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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합의안' 사상 최대 표차 부결...'노딜 브렉시트' 카운트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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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합의안' 사상 최대 표차 부결...'노딜 브렉시트' 카운트다운

[분석]당혹스러운 EU, 브렉시트 발효 연기?

영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주목받은 '브렉시트(Brexit) 합의안'이 영국 의회 사상 '최대의 표차'로 부결됐다.

영국 하원에서 표결권을 가진 639명의 의원은 15일(현지시간) 열린 승인투표(meaningful vote)에서 정부가 유럽연합(EU)과 합의한 EU 탈퇴협정 및 '미래관계 정치선언', 이른바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찬반 투표를 벌였다. 브렉시트 승인 표결 요건은 표결권을 가진 의석수의 과반인 320표다.

투표 결과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합의안은 반대가 찬성보다 2배가 넘는 무려 230표차로 부결됐다. 영국 의회 사상 정부가 200표가 넘는 표차로 의회에서 패배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과 EU는 지난해 11월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분담금 정산, 상대국 국민의 거주권리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585쪽 분량의 EU 탈퇴협정에 합의한 데 이어, 자유무역지대 구축 등 미래관계 협상의 골자를 담은 26쪽 분량의 '미래관계 정치선언'에도 합의했다.

양측은 지난해 11월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특별 정상회의에서 합의안에 공식 서명하고 비준동의 절차에 착수했다.

브렉시트 합의안은 영국과 EU 양측 의회에서 모두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특히 영국은 의회의 통제권 강화를 위해 비준동의 이전에 정부가 EU와의 협상 결과에 대해 하원 승인투표를 실시하도록 했다.

당초 승인투표는 지난달 11일 예정됐으나 부결이 확실시되자 테리사 메이 총리가 정치권 설득을 위해 일단 연기를 하며 시간벌기에 나섰지만, '사상 최대의 표차'로 부결되는 참패를 피하지 못했다.

승인투표가 부결되면서 영국 정부는 3 개회일(sitting days) 이내인 오는 21일까지 이른바 '플랜 B'를 제시해야 한다. 플랜B에는 추가적인 설득을 통한 합의안 재표결 추진, EU와의 합의안 재협상, 브렉시트 찬반에 대한 제2국민투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영국 국민의 여론도 두 동강이 난 상태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15일(현지시간) '영국 의회 사상' 최대의 표차로 부결됐다. . ⓒAP=연합

'최악의 시나리오' 노딜 브렉시트, 3월 29일 자동발효 카운트다운


하지만 영국 정치권이 극심하게 분열된 상태라는 점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불리는 '노딜 브렉시트'가 예정대로 오는 3월29일 발효될 가능성이 커졌다. 노딜 브렉시트란 영국이 EU에서 아무런 합의 없이 떨어져나오는 것을 뜻한다.

EU의 헌법에 해당하는 리스본 조약은 제50조에서 회원국 탈퇴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17년 3월29일 EU 탈퇴의사를 공식 통보했으며, 리스본 조약에 따르면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탈퇴를 공식 통보한 후 2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EU에서 탈퇴하게 된다.

글로벌 시장 일각에서는 EU 역시 '노딜 브렉시트'는 감당하기 어려운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기 때문에 EU가 '자동 발효'를 피하기 위한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오히려 커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합의안에 대한 영국 의회의 압도적 반대표는 영국 의회에서 어떠한 합의안도 채택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EU가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U는 영국 정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브렉시트 발효시한을 오는 7월까지 연기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중앙은행은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이 될 경우 영국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큰 경제적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국내총생산(GDP)는 8% 줄고, 실업률은 7.5% 상승하며, 파운드화 가치는 25% 급락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전망치까지 제시했다.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부 영국 시민들은 '노딜 브렉시트'가 닥치면 생필품 등의 공급이 곧바로 차질을 빚게될 것을 우려해 '브렉시트 박스'를 구매하는 등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브렉시트 박스'는 40만 원이 넘는 가격으로 60개의 냉동건조 식품, 정수 필터 등으로 구성돼 있는 '생존 키트'다. 사재기에 나서는 시민들은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EU에서 영국으로 들어오는 식품과 의약품 공급이 통행·통관 문제 때문에 지연되거나 막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는 글로벌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영국은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한국과의 교역량이 많은 경제권이라는 점에서 우리 경제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무관세를 적용 받은 가운데 15억 달러를 수출했다. 하지만 노딜 브렉시트 시 10%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역시 무관세 적용 대상이던 항공기 부품도 2.7%, 자동차 부품도 2.5~14%까지 관세를 내야 한다.

메이 총리는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승인투표 부결 발표 직후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했고, 16일 정부 불신임안에 대해 의원들이 투표할 예정이다.

영국 '고정임기 의회법'(Fixed-term Parliaments Act 2011)에 따르면 정부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다시 14일 이내에 새로운 내각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되지 못하는 경우 조기총선이 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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