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버스 동원 위주의 경비방식, 바뀌어야 한다

[기고] 정부는 먼저 '경찰버스 미세먼지'부터 바로잡아야

자욱한 미세먼지로 너무 힘든 아침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세먼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근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도 광화문 부근이나 국회 주변에는 많은 경찰버스가 도로변에서 시동을 켠 채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있다.

국회에 근무하고 광화문 부근에 살고 있는 필자로서는 하루 종일 도로변에 열을 지어 서있는 경찰버스들을 목격하고 또 그것들이 내뿜는 배기가스와 미세먼지 그리고 온갖 열기를 마셔야 한다.

도로변에 즐비한 경찰버스, ‘비정상’의 광경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경찰버스가 이렇게 도로에서 일 년 365일 24시간 내내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모습은 다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목격하기 어려운 광경이다. 세계 어느 나라든 경찰버스란 주로 경찰 병력 호송용으로 이용하는 것이지 우리나라처럼 ‘차벽’ 설치나 도로를 ‘무단 점용’하면서 365일 24시간 연중무휴 시동을 켠 채 미세먼지와 배기가스 그리고 냉난방 열기까지 배출하지 않는다.

어느덧 우리 모두에게 이미 너무도 익숙해져버렸지만, 사실 우리처럼 도로변에 경찰버스들이 즐비한 모습은 이를테면 폭동이 발생하거나 그와 유사한 형태의 커다란 위기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광경이다. 이러한 ‘특수 상황’이 일상화된 풍경으로 된 것에는 여러 곡절도 있지만, 이러한 ‘살풍경’은 분명 일종의 ‘횡포’이며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관광객에게 보여주기도 민망한 광경이다. 다행히도 ‘차벽’은 이명박 시대의 불법 행위로서 2011년에 헌법재판소가 “경찰청장이 서울광장을 경찰버스로 둘러싸 시민들의 통행을 제지한 행위는 시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어느 상황이든 무조건 경찰버스 배치로써 대응하는 관행적인 경비 방식은 이제 변화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사안별로 적합한 방식의 경비 방식이 선택되어 운용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국회 경내에서 발생했던 불행한 분신 사건만 해도 해당 차량이 국회 경내에 진입할 수 있었던 원인은 경비방식 자체가 아니라 ‘실수’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한 ‘실수’를 정확하게 바로잡으면 되는 것이지 경찰버스를 대규모로 배치한다고 하여 유사 사건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전통적인 순찰 방식이 더욱 효과적으로 보인다. 특히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어가는 현 시점에서 계속 관행적으로 경찰버스를 동원하는 경비방식은 전혀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못하다.

정부는 먼저 경찰버스 미세먼지부터 바로잡아야

바야흐로 미세먼지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었다. 때마침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자동차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교통부문의 미세먼지 배출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성남환경운동연합은 성남시 미세먼지 배출량의 80% 이상이 자동차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자동차의 초미세먼지 배출에서도 경유차량이 그 90%를 점한다. 그런데 경찰버스와 그 지휘차량은 모두 경유 차량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를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특단의 대책을 시도”하라고 강조했다. 정부 스스로 먼저 경찰버스의 미세먼지 문제부터 바로잡는 것이 미세먼지에 대한 성의 있는 조치일 것이다.