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고농도 초미세먼지에 대기 정체 등 기상여건 악화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용승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장은 6일 서울시청에서 연 설명회에서 "최근 한반도 고농도 미세먼지는 일부 전문가들이 말하는 '기후의 역습'(climate penalty)으로 해석되는 측면이 있다"며 주된 원인으로 기상여건 악화를 꼽았다.
그는 "올해 1∼2월 초미세먼지 농도는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오염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풍속은 5년 중 최저, 세정에 영향을 주는 강수 일수 역시 5년 중 가장 적었다"며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날 수 있는 최악의 기상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대기가 정체된 상황에서 국외에서 초미세먼지가 지속해서 유입됐고, 국내 발생 오염물질이 퍼지지 못하고 국내에 머물면서 고농도 현상이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는 37㎍/㎥로 최근 5년 중 가장 높았다. 하루 평균 농도가 35㎍/㎥를 넘는 '나쁨' 일수는 23일로 지난 4년(9∼19일)보다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베이징과 선양의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작년 동기보다 약 23% 증가했고, 하루 평균 최대값과 '나쁨'(35㎍/㎥ 초과) 일수도 늘었다.
시계열 변화를 분석한 결과 베이징과 선양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12∼30시간 후 서울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갔다.
대표적으로 중국 원소절(음력 정월대보름)이었던 2월 19일 베이징에서 폭죽놀이 행사를 하고 20시간 뒤인 20일 서울의 황산염 농도는 4.6배, 폭죽 연소산물인 스트론튬은 11.1배 급증했다. 2월 28일과 3월 3일에도 베이징에 이어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점으로 미뤄봤을 때 중국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수도권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건환경연구원은 분석했다.
여기에 대기 정체가 상황을 악화시켰다.
1∼2월 시베리아와 북한 부근에 10㎞ 상공의 제트 기류가 형성돼 북쪽 찬 공기의 남하를 저지하면서 고온 건조한 겨울이 됐고, 한반도 주변의 하강기류에 의해 대류가 억제되는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3월 초에는 고기압의 영향으로 한반도 주변 대기 흐름이 정체됐다. 여기에 북서풍을 따라 중국 산둥·요동 지역에서 대기오염물질이 국내로 유입되고 국내 정체가 반복되면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중국 영향에 대해 신 원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중국 영향은 70% 이상, 평상시에는 55%로 보는 게 일반적이나 이번 사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책으로는 "장기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미세먼지 대책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내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게 필요하다"며 "같은 양을 줄이더라도 건강 유해도 저감 효과가 큰 쪽에 재원과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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