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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지자 열정에 불을 붙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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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당, 지지자 열정에 불을 붙여라"

[고성국의 정치in] 민주당 복당 신청한 정동영 의원

중간평가 선거가 될 것이 분명한 지방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보통이라면 이때 쯤에는 여·야 모두 선거이슈 선점과 후보 영입, 공천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여·야 모두 내홍에 시달리느라 바깥을 쳐다볼 여유가 없는 형국이다. 한나라당이 특히 그렇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격렬한 내분에 가려서 그렇지 야권, 그 중에서도 제1야당 민주당의 속사정도 간단치 않은 것 같다. 정동영 의원을 만난 것은 그가 민주당 복당신청을 한 다음 날이었다.

▲ 정동영 의원 ⓒ프레시안 최형락

"작은 균열은 뛰어 넘어야 한다"

"유감 표명을 하고 복당 신청을 했다. 무엇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했나?"
"나는 '당인'이었다. 당인은 당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당은 당원의 당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0년간 나름대로 일관되게 정치개혁의 깃발 아래서 정치를 해왔다고 자부한다. 당원과 국민이 지지하는 것이 내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했다. 국민이 '출마하면 안 된다'고 했으면 안 나갔다. 그런데 다수의 당원이 당에 들어와 힘을 보태라고 했다.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당에 부담을 줬다. 당명을 거역했으니까. 거기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복당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만나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만나서 얘기하면 다 풀릴까?"
"지금은 큰 그릇이 필요하다. 다 담아야 한다. 당에 있는 사람만으로는 힘이 모자라니 시민사회단체까지 다 손을 잡자는 것 아니냐. 작은 차이와 균열은 있겠지만 뛰어넘어야 한다. 그것도 못하면 어떻게 미국 민주당, 일본 민주당처럼 집권하겠나."
"복당 신청한 세 사람(정동영, 신건, 유성엽)을 보니까 국회 복귀한 세 사람이(천정배, 최문순, 장세환)이 생각난다."
"잘 돌아왔다. 당연히 돌아와야 한다. 힘을 다 합쳐야 한다. 국회 밖에 있는 것은 운동이지 정치가 아니다. 그래도 국민들의 아픔과 요구를 가장 강력하게 대변 할 수 있는 것은 정치다."
"세 사람의 복당신청, 세 사람의 국회 복귀가 민주당이 전열을 재정비하는 출발점이 될 거라고 해석해도 될까?"
"그렇게 해석해주면 고맙겠다.(웃음)"

복당 신청을 해 놓은 상태라 그런지 표정이 밝게 느껴졌다. 그러나 인터뷰를 정리하는 오늘까지도 민주당 지도부는 복당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탈당 과정에서 쌓인 앙금이 너무 커서였을까?
▲ "한나라당이 저렇게 거수기 노릇하는 것도 정당이 대통령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21세기에 이런 정치를 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프레시안 최형락

"4.29 재보선 전주 출마는 불가피했나? 수도권 지역에 나가라는 얘기도 있었지 않나?"
"없었다. 공식적이고 비공식적이고 간에 그런 제안은 전혀 없었다. 당이 낙하산을 보내면 안 된다. 부평에도 훌륭한 분들이 많다. 결국 경쟁력이 있는 후보(홍영표 의원)가 나왔지 않나. 탈당 후 무소속 출마 부분에 대해서는 그 때 모든 부담을 감수하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의회 밖에서 하는 것은 운동이지 정치가 아니다. 그 당시 나는 정치를 하느냐 마느냐의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당은 그런 관점에서 보지 않았던 것 같다. '비판과 비난을 감수하겠다' 하고 선택한 길이니만큼 당의 판단을 기다릴 뿐이다."

"당권이 아니라 정당의 대중화, 현대화에 관심이 있다"

복당문제가 마무리 되지 못하고 있는데에는 7월 전당대회 선거구도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의원이 복당 후 당권 도전은 하지 않을까 하는 주류들의 우려를 지적한것이다.

"당권에 도전하나?"
"나는 전대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고 그게 언제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 당원도 아니다.(웃음)"
"전당대회나 공천 같은 중요한 일정은 사전에 공지돼야 하지 않나. 준비하는데 시간도 필요하지만 정치과정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측면도 있다."
"동의한다. 예전에는 다 그렇게 했다. 아쉬운 것은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정당으로 출발했는데 책임 있게 운영해보지 못한 것이다. 선거 끝나고 그만뒀으니까. 정당의 문제는 정당의 문제다. 정당이 제대로 서면 정치 문제도 풀린다. 한나라당이 저렇게 거수기 노릇을 하는 것도 정당이 대통령 권력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언제 날아갈지 모르는 것 아니냐. 21세기인데 이런 정치를 계속해야 하나 하는 답답함이 크다."
"한나라당은 재량권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열린우리당도 재량권이 없기는 마찬가지 아니었나?"
"열린우리당 때는 백가쟁명이었다. 대통령의 뜻을 바꾼 사례도 많다. 당시는 당청 분리, 당정 분리가 당헌당규에 명시돼 있었다. 실제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천과 관련한 권한을 거의 행사하지 않았다. 비례대표 한 두명을 제외하고. 그런 면에서는 참 좋은 대통령이었다. 정당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환경은 충분했다. 핵심적 문제는 당이 안정된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 "당이 국민의 가슴속에서 살아날 불씨를 만들겠다 ⓒ프레시안 최형락

"당 리더십 하면 제일 큰 책임이 정 의원에게 있지 않나."
"책임을 통감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기간 동안 당을 운영해보지 못했다. 선거 당의장으로만 있다가 물러났다. 해보고 싶은 일들이 많았는데 아쉬움이 크다."
"기회가 된다면 당을 운영하고 싶다고 해석해도 되나?"
"지금 관심은 당을 소수에 의해 지배되는 당이 아니라 국민 다수를 대변하는 당으로 발전시켜가는 것이다. 이것만 제대로 해도 정치하는 이유의 상당 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다. 당권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대중화, 정당의 현대화에 관심이 있다."
"다음 대선 도전은?"
"지금으로서는 사치스러운 얘기다. 우리 진영이 사실상 초토화돼 버렸다. 당이 국민의 가슴 속에서 아직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그 불씨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우선해야 할 일이고, 내가 기여해야 할 부분이다. 패배자로서, 실패했던 사람으로서의 도리에 충실하겠다."

"지지자 요구에 보답 못한 것…민생 어렵게 한 것은 반성"

정의원은 핵심 화두를 민주주의로 잡았다. 정치적 민주주의를 넘어서 사회적, 경제적 민주주의로 가는 것이 여전히 가장 중요한 국가의제라고 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정치적 민주주의 문제가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는 판단도 하고 있었다.

"'정치적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민주주의가 위협 받는다면 대통령 지지도는 왜 그렇게 높게 나오나?"
"대통령 지지도가 높은 건 인정한다. 그런데 요즘 사회적 공포 분위기라고 할까. 이런 것이 있어서 과거 독재 시절처럼 숨어 있는 10%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응답률이 굉장히 낮은 것 같다. 열명 전화하면 한 명이나 두 명 정도 응답을 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위축됐다."
"그래도 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민' 이슈를 선점한 건 인정해야 하지 않나."
"역시 조중동과 KBS의 위력이 큰 것 같다. 그 때문에 정부가 어떻게든 방송을 손아귀에 넣으려고 했던 것 아닐까 싶다."
"이슈 선점 자체는 인정 하나?"
"그런 점에서는 아주 기민하게 실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그 점은 인정한다. 우리가 정권 잡고 있을 때는 참 엉성했다(웃음) 좋게 말하면 순진했고, 어떻게 보면 바보스럽게 정권을 움직였다. 이 사람들이 우리보다 낫다.(웃음) 이 대통령은 끊임없이 자신을 찍어줬던 지지자들의 요구에 답하고 있다."
"민주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가 집권한 5년 동안 비정규직이 두 배가 됐다. 양극화가 심화됐다. 그러나 우리는 거기에 응답을 제대로 못했다. 저도 못했다, 우리 세력 모두 못했다. 지금은 양극화가 훨씬 더 심화되고 있다. 부자의 자유, 부자 감세, 대기업 중심, 토건 중심, 경쟁, 1등, 이런 것을 강조하면 당연히 위는 더 강화되고 아래는 더 벌어지게 된다. 낙숫물 효과가 없다는 것은 지난 10년 동안 이미 증명됐다. 우리도 제대로 대응을 못했지만 이 정권이야말로 해서는 안 될 처방을 하고 있다. 정치적 민주주의의 훼손, 이것만 가지고는 국민들의 마음을 다시 가져올 수 없다. 사회적 경제적 민주주의와 민생을 갖고 승부해야 한다.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대안 세력, 대안 정책, 이것이 2012년 대선의 근본 문제가 아닐까 한다."

▲ "정치적 민주주의의 훼손만 문제삼아서는 국민들의 마음을 다시 가져올 수 없다. 사회적, 경제적 민주주의와 민생을 갖고 승부해야 한다. 대안 세력, 대안 정책, 이것이 2012년 대선의 근본 문제가 아닐까" ⓒ프레시안 최형락

"이명박 정부가 신자유주의적이라고 비판을 받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 가장 먼저 탈출에 성공했다고 평가 받고 있다. 그 성과를 국민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그것조차 부정할 생각은 없다. 지표는 지표대로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과 민생은 별개다. 우리 때 이미 체험했다. 전에는 수출을 하면 국밥집이 돌아갔는데 이제는 대기업 수출이 두 배로 늘어도 일자리가 안 생긴다. 문제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 것이냐다. 지난 10년 동안 300인 이상 기업이 210만명 고용하던 게 작년 재작년에는 130만명으로 줄었다. 80만 명이나 줄었다. 우리가 처방을 제대로 못해 민생을 어렵게 한 것에 대해서는 진정성을 갖고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 정권이 하고 있는 것은 적어도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평가 한다면."
"평가할 입장에 있지 않다. 어찌됐든 '나의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매케인의 말이다. 메케인은 패배자지만 오바마를 '나의 대통령'이라고 불렀다. 패배 수락 연설을 보면서 찌르륵 느낀 게 있다. 잘 해주길 바란다."
"선거 후 이명박 대통령과 만난 적이 있나?"
"그럴 기회가 없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식 같은 곳에서 악수는 두어번 했다."
"정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행복국가'를 표방했다. 다음 선거의 핵심 쟁점과 이슈가 복지와 행복 쪽으로 가게 될 것 같나?"
"몇년전 여론조사를 보면 행복에 동그라미 치는 사람이 없고 다 성공에 동그라미를 쳤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이 행복에 동그라미 친다. 환상이 깨진 것이다. 일등, 엘리트, 시장, 이런 것에 자신 있는 사람은 여전히 '성공'을 바라겠지만 그것은 소수다."

"성찰이 먼저, 그 이후에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민주당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정의원은 '성찰'과 '반성'을 강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후 누가 김대중 대통령의 유지를 계승하느냐하는 논쟁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나?"
"방향이 잘못됐다. 김대중, 노무현을 계승할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계승해야 한다. 정치적인 민주주의를 넘어서서 경제적 민주주의, 사회적 민주주의를 다하지 못한데 대해 반성록을 써야 한다. 이렇게 해야 국민들이 우리한테 관심을 가져준다. 민주주의를 어떻게 발전시킬까를 놓고 치열하게 대안 경쟁을 해야 한다. 우리가 대안이 돼야 우리를 계승자의 위치에 놓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대안을 가지고 승부해야 한다'고 했는데, 정치인이 개인적으로 정책 대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 차원의 정책 대안도 중요하다. 그런데 민주당은 아직 당 정체성도 제대로 확립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 정체성도 확실치 않는데 무슨 정책 대안이냐는 얘기도 가능할 것 같은데…"
"성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선에 지고 총선에서도 크게 졌다. 입체적이고 굉장히 깊이 있는 성찰이 있었어야 하는데, 그냥 2년이 지났다. 안타깝다. 한나라당과 비슷한 이념과 정책이라면 한나라당이 더 잘하지 않겠나. 국민들이 민주당을 쳐다볼 이유가 없다."
"어떻게 대안을 제시해야 하나?"
"느닷없이 정책 대안을 제시하면 국민들이 믿지 않는다. '너희가 집권할 때 더 잘하지 그랬느냐'고 야단만 칠 것이다. 그래서 성찰이 먼저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이런 것을 꿰뚫어보지 못했다. 지금 250만채 주택이 최저 주거 수준 미달이다. 4대강 예산의 반의 반만 가지고도 해결할 수 있다. 그것이 우리 지지자들에 대한 응답이어야 했다. 그런 것을 제대로 못한 것이 안타깝다. 참여정부 때 관료들, 특히 경제 관료들에게 포위됐다. 그래서 정말 죄송하다. 오히려 직장 다니던 아들만 실직자가 되는, 그런 상황이 됐다. 실제 97년부터 10년 동안 빈곤률이 두 배가 됐다. 그런 상황을 미리 꿰뚫어 보고 집중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데 대해 책임이 있다. 그래서 자기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것이다."

▲ "오바마의 탄생도 아래에서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지지자들의 요구에 호응해 밑에서부터 불을 붙여야 한다." ⓒ프레시안 최형락

"지지자의 열정에 불을 붙여야 한다"

정 의원은 '성찰'과 함께 '통합'도 주장했다. 복당신청서를 제출하면서는 '대동 민주당'이라는 말도 했다. 그만큼 야권이 많이 찢어져 있다고 보는 것일까?

"그렇다. 지난 10년간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으로 만들어졌다가 다시 대통합민주신당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으로 왔다. 안타까운 점이 많다. 성공했어야 했는데..."
"원인을 진단한다면?"
"나 같은 사람도 책임이 있고 구성원들도 책임이 있다. 어떻게 보면 제대로 된 정당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앓는 성장통 같기도 하고 이를 위한 '코스트', 대가를 지불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나는 정당 구조에 제일 강한 문제의식을 가졌던 사람이다. 독재와 싸우면서 야당도 독재를 닮은 구조가 됐다. 정당의 권한은 국회의원 공천권과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것인데, 그것을 당원에게, 국민에게 돌려주는 과정이 정당 민주화의 과정이다. 대통령 선출권은 대통령이나 당 지도부도 감히 행사하지 못한다. 그러나 국회의원 공천권은 아직 당원에게 가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17대에 비해 18대에 후퇴했나?"
"그렇다. 정당 민주화의 가치는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 핵심은 공직후보 선출 과정이 어떻게 제도화되느냐다. 그것을 건드린 것이 열린우리당이었는데 그것을 접은 것이 안타깝다."
"다시 살릴 수 있을까?"
"그 방향으로 가야 밑에서 불이 붙는다. 오바마의 탄생도 결국 아래에서 불이 붙은 것이다. 아래의 열정에 불을 붙이려면 권리를 밑으로 내려야 한다. 그래야 당원이 중심이 돼 지지자가 붙는다. 현대 정당 체제에서는 결국 지지자, 서포터스가 중요하다. 지지자의 열정에 불을 붙이려면 그 경쟁을 해야 한다."

'정당 개혁'의 문제는 지방선거에서도 핵심 논란이 될 수 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 나오고 있는 공천배심원제를 정 의원은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지역 주민'과 '당원' 즉 '아래에서 위로'가는 정당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천 배심원제에 대한 입장은?"
"아직 당에 들어가지도 않은 입장에서 당이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굳이 말하자면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시민 사회와 야권 전체를 안는 제도적 장치로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민 자치, 당원자치 원칙이다. 지방자치 선거는 대통령이나 총선 후보보다는 더 자치적이고, 더 풀뿌리적이어야 한다. 지방의 일꾼을 뽑는 것이기 때문에 지방의 결정 권한이 커져야 한다. 논리적으로 그렇다."
"배심원제를 도입해도 보완적 수단이 돼야 한다?"
"그렇다. 선진국 어디에 1인 지배 정당이 있나. 과두 정당이 어디 있나. 당원이 배제되는 정당이 어디 있나. 다 당원 중심으로 가야 한다."

"범야권 연합, 민주당이 더 열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의 주관심 중 하나는 '민주대연합', '진보대연합'의 성사 여부다. '민주대연합'은 민주당 중심의 연합, '진보대연합'은 민주당의 대폭 양보를 전제로 하는 범야권 연합으로 약간 결을 달리 한다.

"진보대연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정의원이 앞서 강조한 경제적 사회적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장 강조하는 쪽이 진보대연합을 주장하고 있다."
"2012년 대선은 연합과 연대 없이는 승리하기는 어렵다. 서로가 열린 자세로 협력하고 연대해야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맞다. 민주당은 더 진보적인 쪽의 움직임을 긍정적 힘이라고 봐야 하고, 진보연합 쪽에서도 오른 쪽에 민주당이 있는 것을 큰 우군으로 여겨야 한다. 우선 연대하고 서로 기대면서 버팀목을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정세균 대표는 '지방선거 후에 지방 공동 정부를 운영할 수도 있다'고 했다."
"좋은 제안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공동 정부는 DJP 때 해봤다. 공동 지방 정부를 해 본 경험은 없지만 좋은 실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구상이라고 본다. 정 대표의 제안은 광역단체에만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진보 진영도 자신의 정책을 심을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이해한다. 그것도 의미가 있겠다."
"후보 단일화를 하면 민주당이 최대 수혜자가 되는 것 아닌가? 힘이 센 쪽이 조금이라도 이익을 볼 것 같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기득권을 지키려고 한다. 자리 몇 개를 주는 것으로 딜을 시도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게 현실이다. 그러나 독식하면 연합이 아니다. 분점 해야 한다. 그래서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당에 들어가서 그런 쪽의 역할을 하고 싶다. 더 큰 것을 봐야 한다. 내일을 보기 위해서 민주당이 좀 더 열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 MB, 일단 만나라"

정 의원은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얘기가 통일문제에 이르자 정의원의 목소리가 한 톤 높아졌다. 그는 '지금 판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제일 안타까운 것이 남북관계다. 국내 정치는 잘못해도 치유하면 된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 민족 문제는 실기하면 피해가 오래간다. 치유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안타깝다. 노무현, 김대중 정부 10년 동안 우리가 판 자체를 바꿔보려고 노력했는데, 당시에는 우리 역할의 한계가 있었다. 판 자체가 공고했으니까. 당시는 부시의 네오콘 정부, 아소, 아베 우파 정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오바마 정부, 하토야마 정부가 판 자체를 바꾸려고 한다. 지금이야말로 내 문제를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기회다. 천재일우의 기회가 이명박 정부에게 온 것 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2년 동안 시간만 허비했다. 올해 하반기에 미국 중간 선거가 있으니까 올 상반기가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다.

지난해 9월 19일 날 워싱턴에 있었다. DJ가 내셔널 프레스클럽에 초청 연설을 하게 돼 있었는데, 돌아가셔서 내가 대신 가 연설을 했다. 그때 한 연설의 핵심이 '판구조를 바꾸자'였다. 9.19 합의로 만들어진 5개 워킹그룹이 있다. 에너지, 관계 정상화, 동북아평화포럼, 다자안보체제 등이 있는데 그 중에 유일하게 안 돌아갔던 것이 평화 협정 워킹그룹이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이 그것을 하자고 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정부가 평화체제, 평화 협정에 대한 밑그림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무 말도 못하는 것이다."
▲ "남북 문제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웃음)"ⓒ프레시안 최형락

"일괄타결하자는 '그랜드바겐'에 다 들어가 있지 않나?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웃음) 처음에 그것을 선 핵폐기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포괄적 패키지라고 했다. 남북 관계는 통크게 해야 한다. 박정희-김일성 때도 그랬다. 7.4공동성명도 그렇고 6.15도 그렇다. 통 큰 합의에 의해서 전진되는 것이지 다른 나라와 빡빡하게 외교 하듯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수한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업가 출신이라 딜하는 데 능숙해서 통 크게 딜을 할 수도 있다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그런 점에서 기대를 해 보는 것이다. 올 상반기가 타이밍이다. 선제적으로 주도권을 행사하려면 선제적으로 올 상반기에 해야 한다."
"정상회담을 하라는 것인가?"
"그렇다. 해야 한다. 의제를 만들어 놓고, '선 정지 작업, 후 회담'하는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 남북 관계는 거꾸로다. 만나는 것 자체가 90%다. 상징성과 내용이 그 안에 다 들어있다. 이 정부는 '핵' 타령만 하다가 '헥헥거리고' 있다. 할 말이 많다. 남북문제만 따로 인터뷰 좀 하자(웃음)

"'정치 디스카운트' 있지만 정치인에게 더 애정 가져달라"

정의원은 '구동존이(求同存異): 같은 것은 함께 추구하고 이견은 남겨둔다'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그게 가훈이냐는 질문에 정의원은 웃으면서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가훈이 아니고, 정치한다고 하니까 최상용 선생께서 말씀을 주셨다. '미니마이징 에너미.', '적을 줄여라.' 그런데 그 가르침대로 못했다.(웃음) 열심히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적이 많이 생겨 버렸다. '구동존이'는 사실 내 성격하고 비슷하다. 내가 모진 소리를 잘 못한다.(웃음)"
"'모진 소리는 못한다'고 하지만 정 의원은 15대 국회에서 쇄신, 정풍 운동을 주도했다. 그 때가 막 재선을 했을 때 아닌가?"
"그렇다."
"그 때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높은 벽처럼 버티고 있던 동교동계와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여기까지 온 것 아니냐. 당을 떠나서 17대, 18대 국회를 보면 그런 면에서 패기가 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공천도 후퇴했지만 정치 수준도 후퇴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인데?"
"잘 모르겠다. 18대 국회에는 아직 이름을 모르는 의원들도 꽤 있다. 국회를 5년이나 떠나 있어서… 그렇지만 정치를 위한 변명은 좀 하고 싶다. 정치권의 정략적 정치 행태가 국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0년 전, 15년 전에 비하면 우리정치가 그래도 국민들에게 정책으로 다가가고 있다. 의원들도 공부 모임이나 세미나, 토론 같은 데 시간을 많이 쓴다. 돈 선거는 거의 없어졌다. 한국 정치는 17대 이전과 17대 이후로 한획이 그어졌다. 국민들은 그 차이를 잘 못 느낄지 모르지만 질적인 변화가 있었다. 사실 18대 국회도 실체보다는 훨씬 더 저평가 돼 있는 것 같다. 일종의 '정치 디스카운트'다. 그래서 부탁드린다. 연예인들이 펜들의 사랑을 먹고 살듯 정치인들도 국민의 성원과 지지를 먹고 산다. 정치인이란 아무리 못나도 국민들께서 낳아 놓은 자식이다. 조금만 더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시길 감히 부탁드리고 싶다."

▲ "정치인, 아무리 못나도 국민들이 낳아 놓은 자식이다. 조금만 더 애정과 관심을 가져달라." ⓒ프레시안 최형락

2007년 대선 때 프레시안 대권주자 인터뷰로 만난지 2년여 만이었다. 다시 만난 정의원은 밝아 보였다. 대선 패배의 아쉬움과 패배자로서의 무거운 책임을 얘기할 때조차 그의 눈은 희망을 보고 있는 듯 했다. 신발끈을 다시 조여매고 있는 느낌이랄까.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것 같은 느낌을 안고 일어났다. 그는 우리를 복도까지 따라 나와 배웅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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