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업계의 공멸이 점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엔론의 저주'로 일컫는 미국 에너지업계의 분식회계사태는 엔론과 엘파소에 이어 30일(현지시간) 미란트가 분식회계 사실을 시인함으로써 그동안 에너지업계 전체에 쏠린 의혹들이 사실이라는 심증을 굳게 했다.
***엔론·엘파소에 이은 미란트의 분식회계**
AP에 따르면, 미란트의 올 2.4 분기의 영업실적은 전년동기의 1억2천4백만달러 흑자에서 1억5천1백만달러의 적자로 반전됐다. 이 회사는 실적 발표와 함께 자사가 지난해 자산과 부채를 최대 2억5천3백만달러 과대계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시인했다.
미란트가 밝힌 과대계상 내역은 가스 재고자산 8천5백만달러, 부채 1억달러, 미수금 6천8백만달러 등이다. 그러나 미란트는 이같은 회계 오류가 '고의성 없는 실수'였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해 미란트 주가는 올 들어 75%나 폭락해, 7월 내내 5달러 미만에 거래되고 있다.
한때 엔론 인수에 나설 정도로 에너지업계의 최대기업으로 군림해온 다이너지도 2.4분기 실적이 3억2천8백만 달러의 적자로 나타났다. 전년동기에는 1억4천6백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었다.
가스 가격은 1년전에 비해 22% 떨어지고 캘리포니아 전기료는 89% 하락하는 등 에너지가격이 폭락한 데다, 신용상실로 금융기관들의 신용보증금이 대폭 오르는 등 사업여건이 악화된 때문이다.
지난 1년 사이에 한 때 48.15달러까지 가던 다이너지의 주가는 최근 49센트까지 폭락했다.
다이너지는 이미 세계3대 신용기관들로부터 정크본드(투기등급)로 강등된 상태이며 파산을 앞두고 있다는 소문에 휩싸여 있다. 다급해진 다이너지는 알짜기업인 북미천연가스(NNG)를 워렌 버핏에게 9억2천8백만달러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는 등 회생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란트, 한국에서 완전철수키로**
이처럼 분식회계로 위기에 직면한 미란트 등 미국 에너지기업들은 우리나라에서 철수를 서두르고 있다.
현대에너지 지분을 100% 인수, 전남 율촌산업 공단에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 건립을 진행중이던 미란트는 현대에너지 지분을 팔기 위해 해외 메이저 에너지 기업 등을 대상으로 매각의사를 타진했으며 현재 4개사 정도가 적극적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란트는 엔론사태에 이어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위기에 휩싸이면서 자금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자 LNG 발전소 건립이 힘들다고 판단, 매각을 추진했다. 미란트에 따르면, 외국 메이저 업체들이 현대에너지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8월 중순께 인수제안서를 받아 본격적인 매각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란트는 매각작업이 끝나면 한국에서 당분간 일을 벌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철수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때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매입에 적극적이던 미란트를 비롯한 엘파소 등 미국 에너지기업들이 미국 본사의 어려움으로 잇따라 철수하자, 민영화에 참여하려는 우리나라 에너지 회사들은 미국기업 대신 유럽, 일본,싱가포르 등의 외국계 에너지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업계의 새로운 황제는 워렌 버핏?**
이처럼 연쇄도산 위기에 직면한 미국 에너지기업들을 싹쓸이 매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주목된다.
세계적 투자가 워렌 버핏이 경영하는 버크 해서웨이가 80%의 지분을 가진 미드아메리칸홀딩스는 지나 3월 미란트처럼 자금난에 빠진 미에너지기업 윌리엄스의 자산을 매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다이너지의 자산까지 인수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 소식에 월가에서는 "버핏이 막대한 자본력을 이용해 초특급 세일이 한창인 에너지와 통신업체들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면서 버핏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가치투자'로 유명한 워렌 버핏은 "이들 업계가 주식을 투자할 대상은 못되지만 향후 기존설비는 이용할 가치가 있다"는 판단아래 1백억달러의 자금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2.4분기에 4억9천8백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윌리엄스(엘파소에 이어 미국 2위 천연가스파이프라인업체)를 비롯, 엔론 사태 이후 이 업계는 투자자의 신뢰를 잃어 에너지 업계의 생명인 현금흐름이 극도로 열악해진 상태다.
블룸버그 통신은 "윌리엄스는 물론 경쟁관계인 다이너지, 릴라이언트 리소시즈 등 에너지 업체들 모두 허위거래와 분식회계에 대한 상원의 조사가 진행되는 한편 투자자와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가혹한 평가를 받게 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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