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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위협론'에서 '중국활용론'으로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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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위협론'에서 '중국활용론'으로 대변신

싱가포르, '중국전문엘리트 양성' '세계 최저 세율' 제시

'중국 위협론'을 주창해온 싱가포르의 고촉동(吳作棟) 총리가 1년여의 고심끝에 중국의 위협하에서 싱가포르가 생존할 수 있는 새로운 국가비전을 제시했다. 이른바 '중국 활용론'이다.

고 총리는 정확히 일년 전인 지난해 8월19일 건국기념일을 맞아 행한 TV 연설에서 "그동안 나는 중국의 변신을 예의주시해 왔다"며 "그것은 실로 가공스런 것이었다"고 '중국 위협론'을 강도높게 제기했었다. 그는 "따라서 우리의 최대 도전은 중국이 '값싸면서도 품질 높은 제품'들로 세계를 뒤덮고 있을 때 우리만의 틈새시장을 지키는 것"이며 "향후 10년내 싱가포르의 생산력을 스위스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주장했었다.

중국과의 임금 격차가 너무 큰 상황에서 임금인하 등은 본질적 해결책이 못되는 만큼 싱가포르가 살 길은 생산력을 세계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길밖에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정확히 1년 뒤 고총리는 종전의 전략을 대폭수정한 새로운 국가비전을 제시했다. "중국을 위협이 아닌 기회로 볼 줄 알아야 한다"는 이른바 '중국 활용론'이다.

***"중국을 위협이 아닌 기회로 볼 줄 알아야 한다"**

고촉동 총리는 싱가포르의 37번째 독립기념일인 18일밤 싱가포르 국립대학(NUS)에서 행한 건국 기념연설에서 중국의 급부상에 대한 대응책, 국내문제에 대한 견해, 나라의 미래상 등에 대해 소상히 밝혔다.

고 총리는 우선 '경제경쟁의 글로벌화'에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싱가포르의 최대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데다가 러시아도 금명간 회원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경을 넘어선 경쟁이 점점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 총리는 특히 중국의 급부상을 가장 주목해야 할 현상으로 지적하면서도, 그러나 그가 바로 1년전 건국 기념연설에서 '중국 위협론'을 제기했던 것과는 달리 "중국을 위협이 아닌 기회로 볼 줄 알아야 한다"며 국민의 의식전환을 촉구했다. 이른바 '중국 활용론' 제시다.

고 총리는 한 예로 "중국 중산층은 계속 확대돼 2010년에는 4억명에 달할 것이며, 이 가운데 해마다 50만명이 싱가포르에 관광을 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따라서 지금 싱가포르가 할 일은 중국 관광객 숫자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때라고 밝혔다.

고 총리는 또다른 예로 "중국정부가 벤처아웃(벤처 해외진출) 정책을 채택하면서 외국으로의 주식투자가 2백7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며 "싱가포르는 중국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삼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총리는 싱가포르를 통해 인도로 미싱을 수출하고 있는 중국기업의 예를 들며, "싱가포르의 기업가들은 해외에 진출할 때 이런 중국기업과 제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전문엘리트를 양성하겠다"**

고 총리는 이같은 상황인식에 기초해 앞으로 싱가포르 정부가 취할 3가지 정책방향을 밝혔다.

첫번째는, 중국 전문엘리트의 양성이다.

고총리는 중국의 성장을 이용하기 위해 중국 전문엘리트를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수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중국의 일류대학으로 유학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중국어와 문화, 역사에 통달한 인재를 키우는 동시에, 중국의 장래 지도자가 될 학생들과의 꽌시(인적 네트워크)를 맺음으로써 이들을 싱가포르와 중국간 파이프로 삼겠다는 노림수다.

이와 함께 학생교류도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우선 내년 6월에 50명의 싱가포르 학생들을 중국에 보내는 한편, 8월에는 50명의 중국인 학생을 싱가포르로 초청할 계획이다. 정부 고위관리와의 대화 및 정부기관·기업으로의 방문도 추진중이다.

***"세계에서 가장 세금이 적은 나라로 만들겠다"**

두번째는, 감세다.

고 총리는 싱가포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서 감세정책을 제시했다. 다국적기업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한 각국간 경쟁이 치열한 현상황에서 세금이 핵심쟁점중 하나인 만큼 "세계에서 가장 세율이 낮은 나라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게 고총리의 주장이다.

노동자의 근로의식이 일부에서 낮아지고 있는 대목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렸다. 고 총리는 12%의 노동자가 적극적으로 일하지 않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들이밀며, "이런 근로태도는 기업의 생산성, 성장, 이익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창조성이 꿈틀대는 사회를 건설하겠다"**

세번째는, 기업가를 육성하기 위한 '창조적 사회' 건설이다.

음악가 출신인 소니사의 오가 전 회장이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을 수록하기 위해 74분짜리 CD를 개발한 일화를 예로 들며 예술이 개인의 창조력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가를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유교적 전통이 강한 사회로 유명하다. 따라서 고 총리의 창조적 사회 건설 주장은 앞으로 싱가포르가 각 부문에서 획기적 변화를 예고하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같은 고 총리의 비전 제시는 비록 싱가포르가 지금 건국후 최대 경제위기를 맞고 있긴 하나 국가지도자가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새로운 국가비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록 지금 경제가 싱가포르보다 잘 나가고 있긴 하나 '리더십 부재'에 고민하고 있는 우리에게 맞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하겠다.

우리가 '리더십 부재'라는 당면 현안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몇년 뒤 우리는 싱가포르를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봐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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