건 없는 이혼'을 의미하는 '노딜 브렉시트'도 거부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원은 13일(현지시간) '노딜 브렉시트'를 거부한다는 의원 수정안과 정부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했다. 의원 수정안은 찬성 312표, 반대 308표로 4표 차로 통과됐다. 메이 총리가 제출한 같은 내용의 결의안 역시 찬성 321표, 반대 278표로 43표 차 가결했다. 같은 내용의 결의안인데 찬성표에서 차이가 나는 배경에 대해, 영국의 <가디언> 지는 "당초 메이 총리의 결의안은 합의안을 압박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가 수정된 것이라는 점에서, 합의안과 관계없이 노딜 브렉시트를 거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라면서 "또한번 메이 총리의 정치적 패배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영국 의회가 지금까지 보여준 입장은 결국 정부가 마련한 '이혼 합의안'은 거부하고, '조건없는 이혼'도 거부하며, 브렉시트를 무기한 연기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어서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는 조롱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EU 관계자들은 "영국 정치권은 이혼을 결정해 놓고, 현실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영국 의회가 '노딜 브렉시트'도 거부하면서, 오는 29일로 예정된 '노딜 브렉시트' 시점을 얼마나 연기하느냐를 이미 결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영국 의회는 다시 14일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른 EU 탈퇴시점 연기 여부를 묻는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메이 총리는 "영국과 EU간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는 경우 브렉시트를 짧은 기간, 기술적으로 연기하겠지만,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에는 더 길게 연기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합의안을 반대하는 보수 강경파들이 브렉시트 연기가 장기화되는 것도 거부하는 입장을 겨냥해 합의안 통과를 압박한 것이다.
메이 총리는는 "오는 20일을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 데드라인으로 정한다. 만약 합의안이 그때까지 통과되면 정부는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른 탈퇴 시점을 6월 30일까지 연기한다. 만약 합의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이보다 오래 연기해야 하며, 이 경우 (5월에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AFP 통신은 "메이 총리가 오는 20일까지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세번째 승인투표 개최 의사를 보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의회가 브렉시트 연기를 결정하고, EU 27개 회원국이 이를 만장일치로 받아들이면 브렉시트 시점이 늦춰질 수는 있지만, 메이 총리와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은 유럽의원들의 새 임기기 시작되는 7월 이전에 브렉시트를 마무리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EU 일각에서는 영국 의회가 합의안을 거부한 사정 변경이 몇 개월 내에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최소 1년 이상 브렉시트 시점을 늦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반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브렉시트 시점이 장기간 연기되면 제2 국민투표 주장이 힘을 얻어 아예 브렉시트가 취소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가 노딜 브렉시트 시점에 임박해 '삼세판 투표'로 합의안을 의회에서 극적으로 통과시킬 수 있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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