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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4년, 한반도 미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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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4년, 한반도 미래 일기

[민경태의 북한 미래학] ② 한국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

모두가 기대하고 있었던 미국과 북한의 하노이 정상회담 합의안 도출은 결국 실패했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한국의 입장에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한발 물러나 북미 간 협상이 진전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이제부터는 한반도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때가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정부는 이미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고, 물 밑에서 미국과 북한을 오가며 중재안을 마련하기 위해 바쁠 것이다. 따라서 그 결실이 수면위로 떠오르기 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보려 한다. 우리 정부의 노력을 응원하면서,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었을 경우를 가정하여 '한반도의 미래 일기'를 써 보았다.

2019년 상반기, 한국 정부는 북한과 미국을 중재하기 위해 '2단계 압축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이것은 북한의 단계별 접근과 미국의 일괄타결 방식을 서로 절충한 것이다. 즉, 북한이 제시한 단계를 최소화하여 2단계로 압축하되 양자가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의미 있는 실행 조치를 서로 교환하도록 설계하였다. 1단계에서는 북한 모든 지역의 핵개발 능력을 폐기하는 대신, 미국은 UN 제재 결의 중 민생경제 관련 항목을 모두 해제하는 것이다. 2단계에서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ICBM 전부를 폐기하는 대신, 미국은 대북 제재를 전면 해제하고 북미 수교를 체결하는 것이다.

2019년 하반기, 날씨 좋은 6월 제주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한국 정부가 제안했던 절충안이 북미 양자 간에 합의됨으로써 북한 핵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합의안의 1단계 조치가 실행되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고, 북한 민생경제 분야 일부 경제제재가 완화되기 시작했다. 9월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졌다. 남북 정상은 개성과 평양에 대한 관광 교류를 허용하고, 민간기업의 사업 목적 방문을 허용하는 것에 합의했다. 북한의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를 남한에서 보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2022년, 북미 간에 합의된 2단계 실행 조치가 완료되면서 드디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실현되었다. 북한에 대한 UN 경제제재가 완전히 해제되었으며, 세계은행(World Bank),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국제금융기구 북한 가입 논의와 국제자본 투자도 진행되고 있다.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에는 호텔·컨벤션·쇼핑몰 기능을 갖춘 복합리조트 트럼프타워가 지어질 계획인데 착공식에는 트럼프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다. 일본은 북일 수교와 함께 전쟁배상금 지급에 합의하고, 이를 원산 주변 산업단지 건설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와 같이 남북한 정부는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북한개발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제재 해제로 인해 얻게 되는 경제성장의 이익을 그들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2033년, 한반도를 관통하는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서울에서 평양까지 35분, 모스크바까지는 2일 18시간이 소요된다. 중국·러시아·유럽의 관광객들이 열차를 타고 와서 서울과 평양을 함께 방문하는 관광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동남아와 일본에서는 목포와 부산까지 배를 타고 와서 1박을 한 후, 서울-평양-베이징-모스크바를 거쳐 유럽까지 다녀오는 수학여행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과 평양은 이제 하나의 메가시티 경제권으로 기능하고 있다. 해주-개성-인천을 잇는 삼각벨트는 중국의 홍콩-선전-광저우 주장삼각주 지역에 버금가는 대표적인 국제경제자유구역으로 성장했다.

2044년, 남북한 정부는 합의를 통해 한반도 전체를 관세와 규제가 없는 자유무역지대로 선포하였다. 새로운 첨단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시티의 테스트베드가 건설되면서, 전 세계의 자본과 인재가 몰리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전환되었다.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차 전용 스마트시티가 북한에 만들어지고, 북한 농업개발구는 세계적인 스마트팜의 모델이 되었다. 원산·나진·청진·남포·해주 등에는 스마트항만이 개발되어 한반도와 동북아 주요 도시를 잇는 자율주행선박이 운항 중이다. 과거 섬나라와 같이 분단되었던 한반도가 이제는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 해양을 연결하는 교두보로서 기능하며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복합 물류의 허브이자 지식 네트워크의 거점으로 변신하였다.

역사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곳은 계속 바뀌어왔다. 해외투자자 짐 로저스는 "똑똑한 사람이라면 1807년에는 영국 런던으로 이주했고, 1907년이라면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을 것이다"라고 하며 이제 21세기에는 아시아로 이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는 북한의 잠재력에 눈을 떠야 한다. 남북한을 연결하는 것은 그동안 단절되어 죽어있던 부분에 혈관과 신경망이 다시 연결되어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생명 활동이 시작되는 것과 같다.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접점으로서, 서로 다른 문화와 세력을 융합하여 인류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문명을 창조해내기에 적합한 곳이다. 그러므로 비록 지금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우리 모두의 지혜와 뜻을 모아 이 난관을 극복하고 힘겨운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남북한의 다음 세대는 한반도에 태어난 것을 축복으로 여길 수 있기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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